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KBO리그에서 활동한 외국인 지도자 중에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한국 선수와 깊은 인연을 이어온 인물이 있었을까.
2008년부터 2009년까지 KIA 타이거즈에서 투수코치를 맡았던 칸베 토시오씨 이야기다. 칸베 코치는 지난 8월 15일 별세했다. 향년 83세.
현역 시절 좌완투수로 활약한 칸베 코치는 KIA 투수코치 취임 당시 고졸 2년 차였던 양현종을 집중적으로 지도했다. 양현종은 2009년 시즌에 선발투수로 12승 5패를 기록. 처음으로 두 자릿수 승리를 달성했다.
그해 KIA는 12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했다. 양현종은 칸베 코치에 대해 "평범한 선수였던 저를 팀의 주축선수가 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셨습니다. 저를 만들어 주신 분이지요"라고 말했다.
양현종과의 인연은 칸베 코치가 한국을 떠난 후에도 이어졌다.
칸베 코치는 양현종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기도 했고, 2017년 KIA가 한국시리즈에 진출했을 당시엔 양현종의 초청으로 야구장에 왔었다. 또 양현종은 비시즌에 일본 효고현에 있는 칸베 코치의 자택을 방문한 적도 있다.
사실 칸베 코치는 양현종 뿐 아니라 다른 KIA 시절 동료들의 근황도 계속 궁금해 했다.
곽정철(현 한화 퓨처스 투수코치)의 몸 상태를 걱정하고, 투수코치로 함께 팀을 이끈 KT 위즈 이강철 감독이 WBC 대표팀 감독이 됐을 때 매우 기뻐했다.
칸베 코치와 KIA와의 관계가 이어진 배경에는 칸베 코치 주변 사람들의 존재도 있었다. KIA 한근고 육성팀 프로는 칸베 코치가 KIA 투수코치였을 때 통역을 담당했다. 한근고 프로는 그 임무가 끝난 후에도 칸베 코치와 깊은 관계를 유지하고, 일본으로 만나러 가기도 했다.
칸베 씨가 숨을 거둔 15일 밤 칸베 코치의 딸은 바로 한근고 프로에게 직접 부고를 전했다. 한근고 프로는 그 소식을 홍보 담당자에게 전달했다.
그 시각 광주 KIA 챔피언스필드의 마운드에는 양현종이 서 있었다. 구단 홍보 담당자는 양현종이 등판을 마친 후 칸베 코치의 부고를 전했다. 그렇게 양현종은 일본 야구인들보다 먼저 스승의 비보를 들었다.
16일 열린 장례식은 가족장으로 치러졌다.
장례식이 끝난 후 전화를 걸어온 칸베 코치의 딸은 밝은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가족들과 미소가 있는 장례식을 하자고 했습니다. 장례식장에는 아버지가 좋아했던 양현종 투수로부터 받은 글러브, 기념품들을 장식했습니다. 또 아버지가 입은 유니폼을 선수 시절부터 KIA 유니폼까지 모두 준비해 아버지를 보냈습니다."
칸베 코치의 딸은 생전 KIA 경기를 보고 싶어 했던 아버지의 바람을 이루어주기 위해, 인터넷 연결 등을 도와주기도 했다.
칸베 코치가 KIA에서 투수코치를 맡은 기간은 단 두 시즌.
그럼에도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양현종을 비롯한 KIA 식구들을 계속 아끼고 관심을 가져왔다. 칸베 씨는 영원한 타이거즈맨으로 눈을 감았다.
<무로이 마사야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