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같이 먹고자고 하던 후배가 잘하니까, 나도 용기가 생겼다. 야구를 왜 다시 시작했냐 물으면, 이유는 (김)영웅이다."
두번의 신인 드래프트에서 모두 지명을 받지 못했다. 한때 야구를 그만둘 생각으로 군대도 다녀왔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야구인의 '피'가 끓어올랐다.
삼성 라이온즈 김상준(24) 이야기다. 지난해 육성선수로 프로에 입문했고, 올시즌 삼성에서 내야 전체를 커버하는 전천후 백업으로 활약하고 있다. 퓨처스에선 외야까지 보는 슈퍼유틸리티다.
박계범, 양우현 등 1군 경험이 적지 않은 내야수들을 제치고 '국민 유격수' 박진만 감독으로부터 유격수로 간택받을 만큼 수비에서 신뢰를 받고 있다. 수비 뿐만 아니라 공격에서도 자기 역할을 한다. 지난 5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선 애덤 올러의 노히트를 깨는 안타를 쳤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타격코치의 추천으로 기용하기 시작했는데,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이재현이 완전 회복하기 전까진 플래툰으로 계속 기회를 얻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상준에겐 여러모로 꿈만 같은 시간이다. 물금고 출신인 그는 첫 드래프트 좌절 후 야구를 그만둘 생각이었다. 아르바이트를 하고, 군대부터 빨리 해결하자는 마음으로 입대했다. 통신병을 하던 군대 시절의 자신에 대해 "야구에서 실패하면서 자존감도 떨어지고, 세상이 쉽지 않다는 느낌이었다"고 돌아봤다.
하지만 물금고 시절 룸메이트였던 1년 후배 김영웅이 김상준의 발길을 다시 야구장으로 돌리게 했다. 김영웅은 2022년 9월 13일 자신의 1군 데뷔전 2번째 타석에서 NC 다이노스 송명기를 상대로 홈런을 쳤다.
"(김)영웅이가 1군 등록됐다고 해서 그 경기는 챙겨보고 있었다. 그런데 바로 홈런을 치더라. 가깝게 지내던 동생이 프로에서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또 인터뷰도 하니까 나도 모르게 용기가 생기고 뿌듯했다. 내가 다시 야구한다고 하니 영웅이도 많이 반가워했다."
군복무를 마친 뒤 곧바로 동원과기대에 입학해서 야구를 다시 시작했다. 김영웅이 "필요한 거 있으면 얘기하라"며 야구 장비를 보내주는 등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고. 김상준에겐 말 그대로 '야구영웅'인 셈이다.
그렇게 두번째 신인 드래프트에 도전했는데, 또한번 미지명이었다. 하지만 드래프트가 끝난지 5분도 안돼 삼성에서 바로 육성선수 입단 제의가 왔다. 김상준은 "한번 야구판을 벗어나보니까 내가 너무 결과에만 집착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하고, 안되면 그만두지 뭐'라는 마음으로 다시 도전한 건데, 삼성에서 기회를 주셨다"고 돌아봤다.
인터뷰하는 모습을 보고 지나가던 삼성 선수들의 시선이 쏠리자 "아직은 부끄럽다"며 민망해했다. 하지만 군필인 만큼 나이의 걸림돌도 이젠 없다. 김상준은 "나 자신에게 자신감을 가지라는 세뇌를 계속 하고 있다. 아직은 감독님께 내 실력을 보여드리는 과정이다. 믿어주시니 감사하다. 출루도 하고, 보답하려는 마음이 크다. 수비 실수도 줄이려고 노력중"이라며 활짝 웃었다.
주력에도 자신이 있다. KIA전에서도 꾸준히 기습번트를 노렸지만, 3루수 김도영의 대시가 부담스러워 자신있게 치는 쪽을 택한 게 결과가 좋았다. 경기 시작 전엔 긴장을 많이 하는데, 막상 실전에 들어가면 긴장은 잘 안 하는 스타일이라고. 외야 수비 역시 아직은 조금 부담스럽지만, 언제든 기회가 온다면 보여줄 준비는 돼있다는 그다.
"선배님들이 한마디씩 던져주시는 걸 귀담아 들으려고 노력한다. 특히 최형우 선배가 '지금 어깨가 열린다' 이런 얘길 해주신게 정말 큰 도움이 됐다. 지금 당장 현실적인 목표는 다치지 않고 최대한 오래 1군에 잔류하는 것. 특별한 소원이 있다면, 부상중인 영웅이가 1군에 돌아왔을 때 함께 뛰는 것이다. 가능하다면 올시즌 삼성의 우승 도전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