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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머리 위에 붉은 선이 생겼다…치부와 욕망 다룬 'S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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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관계 맺은 사람 잇는 'S라인' 설정 담은 웨이브 드라마
원작 웹툰 각색해 판타지 스릴러로 재탄생…韓 첫 칸시리즈 음악상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이 세상에는 보통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는 붉은 선이 존재한다.
이 선은 대개 부부나 연인 사이를 연결하지만, 때로는 친구나 사제 간을 잇기도 한다.
웨이브 오리지널 드라마 'S라인'은 성적 관계를 맺은 사람들 사이에 붉은 선이 이어지며, 누군가는 이를 볼 수 있다는 도발적인 설정을 내세운 작품이다.
주인공 현흡(아린 분)은 태어날 때부터 이 붉은 선을 볼 수 있었지만, 이는 결코 좋은 일이 아니었다.
어릴 적 가족을 표현한 그림에 이모와 아빠 사이를 잇는 붉은 실선을 그렸다가 가정이 파탄 나자 현흡은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가 되어 집에 틀어박혀 산다.
그러던 어느 날 동네에서 연쇄 살인이 벌어진다. 현흡은 'S라인'을 보는 능력이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힘겹게 집 밖으로 발을 내디딘다.
우연히 손에 넣은 안경을 통해 'S라인'을 후천적으로 보게 된 이들도 있다.
현흡의 윗집에 사는 수학 교사 정민(이가섭)은 안경을 얻은 후 자기 머리에 달린 'S라인'을 지우기 위해 전 연인들을 차례로 찾아가 죽인다. 고등학생 선아(이은샘)는 안경을 이용해 왕따에서 '인싸'(인기 있는 사람)로 탈바꿈한다.
이 와중에 무언가 기묘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직감한 형사 지욱(이수혁), 비밀이 많아 보이는 교사 규진(이다희)까지 얽히면서 이야기가 한층 팽팽해진다.

'S라인'은 동명 웹툰이 원작이다. 지난해 최우식·손석구 주연 시리즈로 만들어진 '살인자ㅇ난감', 또 다른 웹툰 '미결'과 함께 꼬마비 작가의 죽음 3부작 중 하나다.
기본적인 설정은 웹툰과 동일하다.
성적 관계를 맺은 사람들 사이에 빨간 선이 이어져 있고, 이 선은 둘 중 한 명이 죽으면 사라진다는 것이다.
다만, 원작에선 모두의 눈에 'S라인'이 보이면서 생기는 사회적 혼란과 편견, 범죄 등을 그렸다면 드라마에서는 소수만 이를 볼 수 있다는 차이가 있다.
'S라인'을 대하는 인물들의 태도도 제각기 다르다. 현흡은 겉과 속이 다른 사람들을 보는 것이 고통스러워 집 안으로 숨어들어 가는 반면, 선아는 이를 적극적으로 이용해 동급생을 협박하고 교사에게서 돈을 뜯어내려 한다.
판타지 요소를 중심에 뒀지만, 이 드라마는 인간이 남들의 치부를 알게 됐을 때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관해 이야기한다.
연출을 맡은 안주영 감독은 최근 제작발표회에서 "원작도 'S라인'을 보게 됐을 때 인간이 변화하는 모습을 다뤘다고 생각했다"며 "(드라마에서도) 'S라인'으로 인해 새로운 욕망이 생기고 변화하는 모습을 메인 테마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S라인'은 컴퓨터그래픽(CG)을 활용해 흔들리는 붉은 선으로 가득한 세상을 환상적으로 묘사했다.
이 가운데서도 선아가 처음 안경을 쓰고 밤거리를 둘러보는 연출이 특히 인상적이다.
친밀해 보이는 두 남자, 산악회 회원들, 스스럼없는 친구 사이 같은 남녀 머리 위로 붉은 선이 얽히고설켜 있다. 언뜻 보면 아무 사이 아닐 것 같은 사람들 사이에는 아주 내밀한 둘만의 비밀이 도사리고 있는 셈이다.
원작이 옴니버스 형식으로 부부, 종교계, 연예계, 군대 등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뤘다면, 드라마는 경찰, 학생 등 새로운 등장인물과 안경이란 소재를 더해 스릴러 요소를 얹었다.
현흡은 심리적으로 압박받을 때마다 손에 피를 잔뜩 묻힌 엄마의 환영을 보고, 연쇄살인마와 경찰, 학교폭력, 자해, 미성년자 교제 등 무거운 소재들도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여기에 경찰 지욱이 수사망을 좁혀가면서 'S라인'의 진실에 가까워지는 모습은 수사물의 늬앙스도 풍긴다.
웹툰 원작이지만 기본 설정을 제외하고는 이야기를 대거 각색하면서 다음에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짐작할 수 없게 됐다는 점도 매력이다.
'S라인'은 지난 5월 한국 작품 가운데 처음으로 칸 국제시리즈 페스티벌에서 음악상을 받았다.
때로는 신경을 긁는 듯한, 때로는 주인공 현흡의 감정에 맞춰 서정적으로 흐르는 배경음악이 귀에 들어온다.
'S라인'은 총 6화로 현재 2화까지 공개됐다. 매주 금요일 2화씩 공개될 예정이다.
heeva@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