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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m만 쳐라" 홈런왕 깨운 토종 최고타자의 한마디, 856일 만에 5안타 투하 캡틴의 진심과 솔선수범

14일 한화전을 마친 구자욱. 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14일 한화전을 마친 구자욱. 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 "큰 거 필요 없다, 50m만 보낸다 생각하고 쳐라."

삼성 라이온즈의 '캡틴' 구자욱(33)이 깊은 슬럼프와 마음고생에 시달리던 외국인 타자 르윈 디아즈에게 건넨 한마디였다.

안쓰러움에 먼저 다가간 한마디. 진심이었다. 단순한 격려를 넘어, 본인이 수많은 터널을 지나며 선배들과 코칭스태프로부터 받은 조언에서 우러나온 진심 어린 조언이었기에 그 가치는 더욱 특별했다.

구자욱은 1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홈경기에 3번 좌익수로 선발 출전, 멀티 홈런 포함, 5타수 5안타(2홈런) 3타점 2득점의 그야말로 '미친 활약'을 펼치며 팀의 8대5 승리를 견인했다.

"50m만 쳐라" 홈런왕 깨운 토종 최고타자의 한마디, 856일 만에 5안타 투하 캡틴의 진심과 솔선수범

856일 만의 '5안타 맹폭' 안방을 매료시킨 캡틴의 쇼타임

이날 구자욱의 방망이는 초구부터 불을 뿜었다.

1회말 첫 타석에서 상대 선발 짐머맨을 상대로 내야 안타로 팀의 첫 안타를 터뜨리며 기분 좋게 출발했다.

0-0의 균형이 이어지던 4회에는 짐머맨의 몸쪽 커브를 결대로 잡아당겨 오른쪽 담장을 넘기는 시즌 11호 선제 솔로포를 쏘아 올렸다. 경기 물꼬를 튼 결승타였다.

5회말에는 강민호 이재현 백투백 홈런 이후 이어진 타석에서 우전 적시타로 1타점을 추가했다. 7-1로 크게 앞선 6회말 대형 우월 솔로포(시즌 12호)로 쐐기를 박으며 멀티 홈런을 완성했다.

8회초 마지막 타석에서도 우전 안타를 추가하며 5타수 5안타 경기를 마쳤다.

구자욱이 한 경기 5안타 이상을 기록한 것은 지난 2024년 4월 10일 사직 롯데전(당시 6타수 6안타) 이후 856일 만. 팀이 가장 필요로 할 때 캡틴다운 전설적인 화력을 선보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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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m만 쳐라"… 디아즈를 깨운 한마디

경기 후 만난 구자욱의 5안타의 기쁨보다 팀을 앞세웠다.

특히 전날 후반기 첫 홈런으로 깨어난 동료 디아즈를 향한 깊은 애정이 묻어났다. 전날(13일) 광주 KIA전에서 후반기 마수걸이 동점 3점 홈런을 터뜨린 뒤 더그아웃에서 무릎을 꿇었던 디아즈. 디아즈는 인터뷰에서 "구자욱 선수가 해준 조언이 큰 힘이 됐다"며 고마움을 전한 바 있다.

구자욱은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수줍게 미소를 지었다. 그는 "경기 전부터 디아즈가 고민이 정말 많아 보였다. 주변 말이나 시선에 신경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해줬다. 팀과 본인을 위해 어떻게든 보여주려 노력하는데 답답해하더라. 타국에서 얼마나 외롭겠나. 그래서 다가가서 기분을 풀어주고 싶었다"고 캡틴 다운 배려를 보였다.

구자욱이 디아즈에게 건넨 핵심 조언은 '비거리 내려놓기'였다.

그는 "그냥 큰 거 필요 없다, 그냥 안타 친다 생각하고 '50m만 쳐라'라고 했다"고 말했다.

취재진이 "본인도 지금 50m만 친다 생각하고 치는데 홈런이 되는 것 아니냐"고 묻자 구자욱은 "저 역시 안 좋을 때가 당연히 있었다. 그럴 때마다 선배님들과 코치님들께 들었던 조언들이다. 제가 감히 디아즈에게 조언할 위상은 아니지만, 제가 겪었던 경험이었기에 해줄 수 있었던 이야기였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50m만 쳐라" 홈런왕 깨운 토종 최고타자의 한마디, 856일 만에 5안타 투하 캡틴의 진심과 솔선수범

홈런 욕심 대신 '팀' 캡틴이 보여주는 진정한 리더십

올 시즌 구자욱은 장타 욕심을 버리고 팀 공격의 연결고리 역할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지금 저는 홈런을 많이 치는 유형의 타자는 아니다. 저희 팀에는 이미 홈런왕 출신 거포들이 많다. 게다가 제 앞뒤로 빠른 주자들이 많기 때문에, 어떻게든 안타를 치고 나가 점수를 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포커스를 설명했다.

13일 KIA전 17호 스리런 홈런을 친 디아즈.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13일 KIA전 17호 스리런 홈런을 친 디아즈.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슬럼프에 빠진 외국인 동료의 외로움을 가슴으로 안아주고, 마운드와 타석에서는 스스로 솔선수범하며 856일 만의 5안타 맹타로 팀의 연승을 이끈 구자욱.

"50m만 치라"던 캡틴의 묵직한 진심과 실천이 선두 재탈환을 노리는 삼성 라이온즈의 후반기 레이스에 가장 강력한 엔진이 되고 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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