(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살아있는 그 누구도 흐르는 세월을 피해 갈 순 없다. 신화에 나올 법한 외모를 소유했던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는 턱살이 늘어진 아저씨가 됐고, 한때 꽃미남 소리를 들었던 조니 뎁과 톰 크루즈도 스크린에 빗금처럼 새겨진 굵은 주름을 숨길 수 없게 됐다. 세월을 피할 수 있는 건 제임스 딘과 같이 요절한 사람들뿐이다.
누구나 때가 되면 노인이 된다. 국민연금공단의 2022년 조사에 따르면 50대 이상이 인식하는 '노인이 되는 시점'은 평균 69.4세다. 그러나 개인이 느끼는 '노인의 순간'은 저마다 다르다. 지하철에서 자리 양보를 받는 시점이 될 수도, 머리가 백발처럼 변한 시점을 갑자기 인지한 순간일 수도 있다. 또는 병마가 찾아와 거동이 불편한 시점일 수도 있다.
최근 출간된 김순옥 에세이 '초보 노인입니다'(민음사)는 60대에 진입한 한 여성이 들려주는 '노년기 관찰기'다. 저자는 노인들을 위한 맞춤형 주거지 실버 아파트를 배경으로, 노인들의 자잘한 일상을 조명한다.
책에 따르면 실버 아파트는 때가 되면 세끼 밥이 제공되고 사우나와 헬스, 바둑과 탁구를 즐길 수 있는 안락한 공간이다. 대학병원까지 전용 통로로 연결돼 있어 유사시에 긴급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안전시설이기도 하다.
초등학교 교사 출신이자 베이비부머 세대인 저자는 거주자 평균 나이가 80대인 이 실버 아파트에서 선배 노인들과 함께 먹고, 산책하고, 대화하며 2년 8개월간 노년기에 대한 '선행 학습'을 진행한다. 멀리서 보면 다 비슷해 보이지만 노인들의 면모는 겪어보면 제각각이다.
이삿날 불쑥 집 안에 들어오는 마당발 할머니가 있는가 하면, 직접 키운 야채를 이웃집 현관문에 조용히 놓고 가는 할머니도 있다. 씩씩하게 동네 뒷산의 벌레를 잡는 할머니, 무지갯빛으로 손톱을 칠하고 원피스를 입고 다니는 할머니도 있다.
저자는 주변 이웃들을 관찰하고,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기도 한다. 한두 가지 질병에 시달리고, 때론 불면의 밤으로 고통받는 등 육체적으로 고통스러운 나날이 늘어만 간다. 그래도 아직은 친구들과 수다를 떨며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는 삶은 괜찮은 삶 아닐까.
"어쩌면 나이가 든다는 것은 상당히 괜찮은 일이었다. 죽음을 기뻐할 것까진 아니어도 슬퍼할 일도 아니라는 것. 죽음에 대해 상당히 구체적으로 접근해 간다는 것과, 나름 계획까지 세워 볼 수 있다는 것. 심지어 '나를 죽게 하라'고도 할 수 있다는 것. 물론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게 죽음인 것은 알지만. 하여간."
제10회 브런치북 대상 수상작.
264쪽.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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