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거포 가뭄에 시달리던 키움 히어로즈에 마침내 메이저리그급 대형 산불이 옮겨붙었다. 미국 시절부터 따라다닌 약점 분석에 일시적으로 흔들렸던 케스턴 히우라(30)가 완벽한 홈런포와 괴물 같은 클러치 능력으로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증명해 냈다. 히우라의 추격포가 없었다면 영웅들의 짜릿한 역전 드라마도 없었다.
키움은 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홈경기에서 3시간 52분간의 처절한 혈투 끝에 9회말 터진 최주환의 끝내기 안타에 힘입어 7대6으로 대역전승을 거뒀다.
이날 히우라는 4타수 3안타(1홈런) 1볼넷 1삼진 4타점 1득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타율도 팀내 유일한 3할(3할6리) 타자로 우뚝 섰다.
히우라 활약의 백미는 5회에 나왔다. 스코어는 1-5까지 벌어져 패색이 짙어지던 5회말 히우라가 해결사로 나섰다. 히우라는 상대 투수 배재환을 상대로 주자를 두 명 두고 우중간 담장을 까마득하게 넘어가는 추격의 스리런 홈런(시즌 3호)을 작렬시켰다. 단숨에 4-5 한 점 차로 턱밑까지 추격하는 명품 한 방이었다.
불과 며칠 전인 6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까지만 해도 히우라를 향한 시선은 다소 냉정했다. 높은 코스의 패스트볼에 배트가 연달아 헛돌며 7경기 타율 2할2푼2리에 12개의 삼진을 헌납, 타석당 삼진율이 37.5%에 달해 '50만 달러짜리 삼진 기계'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팽배했다. KBO 투수들의 철저한 볼배합에 고전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히우라는 단 두 경기 만에 KBO리그 투수들의 머리 위에 올라섰다. 가장 압도적인 수치는 단연 득점권 타율(RISP)이다. 주자가 깔려있는 찬스에서 무려 7할이 넘는 '치트키' 수준의 타율을 기록하며, 찬스만 오면 주자를 쓸어 담는 진짜 메이저리거의 위용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 현지의 예측대로 KBO리그 투수들의 정교한 상단 코스 찌르기를 자신의 무지막지한 힘과 클래스로 완벽하게 찍어 누르기 시작한 것이다.
과거 야구팬들 사이에서 메이저리거 출신 타자들을 위트 있게 부르던 "형, 저 메이저리거예요(형저메)"라는 별명이 이제는 케스턴 히우라를 장식하는 가장 완벽한 칭호가 됐다. 총액 50만 달러를 투자해 장타력 하나만 보고 데려온 히우라는 초반 적응기 동안 쏟아진 '하이 패스트볼 약점' 비판을 단 일주일 만에 홈런포와 3안타 경기로 침묵시켰다.
선발 케니 로젠버그의 5실점 부진 속에서도 타선의 힘으로 NC를 꺾고 끝내기 발판을 마련한 히우라의 방망이가 최하위 키움 히어로즈의 6월 대반격 서막을 화려하게 열어젖혔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