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 포수 허인서(23)는 올 시즌 유력한 신인왕 후보다. 2002년 신인 2차 2라운드 지명으로 입단한 2003년 생 유망주가 5년차에 잠재력을 터트렸다. 99경기에서 타율 0.295-90안타-17홈런-61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73을 기록했다. 지난해까지 통산 28경기에 출전한 신인급 선수가 베테랑 최재훈(34)을 제치고 주전 포수로 도약했다. 차세대 주자로 기대하고 있었지만 누구도 예상 못한 빠른 성장세다.
수비적인 역할이 중요한 포수라고 해도 공격력이 따라줘야 기회가 가고 평가가 높아진다. 허인서는 상무를 거쳐 지난해 팀에 복귀했다. 타고난 자질도 좋지만 폭풍 성장의 디딤돌이 된 모멘텀이 있을 것이다.
요즘 일본프로야구(NPB)에서 홈런으로 주목받는 포수가 있다. 한신 타이거즈 포수 사카모토 세이시로(33)다. 1993년 생이다. 허인서보다 열 살 많다. 서른 넘은 이 베테랑 포수가 홈런으로 한신 팬들의 가슴을 뜨겁게 한다. 매년 홈런 1~2개를 치던 수비형 포수가 갑자기 영양가 높은 홈런을 쏟아낸다.
27일 열린 주니치 드래곤즈와 나고야 원정경기. 8회초 1사 1루에서 7번 사카모토가 좌월 홈런을 터트렸다. 주니치 좌완 하시모토 유키가 던진 시속 150km 빠른공을 완벽하게 당겨쳤다. 한신은 2-3으로 끌려가다 4대3 역전승을 거뒀다.
앞선 세 타석에서 범타에 그쳤다. 2회 헛스윙 삼진, 4회 1루수 땅볼, 6회 헛스윙 삼진으로 돌아섰다. 타격감이 좋은 편이 아니었다. 그러나 결정적인 한방으로 2연패 중인 팀을 구했다. 사카모토는 "앞선 타석에서 못 쳐 뭔가 해보고 싶었다"라고 했다.
메이지대학을 졸업하고 2016년 신인 2지명으로 입단했다. 입단 10년차인 지난해 117경기에 출전해 84안타를 쳤다. 출전 경기와 안타 모두 개
인 최다 기록이다. 센트럴리그 '베스트9'에 올랐고 두 번째 골든글러브를 받았다.
지난해까지 10시즌 통산 8홈런. 그런데 올 시즌 벌써 9개를 넘겼다. 8월 들어 7개를 때렸다. 이 중 3개가 팀 승리로 이어진 결승타다. 이러니 팬들이 두 눈 크게 뜨고 열광할 수밖에 없다. 8월 무더위를 날린 맹타다.
사카모토가 갑자기 뜨거워진 비결이 뭘까. 그는 살짝 농담을 섞어 "나보다 많이 치는 3~4번에 지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라고 했다. 강력한 중심 타자들의 맹활약이 자극이 된다는 설명이다. 중심 타선이 워낙 강해 뒤 타순에 기회가 돌아갈 수도 있다. 상대 투수의 집중력이 약화될 여지가 있다.
일본의 한 매체는 사카모토가 2023년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일본대표팀과 평가전 때 오타니 쇼헤이(32·LA 다저스)의 웨이트 트레이닝 모습을 보고 각성했다고 전했다. 사카모토는 이후 근력 운동에 집중하고 있다. 사카모토가 지난 7월에 열린 올스타전 때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베테랑 사카모토 하야토(38)에게 타격에 관한 조언을 들었다는 얘기도 있었다.
3번 모리시타 쇼타(26), 4번 사토 데루아키(27), 5번 오야마 유스케(32). 한신이 자랑하는 양 리그 최강 클린업 트리오다. 모리시타는 27일까지 타율 0.300-31홈런-70타점, 사토는 0.322-30홈런-83타점, 오야마는 0.273-15홈런-64타점을 기록했다.
사토와 모리시타가 타율-홈런-타점 1~2위를 휩쓸고 있다. 사토는 타율과 타점 1위-홈런 2위다. 모리시타는 홈런 1위고 타율과 타점 2위다.
강력한 중심 타선 뒤에 '복병' 사카모토가 도사리고 있는 타순이다. 그래서 더 무섭다.
연속 우승을 노리는 한신은 요미우리와 치열한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다. 27일 나란히 이겨 한신이 1.5경기 앞선 1위를 유지했다. 양 팀은 이번 주말 한신의 '안방' 고시엔구장에서 3연전을 치른다. 시즌 후반 우승 경쟁의 분수령이 될 수도 있는 맞대결이다. 중심 타선 뒤에서 사카모토가 지금처럼 해준다면 한신의 우승 가능성이 높아질 것 같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