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의료센터 조명한 신간 '공항으로 간 낭만의사'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조용하던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려 대면 나의 심장도 덩달아 뛰기 시작한다. 하루 24시간 365일 언제든 울릴 수 있는 이 전화는 공항에서 근무하는 동료 셋이 교대로 받는다."
어떤 이들은 하루도 마음 편히 쉬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언제 어디서 긴급한 전화가 올지 몰라서다. 신호철 씨도 그랬다. 그는 샤워할 때도, 잠자리에 들 때도, 핸드폰을 손에 닿을 거리에 둬야 마음이 편해진다고 한다. 머리를 감을 때 전화벨이 울려 전화를 받다가 거품이 눈에 들어가는 경우도 다반사다.
눈물과 거품을 씻어내며 받는, 긴급 전화의 종류는 여러 가지다. 승객이 갑자기 쓰러져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는데 비행기를 돌려야 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 탑승한 반려견의 호흡이 멎었는데 어떤 조처를 해야 할지를 문의할 때 등 다양하다.
그럴 때마다 신씨는 그간의 경험과 매뉴얼에 맞춰 기장·항공통제실과 논의하며 최선의 방법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그가 "공항 의사, 공항 병원에서 진료하는 의사"이기 때문이다.
신호철 인천국제공항 의료센터장은 20년째 공항에서 근무하고 있다.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인천국제공항에는 가정의학과·내과·외과 전문의 6명과 간호사 8명,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행정직원 등 20여명의 의료인력과 각종 장비를 갖추고 365일 가동되는 응급의료센터가 있다.
"군대의 '오분대기조'나 소방서의 응급구조대처럼" 의료적 비상사태나 응급상황에 대비하는 공익 병원이다. 그러다 보니 수익이 나는 의료기관은 "전혀" 아니라고 한다.
"공항공사가 어느 정도 유무형의 지원을 하고는 있지만, 우리 센터의 막대한 운영비를 상쇄시킬 만큼에는 미치지 못한다. 국가의 지원도 없다. 아무리 명분이 있어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런 조직은 설 자리가 좁아지기 마련이다."
일이 수월한 편도 아니다.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공항 어디든 단숨에 달려가야 하고, 생사의 갈림길에서 심폐소생술은 언제 어느 때라도 직접 해야 하며, 시시때때로 구급차에 탑승해 활주로든 고속도로든 손에 땀을 쥐고 달려야 하는 일상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신 센터장은 최근 출간된 에세이 '공항으로 간 낭만의사'에서 20년을 일해도 응급의료센터의 일은 여전히 적응되지 않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는 출근길, 공항의 실루엣이 어렴풋하게 보이기 시작할 즈음부터 맥박이 빨라지는 "경미한 예기불안에 따른 공황 증상"을 보인다고 고백했다. 다양한 응급상황을 반복하다 보니 "몸과 마음이 긴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란다.
시시때때로 찾아오는 엄청난 스트레스 탓에 그는 한때 그만두려 했고, 실제로도 그렇게 했다. 병원 측의 만류에도 그는 사표를 제출했고, 결국 우여곡절 끝에 사표도 수리됐다. 그러나 부임하기로 한 차기 센터장이 업무 인수인계 과정에서 일의 고단함을 체감한 후 끝내 오지 않았다. 신 센터장은 결국 공항을 떠나지 못했다.
그는 여전히 센터 사람들과 한 지붕 아래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 못지않은 고단한 일상을 동료들은 경험하는 중이다.
신 센터장은 "이렇게라도 의료센터의 공익성과 분투를 알려, 종사자들이 돈으로 환산하지 못하는 보람과 자부심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더불어 여행객들이 마음 놓고 인천국제공항을 이용하여 건강하게 항공 여행을 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책을 내게 됐다고 했다.
저상버스. 304쪽.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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