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프로 선수답게만 하자고 했는데, 내가 기대한 것보다 잘되고 있다."
KIA 타이거즈 외야수 박재현이 KBO 역대 2위 진기록을 눈앞에 두고 있다. 만 19살 나이에 20홈런-20도루에 도전하고 있다. 여름 들어 잠시 주춤했던 박재현은 최근 다시 홈런을 생산하기 시작하고, 체력을 회복하면서 다시 활발히 뛰고 있다. 15홈런-19도루를 기록, 고지가 머지않았다. 다음 달 아시안게임 대표팀 차출이 유일한 변수다.
박재현은 KIA 간판타자 김도영의 기록에 도전한다. 김도영은 2024년 MVP 시즌에 역대 최연소 2위 20-20을 달성했는데, 달성 당시 나이 20세8개월21일이었다. 역대 최연소 1위는 1994년 LG 트윈스 김재현으로 당시 나이 18세11개월5일이었다. 박재현은 올 시즌 안에만 달성하면 만 19세로 김도영의 기록을 깬다.
올봄까지도 KIA가 젊고 유망한 호타준족을 2명이나 보유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범호 KIA 감독은 지난해 신인이었던 박재현의 가능성에 주목했는데, 프로의 벽을 넘지 못했다. 지난 시즌 58경기에서 타율 8푼1리(62타수 5안타)에 그쳐 주목을 받지 못했다.
올해 개막할 때만 해도 KIA는 좌익수 해럴드 카스트로-중견수 김호령-우익수 나성범으로 외야진을 꾸렸다. 베테랑인 나성범이 지명타자로 출전할 때 대체선수 1순위는 오선우였다.
그러나 오선우가 극심한 타격 슬럼프에 빠지고, 또 다른 선택지였던 박정우도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면서 막내한테까지 기회가 왔다. 박재현은 선발로 기회가 주어지자마자 꾸준히 안타를 생산하며 눈도장을 찍더니 빠른 발로 상대 배터리를 부지런히 흔들며 이 감독을 웃게 했다. 박찬호가 두산 베어스로 FA 이적하면서 공석이었던 1번 타순에 박재현이 들어가자 타선 전반적으로 공격력이 살아났다.
박재현은 108안타를 기록, 프로 2시즌 만에 100안타 고지를 밟았다. 99안타에서 100안타까지 가는 길이 험난하긴 했지만, 100안타를 채운 이후로는 거의 매 경기 멀티히트 행진이다.
이 감독은 "확실히 (박)재현이가 잘 쳐주면 팀이 점수를 내는 게 달라지는 상황이 생긴다. 재현이가 나가 있으면 점수 낼 수 있는 루트가 많아진다. (발이) 빠른 선수들이 앞에서 움직여 주면 볼 배합이 달라진다"며 흡족해했다.
박재현은 "내가 스스로 계속 '아홉수'라고 했더니 손승락 코치님께서 한번 따끔하게 이야기해 주셨다. 네가 말하는 대로 될 거라고. 훈련할 때 '100안타 친다'라고 말하고 치라고 하셔서 계속 그렇게 말하면서 쳤더니 진짜 말하는 대로 되더라"며 미소를 지었다.
1년 사이 급성장한 비결은 무엇일까.
박재현은 "솔직히 작년에 너무 못해서 그냥 올해는 프로 선수답게만 하자고 했다. 내가 기대한 것보다는 잘되고 있어서 아직 만족은 안 하지만, 그래도 스스로 마인드를 바꾼 영향이 있는 것 같다. 작년에 8푼 칠 때는 전광판만 보면 타석에 들어가는 게 무서웠다. 내 OPS가 0.200 이랬는데, 전광판에 OPS가 나오는 구장이 있다. 누가 나한테 '재현이는 혼자 OPS가 아니라 타율 나왔냐'라고 했었다. 그래서 더 열심히 했던 것도 같다. 올해는 좀 안 돼도 밝게 하자고 생각했다. 물론 웨이트트레이닝이나 기술 훈련도 도움이 많이 됐지만, 심리적 영향이 많이 있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20도루는 자신 있다. 20홈런은 보너스로 생각하고 있다.
박재현은 "진짜 욕심 없다. 20홈런을 내가 의식하면 오히려 안 나온다. 사실 정말 10홈런에서 만족했다. (나)성범 선배님이 1군 올라간 첫 시즌에 14개를 쳤다고 한다. (난 15개니까) 목표를 진짜 다 이뤘다"며 웃은 뒤 "도루는 이제 다리도 쌩쌩하니까. 이제 틈만 나면 바로바로 뛸 생각"이라고 했다.
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