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류지현 한국야구대표팀 감독이 안타까워할 만했다. 우완 파이어볼러 라일리 오브라이언(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오브라이언은 지난 3월 열린 2026년 WBC에서 태극마크를 달기 직전이었다. 오브라이언은 대회 규정에 따라 어머니의 나라인 한국을 대표하려는 의지가 강했다. 류 감독은 일찍이 오브라이언을 대표팀 마무리투수로 확정하며 기대감을 보였다.
하지만 오브라이언은 끝내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했다. 스프링캠프 기간 불펜 피칭을 진행하다 오른쪽 종아리에 통증을 느낀 것. 심각한 부상은 아니었지만, 세인트루이스는 올 시즌 마무리투수 유력 후보인 오브라이언이 굳이 WBC에 출전해 무리하길 원치 않았다. 이제 막 메이저리그에서 기회를 얻기 시작한 오브라이언도 구단의 결정을 따를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올해 WBC 대표팀에는 저마이 존스(보스턴 레드삭스) 셰이 위트컴(DFA) 데인 더닝(시애틀 매리너스) 등 미국 국적 선수 3명이 대거 태극마크를 달아 눈길을 끌었다. 세 선수 모두 어머니의 나라인 한국을 위해 뛰겠다는 의지가 강했고, 세 선수 모두 대표팀의 핵심 전력으로 힘을 보태며 8강 진출에 기여한 뒤 미국으로 돌아갔다.
한국은 국제대회에서 선발 마운드의 약세를 끝내 극복하지 못했지만, 오브라이언까지 함께할 수 있었다면 조금은 다른 결과를 기대할 수도 있었다.
오브라이언은 건강히 올 시즌을 맞이했고, 구단의 믿음 아래 마무리투수로 첫 풀타임 시즌을 보내고 있다. 48경기에 구원 등판해 3승4패, 29세이브, 1홀드, 47⅔이닝, 평균자책점 3.21을 기록하고 있다.
오브라이언은 내셔널리그 세이브 2위에 올라 있다. 1위는 현재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광속구 클로저 메이슨 밀러(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인데, 30세이브를 기록하고 있다. 오브라인언과는 단 1개 차이에 불과하다. 구위와 탈삼진 능력 등 세부 지표는 오브라이언과 밀러의 차이가 매우 크지만, 당당히 내셔널리그 세이브왕 경쟁을 하고 있다. 덕분에 올해 생애 처음 올스타로 선정되는 영광까지 누렸다.
오브라이언의 주 무기는 빠르고 날카로운 싱커다. 올 시즌 싱커의 최고 구속은 101.1마일(약 163㎞)까지 나왔고, 평균 구속이 98마일(약 158㎞)을 찍었다. 싱커의 비중이 60%에 이르고, 스위퍼와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을 구사하고 있다.
세인트루이스는 2023년 시애틀과 현금 트레이드로 오브라이언을 영입했다. 당시에는 빅리그 출전 기록이 단 2경기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메이저리그 42경기에 등판, 48이닝, 평균자책점 2.06을 기록하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덕분에 류지현 감독의 레이더에도 들 수 있었다.
오브라이언은 올 시즌 개막 후 13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 가면서 성공적으로 마무리 보직에 안착했다.
오브라이언은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와 인터뷰에서 "9회나 경기 후반 중요한 상황에 자주 등판할수록 점점 더 편안함을 느꼈다. 9회가 내 몫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보직에 적응해 나가면서 경기 준비와 정신적인 대비 측면에서도 모두 도움이 됐다. 이제는 마무리 보직에 완전히 익숙해진 느낌"이라며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꿈에 그리던 생애 첫 태극마크는 부상으로 무산됐지만, 오브라이언은 메이저리그에서 입지를 더 단단히 다지고 있다. 한국은 다음 WBC에 한번 더 오브라이언과 만남을 기대할 듯하다.
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