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불과 일주일 사이에 30경기가 취소됐다. 일정 재편성과 더불어 10개 구단도 뜻밖의 '브레이크'를 맞이했다.
지난 4일 인천 SSG랜더스필드 관중석에서 20대 남성 관중이 온열질환 중증세로 심정지가 왔다가 CPR을 받고 회복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날 광주와 잠실은 KBO가 발표한 규정에 따라 일찌감치 폭염 취소가 됐었지만, 폭염경보였던 인천은 취소 대상이 아니었다. 경기를 정상적으로 진행했으나 온열질환 증세를 호소하는 관중이 20명이 넘었고, 그중 2명은 중증이었다. 다행히 생명에 지장은 없었으나 모두가 깜짝 놀란 사고였다.
KBO는 연일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자 긴급 대책 마련에 나섰다. 5일과 6일 KBO리그와 퓨처스리그 전 경기를 취소했고, 6일 긴급 실행위원회를 열었다. 회의 결과 폭염이 이번 주말까지 이어지는데다 안전 대책 보강을 위해 9일까지 예정된 모든 경기를 취소하고, 11일부터 KBO리그를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또 8월 남은 경기와 9월 6일까지의 모든 경기 개시 시간을 오후 7시(고척 제외)에 시작하기로 했다. 퓨처스리그는 8월 10일까지 전 경기가 취소됐고, 이후 경기는 시간을 변경했다.
지난 1일 부산 삼성-롯데전이 올 시즌 첫 폭염 취소 경기였는데, 불과 일주일 사이에 총 30경기가 폭염으로 인해 취소가 선언됐다. 물론 안전을 위해서 내린 결정이고, 해가 갈 수록 폭염의 정도가 심해지는데다 돔구장이 1개 뿐인 KBO리그 상황을 고려했을때 충분한 대비가 필요한 것은 맞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현장은 휴식 이후의 변수 계산에 나서야 한다. 현재 대부분의 팀들이 사실상 올스타 브레이크와 맞먹는 휴식기를 갖게 됐다. 특히 KIA 타이거즈와 NC 다이노스의 경우 1일과 2일에 이어 4~6일, 7~9일까지 최근 8경기가 연속 취소 됐다. 선수들의 경기 감각 걱정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른 구단들도 최소 5경기 이상 연속 취소가 되는만큼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
대부분의 구단은 경기가 취소된 기간에 1~2일 짧은 휴식과 더불어 자체 훈련 스케줄을 실행하기로 했다. 롯데 자이언츠만 유일하게 예정대로 수원 원정길에 올랐고, 수도권 연전을 고려해 수원에서 KT 구단의 양해를 얻어 자체 훈련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장 분위기는 반반이다. "폭염의 강도가 너무 심하기 때문에 지금은 쉬어가는 게 맞다"는 의견도 있지만, "생각보다 취소되는 경기수가 많아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도 읽힌다. 실행위원회 회의에서도 주말 3연전을 전부 취소하는 것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보강 준비 시간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결국 취소가 결정됐다.
이번 휴식기가 향후 순위 싸움에도 지각 변동을 줄 수 있다. 특히 후반기 꼴찌 성적을 기록 중인 LG 트윈스는 연패의 피로감을 덜 수 있는 기회고, LG 뿐만 아니라 최근 성적이 주춤했던 팀들 역시 재정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그밖에도 주축 선수들이 지쳐있는 팀들 입장에서는 일단 며칠의 휴식이 회복에 충분한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핵심 전력 선수들이 다음달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소집되는 팀들은 고민이 깊어졌다. 현재까지 취소된 경기들이 9월말 혹은 그 이후에 편성된다면, 주축 선수들이 빠진 채 치러야 하는 경기수도 점점 늘어나는 셈이다.
특히 현재까지 95경기를 치르며 가장 적은 경기를 소화한 NC는 아시안게임에는 주전 유격수 김주원 한명만 차출될 예정이지만, 최고 핵심 선수인만큼 우려는 분명히 존재한다. 더불어 정규 시즌 막바지까지 5강 싸움이 진행된다면, 경기수가 많을 수록 투수 운용에 있어 불리한 것도 사실이다.
전반적으로는 경기 감각이 가장 걱정이다. 시간이 흐를 수록 타자들의 타격감 뿐만 아니라 투수들 역시 감이 하락하기 때문에 긴 휴식이 마냥 달갑지는 않지만, 부상 선수들이 많은 팀에게는 또 호재가 될 수 있다. 양날의 검이 될 폭염 브레이크. 다음주부터 재개될 순위 경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만들어졌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