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조용한 괴물의 등장이다. 믿기지 않을만큼 안정적인 경기 운영 능력을 선보이는 고졸 신인 김민준이 놀라운 후반기를 이어가고 있다.
SSG 랜더스 김민준은 12일 인천 롯데 자이언츠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3안타(1홈런) 3탈삼진 1볼넷 1실점의 호투로 승리 투수가 됐다. 유일한 실점이 6회초 나승엽에게 허용한 솔로 홈런이었다. 그 외에는 물 흐르듯이 편안하게 아웃카운트를 빠르게 잡아나갔다. 제구가 좋은 게 밑바탕이 됐지만, 무엇보다도 경기를 끌어갈줄 아는 선발 투수로서의 확실한 덕목을 타고났다.
최근 4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선발 등판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라는 놀라운 기록이 이어지고 있다. 6월 9일 LG 트윈스를 상대로 프로 데뷔전을 치르며 3⅔이닝 5실점이라는 현실의 벽을 느꼈지만, 경험치가 쌓이면서 점점 더 안정적인 투구를 이어가고 있다. 데뷔 한달만인 7월 7일 두산 베어스를 상대로 6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첫 QS를 따냈고, 이후 6경기 중 5경기에서 QS를 기록했다. 7월 17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2이닝 5실점으로 조기 강판을 당한 것이 유일한 QS 실패 경기였다.
이숭용 감독도, 김민준을 만나는 상대팀 감독도 놀라워한다. 이제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19세 선수라고는 믿기지 않는 노련한 투구 내용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대구고 재학 시절에도 팀의 에이스로 활약하며 많은 경기를 던졌고, SSG 스카우트들이 평가한 최대 장점 역시 경기 운영 능력이었다. 보통은 프로에 오면, 기라성 같은 선배들 앞에서 자신이 가진 장점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는 신인들이 태반인데 김민준같은 경우에는 오히려 정반대다.
이 감독은 김민준에 대해 "인물이 하나 들어왔다"면서 "아프지만 않으면 정말 잘할 것 같다. 평소에는 조용조용하게 말하는데, 마운드에만 올라가면 크게 보인다. 예전부터 보면 이런 선수들이 꼭 성공하더라.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잠재력이)보였다. 어린 나이에도 마운드에서 하는 행동이나 경기 운영, 주자 묶어두는 게 거의 베테랑 수준에 가깝지 않나 싶다. 저번에도 밸런스를 못찾아서 무너져 진 적이 있는데, 그걸 바로 이겨내고 찾아내더라. 성장하고 있구나 싶었다"며 감탄을 감추지 못했다.
7월부터 지금까지의 내용만 보면 신인왕에도 도전해볼 수 있을만큼의 임팩트다. 그런데 아직 표본이 상대적으로 적다. 부상으로 인해 시즌 출발이 늦었고, 1군 등록도 6월초에서야 가능했다.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두각을 드러냈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불리하다.
현재까지 신인왕 레이스는 한화 이글스 포수 허인서가 가장 앞서있다. 15홈런-3할을 치고있는 포수로 신인왕에 어필할 수 있는 요소들이 확실한 최대 경쟁자다.
물론 김민준도 지금의 페이스를 시즌 끝까지 유지한다면 투표 향방이 어떻게 바뀔지는 누구도 속단할 수는 없다. 김광현에 최정까지 부상으로 인해 시즌 아웃됐고, 현재 9위로 처져있는 SSG지만 김민준의 등장으로 미래는 한층 밝아졌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