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정준재 효과에 '제구 달인' 임찬규도 멘붕?
LG 트윈스 임찬규는 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SSG 랜더스전에 선발로 등판, 5이닝 1실점을 기록하며 팀의 8대2 완승을 이끌었다. 시즌 6승째. 최근 4경기 전승. 4월18일 삼성 라이온즈전 패전 이후 8경기에서 6승만 쓸어담았다. 엄청난 기세다. 여기에 이날 LG 프랜차이즈 개인 최다 탈삼진 기록도 세웠다. 여러모로 기쁜 날.
하지만 그 임찬규도 위기가 있었다. 2회 상대에 선취점을 내준 것이다. 다행히 팀 타선이 이날 데뷔전을 치른 상대 선발 김민준의 난조로 5점을 지원해줘 임찬규의 어깨를 가볍게 해줬지만, 선발투수 입장에서 먼저 점수를 주는 건 반길 수 없는 일.
충격적인 장면이 있었다. 제구라고 하면, 리그에서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임찬규가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준 것이다. 한 시즌 거의 몇 번 없는 장면.
1사 후 김성욱에게 안타를 맞았다. 다음 타자는 8번 정준재. 초구 바깥쪽 체인지업에 아슬아슬하게 존을 벗어나 볼이 됐다. 다음 공 바깥쪽 커브도 볼. 고개를 연속으로 갸우뚱. 호흡을 가다듬기 위해 의미 없는 견제까지 했다.
하지만 흔들렸는지 3구째 직구는 매우 높았다. 다시 영점을 잡고 던진 4구째 직구. 살짝 높았지만, 최근 ABS 판정 사례들을 볼 때 충분히 스트라이크 콜을 받을 수 있는 높이. 높은 쪽에 걸치기만 해도 스트라이크가 나오니 최근 투수들은 높은 존을 적극적으로 공략한다. 실제 이날 수원에서 KT 위즈 고영표도 주무기 체인지업에 높은 쪽으로 가는 투심패스트볼 사용 빈도를 눈에 띄게 높였다.
하지만 임찬규의 공에는 ABS가 울리지 않았다. 임찬규는 어이없다는 듯,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그 공만큼은 스트라이크라고 확신한 듯 더그아웃에 확인까지 했다. 포수 박동원도 마운드에 올라 임찬규를 진정시켰다. 해설을 한 이대형 SPOTV 해설위원도 "임찬규가 납득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 여파인지 이어진 위기 상황서 박성한에게 1타점 적시타를 맞았다.
임찬규가 간과한 게 있었다. 타자가 정준재였다는 점. KBO리그 ABS는 타자들의 키를 측정해 거기에 3cm를 더해 존이 만들어진다. 그래서 키가 작은 타자들은 존이 상당히 좁다는 평가가 많다. 키가 작은 선수들이 많이 유리하다는 얘기도 현장에서 들린다. 존을 좁혀놓고, 자신이 원하는 코스를 더 수월하게 노릴 수 있어서다. 반대로 키가 큰 타자들은 불리하다. 지난 주말 인천에서 열린 KT위즈와 SSG의 경기 중 KT 1m96 장신 외국인 타자 힐리어드가 승부처 바깥쪽 엄청나게 높은 볼에 삼진을 당해 이강철 감독이 격노했었다.
정준재는 프로필 키가 1m65인 단신 선수다. 임찬규와의 승부가 ABS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가 됐다.
투수들이 확실히 이를 인지하고, 대비해야 할 듯 하다. 타자들의 키가 제각각이라 경기 중 혼란스러울 수 있는데, 기계는 거짓이 없으니 유불리를 따지고 억울해하기보다 거기에 맞춰 빨리 대응하는 게 현명한 세상이 됐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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