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삼성 라이온즈의 타선의 중심을 잡아줘야 할 '가을영웅' 김영웅과 르윈 디아즈의 타격감이 바닥을 치고 있다.
급기야 디아즈는 12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되는 수모까지 겪었다. 팀이 선두 탈환을 위해 치열한 승부를 벌이는 시점. 두 왼손 거포의 동반 부진은 삼성 박진만 감독의 고민을 깊어지게 하고 있다.
'포스트시즌 폭격기' 김영웅과 디아즈, 이미 검증된 클러치 히터
불과 지난해 가을, 두 선수는 삼성의 가을전설을 이끈 주역이었다.
김영웅은 한화와의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믿을 수 없는 연타석 3점 홈런으로 6타점을 쓸어담으며 가을영웅으로 등극했다.
디아즈 역시 가을야구 무대에서 압도적인 파워와 높은 찬스 해결 능력을 선보이며 역대 최초 '50홈런-150타점' 신기록 보유자 다운 활약을 선보였다. SSG와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8회 결승 투런홈런으로 업셋 시리즈를 완성하며 팀을 플레이오프에 올려놓았다.
이 두 선수가 살아나야 우승을 꿈꾸는 삼성 가을야구에 희망이 있다.
볼에 손나가는 악순환… 박진만 감독 "볼을 친다"
그러나 올 시즌 두 선수는 심각한 타격 슬럼프와 함께 심리적 불안감에 갇힌 모양새다.
치기 좋은 공이 오면 움찔하고, 망설임에 타이밍이 조금씩 늦어 파울이 되면서 볼카운트가 몰린다. 결국 나쁜 유인구 볼에 손이 나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12일 디아즈를 선발에서 제외한 박진만 감독은 "볼에 손이 나간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이게 다 멘탈 문제다.
배트란 도구를 사용하는 타자는 심리가 몸을 지배한다. 마음이 위축돼 있으니 부담감의 무게 만큼 스윙이 가벼울 수가 없다.
두 선수 모두 타석에서 자신감을 잃고 불안감에 지배당하면서 '가볍게, 멀리' 보내는 자신의 호쾌한 스윙 메커니즘의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생각보다 여린 선수들"… 비난 대신 필요한 '기다림과 격려'
부진의 이면에는 성격적 요소와 심리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삼성 구단 관계자는 "디아즈가 보기와 달리 생각보다 마음이 여리다. 김영웅 역시 마찬가지"라며 팬들의 비난에 선수들이 적잖은 심리적 부담을 느끼고 있음을 언급했다.
야구는, 특히 타격은 보편적인 사이클을 탄다. 바닥을 찍으면 반드시 올라오기 마련이다.
바닥을 찍고 오름세로 돌아서 자신감만 되찾는다면, 단 한 방의 클러치 홈런으로 경기 판도를 뒤바꿀 수 있는 게임체인저들이다.
압도적 클래스를 이미 지난 가을에 스스로 입증했던 선수들.
필요한 건 멘털적인 측면의 자신감 회복이다.
주위의 도움이 절대 필요하다.
바닥을 찍고 암중모색 중인 두 영웅에게 진짜 필요한 것은 거친 비판이 아니다. 팬들의 박수와 따뜻한 기다림, 오로지 그 한 가지뿐이다.
당장 다소 아쉽더라도 지난해 가을 삼성 팬들에게 행복감을 선사한 두 선수가 불안의 덫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시간을 주는 건 어떨까.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