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지난 2일 부산 삼성 라이온즈전 9회초, 마운드에 직접 올라선 롯데 자이언츠 김태형 감독이 입을 가리고 있던 마무리 김원중의 글러브를 오른손으로 잡아 끌어내린 장면은 야구팬들 사이에서 화제를 모았다. 사령탑의 서슬 퍼런 카리스마와 함께 과연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수많은 추측이 쏟아졌다.
이후 4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3대2 승리를 끝까지 지켜내며 시즌 5번째 세이브를 올린 김원중이 이 화제의 장면과 사령탑의 묵직한 당부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가 느낀 사령탑의 손길은 비난이나 질책이 아닌, '수호신'을 향한 깊은 신뢰와 메시지였다.
경기 후 만난 김원중은 '글러브 내리기' 화제의 장면에 대해 담담하면서도 진심 어린 고마움을 전했다. 김원중은 "그 장면이 이렇게 큰 이슈가 될 줄은 정말 몰랐다"며 "감독님께서 오셔서 '정신 차리고 마운드에서 조금 더 집중하라'고 말씀해 주신 것 외에는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저 잘 되라고 해 주신 말씀이고, 신뢰를 보내주신 표현이라고 생각한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어 "평소에도 감독님께서 '네가 마운드에서 흔들리면 동생들과 팀원들이 어떻겠냐, 네가 중심을 더 단단하게 잡아줘야 한다'고 늘 말씀해 주신다"며 "중요한 상황에 마운드에 올려주시는 것 자체가 감독님의 큰 믿음이기 때문에 너무 감사할 따름이다"라고 강조했다.
김태형 감독 역시 이 장면에 대해 '마무리 투수의 책임감'을 짚었다.
김 감독은 "각 팀 마무리들이 가장 중요한 게 톱타자(선두 타자)를 잡느냐 못 잡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 선두 타자를 잡으면 99%는 쉽게 끝나지만, 주루를 허용하면 블론세이브가 나오거나 어렵게 간다"며 "마무리는 팀의 고참이고 밑에 어린 동생들이 다 보고 있다. 마음대로 피칭이 안 된다고 행동으로 표출되면 안 된다는 점을 지적해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 시즌 김원중은 팀 사정에 따라 중간 계투와 마무리를 오가는 보직 변동 속에서도 44경기에 출전해 1승 3패 5세이브 12홀드 평균자책점 3.66을 기록하며 롯데 마운드의 허리와 뒷문을 든든히 지키고 있다.
4일 키움전에서도 1점 차 피 말리는 9회에 등판해 1이닝 2안타 1탈삼진 무실점으로 승리를 지켜냈다. 김원중은 "앞 투수들이 워낙 잘 막아줬기 때문에 9회에는 무조건 위기가 오겠다고 마음을 먹고 마운드에 올랐다"며 "힘든 상황이었지만 포수와 야수들을 믿고 던진 덕분에 잘 막아내서 기분 좋다"고 되짚었다.
마무리 투수로서 느끼는 중압감에 대해서는 "그런 부담감을 다 느끼면 그 자리를 지킬 수 없다. 무조건 막는다는 자신감만 가지고 마운드에 선다"며 "모두가 보시기 편하게 이기면 가장 좋겠지만, 상대 타자들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일단 팀 승리를 지켜냈다는 사실에 감사함이 가장 크다"고 털어놨다.
김원중은, 이제 5강 진입을 향해 남은 40여 경기에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그는 "팬들에게 항상 '가을야구를 보여드리겠다'고 약속드리는데 참 쉽지 않아 늘 죄송한 마음뿐이다"라며 "하지만 아직 끝난 게 절대 아니다. 남은 40여 경기에 내 몸을 불살라서라도 더 많이 마운드에 올라가 더 많이 막아내겠다. 끝까지 달려가겠다"라고 출사표를 던졌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