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후련해요."
KIA 타이거즈 원조 마무리투수 정해영이 모처럼 미소를 지었다. 비록 투구 내용이 깔끔하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팀의 승리를 지키는 동시에 역대 최연소 150세이브 역사까지 썼다.
정해영은 24일 광주 SSG 랜더스전 3-0으로 앞선 9회초 마무리투수로 등판했다. 계획된 일이었다. 이범호 KIA 감독은 경기에 앞서 마무리투수 성영탁이 3연투에 걸려 등판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신 최근 불펜 가운데 가장 페이스가 좋은 셋업맨 정해영에게 세이브를 맡기겠다고 했다.
이 감독은 "오늘(24일) (성)영탁이는 안 쓴다. 세이브 상황에는 해영이가 나간다. 해영이가 지금 중간에서 정말 잘 던져주고 있어서 고맙다. 이른 시간 안에 최연소 150세이브를 해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심리적으로 해영이가 (기록을) 달성하고 넘어가는 것과 안 하고 넘어가는 것은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달성하고 나면 덜 압박일 수 있기에 기록을 달성하고 가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정해영은 1이닝 24구 3안타 무4사구 1삼진 2실점을 기록, 힘겹게 세이브를 챙겼다. 나이 24세 9개월 1일로 역대 최연소 150세이브 기록을 갈아치웠다. 종전 기록은 오승환(은퇴)의 26세 9개월 20일이었다.
정해영은 2군 재정비 후 12⅓이닝 무실점을 기록하고 있었다. 그러나 9회초 선두타자 박성한을 중전 안타로 내보내면서 꼬이기 시작했다. 다음 타자 정준재에게도 초구 높은 볼을 던져 포수 한준수가 마운드를 방문해 진정시켰다. 그럼에도 정준재에게 우익선상 2루타를 맞아 무사 2, 3루가 됐고, 에레디아가 우익수 오른쪽 2타점 적시타를 날려 3-2까지 좁혀졌다.
계속된 무사 1루 위기에서 대타 오태곤을 좌익수 뜬공으로 돌려세우면서 안정을 되찾았다. 까다로운 베테랑 한유섬은 헛스윙 삼진. 2사 1루에서 마지막 타자 최지훈을 2루수 뜬공으로 돌려세워 극적으로 승리를 지켰다. 지난 4월 5일 NC 다이노스전 149세이브 이후 무려 49일 만이었다.
정해영은 "많은 이닝을 점수를 안 주다 보니까 언제 또 점수를 줄지 몰라서 항상 긴장하고 있었다. 오늘 점수를 주긴 했지만, 리드 상황을 끝까지 지켜서 기분 좋다. 150세이브를 해서 후련하다. 솔직히 조금 더 빨리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내 생각보다 한참 늦게 한 것 같아서 한편으로는 아쉽기도 한데, 이렇게라도 할 수 있어서 좋다. 무엇보다 우리 팀이 계속 좋은 분위기를 이어 갈 수 있어서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모처럼 마무리 등판 기회에서 실점한 것과 관련해서는 "카운트 싸움에서 초구 스트라이크를 제대로 다 못 잡았다. 그러면서 조금씩 나한테 불리한 상황이 주어지다 보니까 안타도 맞고 했지만, 마지막 세 타자는 유리한 카운트를 선점하면서 막을 수 있었다. 솔직히 에레디아 선수 빼고는 다 코스 안타라고 생각해서 '이제 점수를 줄 때가 됐나 보다' 이렇게 생각했다. 오태곤 선배의 타구에는 나도 조금 움찔하긴 했는데, 그래도 좌익수 (박)재현이가 잘 잡아줘서 고맙게 생각한다. 그렇게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으면서 긴장이 풀렸다"고 했다.
정해영은 2군에 내려가기 전까지 1군 4경기에서 2⅔이닝, 평균자책점 16.88에 그쳤다. 더는 1군에 둘 수 없는 상태였고, 후배 성영탁에게 마무리 보직을 내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셋업맨으로 돌아온 뒤로는 180도 달라졌다. 11경기에서 13⅓이닝, 평균자책점 1.35를 기록하고 있다. 아직 성영탁과 보직을 바꿀 상황은 아니지만, 이만큼 안정감을 찾은 것만으로도 이 감독과 KIA 코치진은 반갑다.
이동걸 KIA 투수코치는 "해영이는 심리적인 부담 커서 덜어내 주려고 했다. 시즌 준비 과정에서 출전을 많이 안 시키면서 조절해 줬는데, 시즌 첫 등판을 자기가 가장 어려워하는 문학에서 하고 결과(⅓이닝 3실점)가 안 좋으면서 심리적으로 많이 쫓겼던 것 같다. 대전(지난달 10일 한화전)에서 3점차 마무리 상황에 올라갔을 때는 초구 볼이 되자 악의적인 생각들이 마운드에서 떠올랐다고 하더라. 그래서 빠르게 2군에서 조정하도록 결정했는데, 퓨처스에서 편한 상황에 등판하면서 투구 리듬을 찾기 시작했던 것 같다"면서도 "결국은 마무리투수가 돼야 하는데, 편한 상황부터 한 단계씩 올리려고 한다. 마무리는 실패하면 경기가 끝나지만, 중간 투수는 실패해도 다음 투수가 있다는 점에서 심리적으로 차이가 크다. 복귀하고 첫 경기부터 완벽하게 좋은 구위를 보여주면서 자신감이 이어지고 있고, 자신을 조금 더 믿게 된 것 같아서 당장은 굳이 보직을 바꿀 이유는 없을 것 같다. (성)영탁이도 잘하고 있어서"라고 밝혔다.
정해영은 대기록 달성에 만족하고 다시 셋업맨으로 돌아간다. 이 감독은 성영탁이 연투 여파로 등판하기 어려울 때 정해영을 이날처럼 세이브 상황에 한번씩 내보내면서 심리적 부담을 이겨낼 수 있는지 지켜볼 듯하다.
정해영은 오랜만에 세이브 상황에 나선 느낌을 묻자 "비슷하다. 점수를 준 것은 아쉽지만, 우선 결과만 보면 우리가 이겼고 어쨌든 내가 막았으니까. 이전 경기들은 과정까지 엄청 좋았지만, 오늘은 일단 결과만 생각하려 하겠다"며 미소를 지었다.
광주=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