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적 불법 행위에 당국 여력 부족"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 외화 표시 스테이블코인이 통화주권을 위협할 수 있다고 국제결제은행(BIS)이 지적했다.
15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BIS는 지난 11일 보고서에서 "스테이블코인의 광범위한 사용 가능성이 통화 주권에 의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개별 국가가 법정 통화를 독자 발행하고 통화정책을 자율적으로 펴던 기존 방식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다.
BIS는 스테이블코인의 국경 간 사용이 증가하는 가운데 물가상승률이 높아지거나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는 때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국제 거래가 더욱 증가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특히 "미국 이외 지역의 거주자들도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달러 표시 자산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다"며 "이는 해당 국가의 통화정책 효과를 약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비트코인이나 다른 가상자산에 관한 선행 연구에서 확인한 것처럼, 외환 규제나 자본 통제의 효과도 저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BIS는 스테이블코인이 자금세탁방지(AML), 테러자금차단(CFT) 등의 규제 적용에 취약하며, 고객신원확인(KYC)이 어려워 불법 행위에 악용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거래소나 발행사가 계좌를 동결할 수 있지만, 당국이 수십억 건에 달하는 익명 거래에 대응하기는 역부족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BIS는 이밖에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담보 자산으로 미국 단기 국채에 대규모로 투자하면서 시장 금리를 좌우해 통화정책 전파 효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점도 짚었다.
결론적으로 강력한 규제를 제안했다.
BIS는 "스테이블코인은 국경을 넘나들며 실시간 거래되지만, 규제 체계는 사법 관할권의 국경 안에 갇혀 있다"며 "동일 위험을 동일 규제해야 한다는 원칙을 적용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스테이블코인의 고유한 특성을 다루기 위한 맞춤형 전략이 요구된다"며 "기존 금융과 같은 보호 장치가 없기 때문에 더 강력한 규제 체계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BIS는 "국제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며 "시장의 지속적이고 중대한 왜곡을 예방하기 위해선 규제의 기술 중립성도 양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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