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전혀 생각지 못한 행운이 찾아왔다. 배지환이 올시즌 처음으로 메이저리그 그라운드를 밟았다. NL 동부지구 '꼴찌' 뉴욕 메츠에서 방출된 배지환이 메이저리그 '최강' 밀워키 브루어스로 둥지를 옮겼다.
배지환은 10일(이하 한국시각) 밀워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하고 곧바로 메이저리그 26인 로스터에 올랐다. 이날 밀워키는 햄스트링 부상을 입은 유격수 쿠퍼 프랫을 10일 부상자 명단(IL)에 올리고, 좌완 투수 드류 롬을 지명할당으로 풀어 40인 로스터에서 배제했다. 배지환을 영입한 뒤 내린 후속 조치.
그리고 배지환은 이날 홈구장 아메리칸 패밀리필드에서 열린 미네소타 트윈스와의 경기에 3-3으로 맞선 7회초 수비 때 2루수로 교체 출전했다. 타순은 8번. 그리고 이어진 7회말 1사후 그토록 기다렸던 시즌 첫 메이저리그 타석에서 섰다.
그는 좌완 AJ 민터가 초구 90마일 커터를 바깥쪽 스트라이크존으로 던지자 재빨리 번트 자세로 바꿔 정확하게 끌어당겨 1루 라인 안쪽을 흐르는 타구로 연결했다. 그리고 전력질주로 1루에서 세이프됐다. 1루수 빅터 카라티니가 달려나와 재빨리 잡아 베이스커버를 들어온 2루수 로이스 루이스에 정확하게 송구했지만, 배지환의 발이 빨랐다.
시즌 첫 타석이 번트 안타로 1루 더그아웃 동료들이 환호와 박수로 배지환의 밀워키 데뷔 타석을 축하해줬다. 배지환은 이어 데이비드 해밀턴의 희생번트로 2루로 진루했지만, 후속타 불발로 홈을 밟지는 못했다.
그리고 3-3의 균형이 이어지던 9회말 무사 1루서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선 배지환은 1루 쪽으로 희생번트를 성공해 1루주자 크리스티안 옐리치를 2루로 보냈다. 그러나 밀워키는 또 득점에 실패했다. 결국 밀워키는 연장 10회말 1사 1,2루서 제이크 바우어스의 끝내기 안타에 힘입어 4대3으로 승리했다.
배지환에게는 꿈같은 하루였다.
지난 5일 메츠에서 방출된 뒤 밀워키로부터 오퍼를 받고 계약하기로 한 배지환은 이날 오전 아메리칸 패밀리필드에 도착해 동료 및 프런트와 인사를 나눈 뒤 경기 시작 1시간을 앞두고 로스터 등록 및 교체 출전을 통보 받았다. 밀워키는 피츠버그에 이어 빅리그 도전 기회를 준 두 번째 팀이 됐다.
2017년 12월 125만달러의 사이닝보너스를 받고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 입단한 배지환은 5년 가까운 세월을 마이너리그에서 보내다 2022년 9월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2023년에는 111경기에 출전해 타율 0.231(334타수 77안타), 2홈런, 32타점, 54득점, 24도루를 올리며 성공 시대를 여는 듯했으나, 더 이상 성장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마이너리그를 전전했다.
부상까지 겹치면서 2024년에는 빅리그 29경기, 2025년에는 빅리그 13경기 출전에 각각 그쳤다. 결국 피츠버그는 지난해 시즌이 끝난 뒤 재계약 대상자에서 제외돼 웨이버 공시된 뒤 메츠에 새 둥지를 틀었다.
하지만 그는 올해 빅리그에 한 번도 오르지 못했다. 트리플A 시라큐스에서 91경기에 출전해 타율 0.257(315타수 81안타), 5홈런, 32타점, 59득점, 36도루, OPS 0.728을 기록했다. 출루율도 0.360에 달했다. 나쁘지 않는 성적이었지만, 메츠에는 그의 자리가 없었다.
밀워키가 배지환을 영입한 것은 수비와 베이스러닝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메이저리그 경력은 부족하지만, 팀의 뎁스 측면에서는 활용가치가 있다는 평가다. 적어도 2루수, 중견수를 볼 수 있는 수비력을 갖고 있고, 빠른 발은 메이저리그 정상급이다. 밀워키에서 활약하는 한국인 빅리거로는 최지만에 이어 배지환이 두 번째다.
밀워키는 이날 현재 74승44패로 양 리그를 합쳐 1위를 달리고 있다. 포스트시즌 진출이 확정적이라 배지환이 메이저리그 가을야구를 처음으로 만끽할 수도 있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김하성,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송성문, LA 다저스 김혜성 등 한국인 빅리거 가운데 올해 포스트시즌서 뛸 확률이 가장 높다. 김하성과 김혜성은 로스터 등록 자체가 불투명하고, 송성문은 샌디에이고가 힘겨운 와일드카드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이정후는 팀이 포스트시즌을 포기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