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 이닝. 불펜 투수가 등판해 1이닝을 넘겨서 책임지는 일이다. 특히 이닝 도중,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르는 멀티 이닝은 투수에게 전혀 다른 부담을 준다. 그런 어려운 멀티이닝을 지난주 사흘 연속으로 맡은 투수가 있다. 두산 베어스의 박치국이다.
지난 3일, 4일 한화 이글스전, 5일의 키움 히어로즈전에 등판한 박치국은 "멀티이닝이 제일 힘들긴 해요" 라면서 그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위기 상황에 올라가서 아드레날린이 많이 나온 뒤에 덕아웃에서 쉬고 또 다음 이닝에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라가는 것은 집중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일본프로야구(NPB)의 경우 이닝 도중에 등판해 위기에서 탈출한 투수를 다음 이닝에 계속 던지게 하는 것은 특별한 케이스를 제외하고는 거의 없다. 그런데 KBO리그의 경우 믿을 수 있는 필승조가 풍부한 팀이 많지 않다보니 박치국처럼 멀티이닝이 가능한 투수가 있어야 한다.
"던지고 나서 우리 팀 공격 시간에는 별다른 루틴 없이 불안한 생각 자체를 안 하려고, 비워버리려 합니다. 너무 들뜨지도 않고 너무 가라앉지도 않고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지난 5일 키움전. 박치국은 장타자들에게서 삼진을 2개 잡고 역할을 완수 했다. 그 승부 뒤에는 많은 생각이 있었다.
1-1 동점에서 맞이한 7회초 2사 1루에서 등판한 박치국의 첫 상대는 김건희였다. 박치국은 김건희를 3연속으로 커브로 헛스윙 삼진을 잡았다.
"무조건 막아야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타자가 직구를 생각하고 있구나 느껴서 (김)기연 형의 사인대로 커브를 3개 던졌습니다."
멀티이닝이 된 8회초. 박치국은 1사 1루에서 케스턴 히우라와 대결했다.
"히우라 선수는 스윙 스피드가 너무 빠르기 때문에 장타 위험을 생각했습니다. 먼저 초구 커브로 반응을 보고 2구째도 커브를 던졌는데 직구를 생각을 하고 있다고 느꼈습니다"라고 한 박치국은 "반면에 그날 선발 투수였던 최승용 투수가 변화구로 많이 승부했기 때문에 3구째는 일부러 높은 직구로 보여줬습니다. 그 공에 스윙이 나와서 4구째도 하이 패스트볼을 던지고 헛스윙 삼진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라고 밝혔다.
선발 투수는 전날에 예고가 되고 많은 관심 속에 마운드에 올라간다. 마무리 투수는 경기가 끝난 순간 야수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승리의 기쁨을 나눌 수 있다.
반면 멀티 이닝을 던지는 중간투수는 상대 분위기가 고조됐을 때 조용히 첫 번째 이닝을 끝낸다. 그리고 다음 이닝도 심정 변화없이 자기 공을 묵묵히 던진다. 멀티이닝이 가능한 불펜 투수는 힘듦에도 불구하고 주목은 많이 받지 못한다. 그러나 팀에는 꼭 필요한 존재다. <무로이 마사야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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