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오디세우스의 귀향길은 시련의 연속이다. 악몽 같은 여행을 끝내고 고향에 돌아온 것은 주인공 한명 뿐이다. 그래도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2026년 염갈량의 여행은 어떤 결말로 향할까. LG 트윈스는 후반기 시작과 함께 믿을 수 없는 추락을 경험했다. KT 위즈에게 4연패를 당했고, 이후 NC 다이노스, 한화 이글스에게 잇따라 시리즈 루징을 기록했다.
반전을 기대했던 폭염 휴식기 후 첫주에도 3승3패에 그쳤다. 그중 키움은 그나마 7월 이후 LG에게 3번의 위닝을 안겨준 팀이다. 반면 SSG 랜더스에겐 2022년 7월 이후 무려 1480일만에 시리즈 루징을 허용했다.
거듭된 시련에 시달린 LG도 한달만에 다시 출발점에 섰다. LG는 18일부터 KT 위즈, 한화 이글스와 잇따라 3연전을 치른다.
한달 사이 LG의 입지는 많이 달라졌다. 후반기를 시작할 당시 LG는 1위 삼성 라이온즈와 승차없는 2위였다. 전반기 마지막 시리즈에서 삼성에 아쉽게 위닝을 허용하며 1위 자리를 내주긴 했지만, 여전히 우승후보 1순위로 꼽히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염경엽 LG 감독은 전반기를 마칠 당시 "최저점을 겪은 선수들이 있지 않나. 후반기에는 달라진 모습을 보일 것"이라며 신뢰와 기대감을 표했다.
하지만 후반기 시작으로부터 한달, 기대를 모았던 주축 선수들은 여전히 힘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타선은 여전히 오스틴의 분투 속 박해민 송찬의 문정빈 정도가 뒷받침할 뿐, 기대를 모았던 박동원 홍창기 오지환 문보경 문성주 등의 부활은 이뤄지지 않았다. 투수진 역시 웰스는 끝내 부상으로 팀을 떠났고, 톨허스트 임찬규 역시 나란히 부진하다. SSG전에선 카라스코마저 무너졌다.
이제 LG는 3위다. 1위 KT와 2위 삼성은 아스라히 멀어졌다. 턱밑까지 쫓아온 4위 KIA 타이거즈와 5위 두산 베어스를 상대해야한다. 구단 역사상 5번째 우승을 말하던 LG 입장에선 이제 와일드카드전을 걱정하는 처지가 됐다. 사다리구조로 치러지는 포스트시즌 구조상 아래부터 올라가는 팀은 우승하기 어렵다. 최대한 높은 위치에서 시작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래도 거듭된 시련 속에서 부하들을 잃기만 했던 오디세이와는 다르다. LG는 이틀만에 아시아쿼터 보강이라는 기적을 이뤄냈다.
새롭게 합류한 존 케네디는 여러모로 독특한 선수다. 2m3의 거인 좌완인데, 릴리스포인트가 낮다. 스리쿼터보다 사이드암에 가깝다. 신장에 비해 아주 빠른 공을 던지는 스타일도 아니다.
염경엽 감독은 "디셉션이 아주 좋고, 독특한 투구폼을 가졌다. 불펜에서 1이닝 책임지는 역할을 기대한다"고 했다. 5선발은 박시원, 롱맨은 이정용이 채운다.
경남고 출신 2년차 신예 박시원 역시 1m93의 장신 투수다.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염경엽 감독은 "올해 목표는 70이닝 이상을 던지는 것이다. 그래야 내년에 풀타임을 할 수 있다. 볼넷만 줄이면 괜찮을 거라는 판단이 있고, 미래를 봐도 박시원을 쓰는게 맞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박시원은 지난해 1~2군을 합쳐 53이닝을 던졌다. 올해는 1군 31⅔이닝 포함 60이닝 정도를 소화했다. 박시원의 성장은 LG의 앞날을 향한 순풍이 될 수 있다.
영화에선 빠졌지만, 원작에서 오디세우스는 여행 초반 고향 이타카 귀환을 눈앞에 뒀다. 하지만 부하들의 과도한 욕심이 화를 불러 다시 지중해로 떠내려가고, 본격적인 시련을 겪게 된다. 그래도 아내 페넬로페가 오랜 고집을 꺾고 구혼자들의 제안을 받아들인 날, 가까스로 늦지 않게 도착했다.
LG도 원점에서 다시 출발한다. 아직 정규시즌 37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해피엔딩의 발판을 만들기엔 충분한 시간이다. 하지만 한번 더 떠내려간다면, 오디세우스와는 달리 너무 늦을지도 모른다. 지금부터가 중요한 이유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