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스물 아홉, 인생의 길모퉁이를 만났다. 스스로의 각오를 다지며 데뷔전만 기다렸는데, 뜻하지 않게 미뤄질 상황이다.
KBO리그는 5~6일 이틀간 짧은 '여름휴가'를 갖는다.
상상을 초월하는 더위에 KIA 타이거즈와 NC 다이노스는 3일 연속 '폭염 취소'를 경험했고, 급기야 4일 인천 SSG 랜더스-LG 트윈스전에선 야구를 지켜보던 팬들 중 심정지로 이송되는 환자가 나오기도 했다.
이에 따라 KBO는 오는 6일 긴급 실행위원회를 개최하는 한편 이틀간 전국에서 열릴 예정이던 5경기를 모두 취소한 것.
덕분에 뜻하지 않은 피해자가 나왔다. 오는 7일 한국 야구 데뷔를 준비중이던 KT 위즈 데이비스 대니엘이다.
폭염취소로 인해 대니엘의 등판 일정은 물음표로 바뀌었다. 5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만난 대니엘은 "아직 새로운 등판 일정에 대해서는 듣지 못했다. 날씨가 덥긴 해도 난 애틀랜타 출신이라 괜찮다"면서 "수원 홈팬들 앞에서 하루빨리 던지고 싶다"며 의욕을 불태웠다.
대니엘은 전날 첫 불펜투구에 나섰다. 포심, 투심, 컷패스트볼, 체인지업, 스위퍼, 커브 등 자신이 던질 수 있는 모든 구종을 테스트했다.
총 30구를 던졌다. 그는 "첫 불펜피칭이 생각보다 좋아서 만족스럽다. 몸상태도 좋고, 구위도 마음에 든다"며 미소지었다.
스스로를 "커맨드가 좋은 투수다. 빠르게 승부를 볼줄 안다"고 소개했다. 이강철 감독은 '짝퉁 매덕스'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만큼 날카로운 컨트롤에 대한 기대가 컸는데, 막상 불펜투구를 해보니 구위도 생각보다 좋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위닝샷을 꼽자면 체인지업이다. 스위퍼도 오른손 타자 상대로는 좋지만, 역시 가장 좋은 변화구는 체인지업이다. 직구도 어제는 최고 145㎞까지 나왔는데, 평소에는 90~93마일(약 144~150㎞) 정도다. 아마 홈경기 만원 관중 앞에서 던지면 아드레날린이 솟으면서 150㎞까지 던지지 않을까. 첫 등판에선 80~85구 던질 예정이었다.."
KT 구단은 커리어 내내 선발로 뛰어온 투수라는 점에서 대니엘에게 높은 점수를 줬다. 다만 한국 리그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고. 대니엘은 "지금 영상을 많이 챙겨보며 한국 타자들의 성향을 조금씩 알아가는 중이다. 마침 폭염취소가 됐으니 열심히 준비하겠다"면서 "키움에서 뛰었던 로젠버그나 와일스와 친해서 한국 이야기를 많이 전해들었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다른 한국의 ABS존에 대해서는 "한국 포수들은 미국에 비해 홈플레이트에서 더 뒤쪽에 앉는 것 같다. 상하로 떨어지는 공은 다를 수 있는데, 좌우는 비슷할 것"이라며 "구장마다도 ABS존이 다르다고 하던데, 나는 제구력이 강점인 투수다. 오히려 내겐 장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도 드러냈다.
"날 선택해준 KT에게 감사드린다. 또 우리가 1위팀 아닌가. 내가 없을 때 1위가 됐으니, 내가 온 만큼 그 1위를 지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하루하루가 무척 흥분된다.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내겠다."
광주=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