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리그를 대표하는 최고 스피드 테이블세터를 보유한 삼성 라이온즈. 그런데 팀 내 도루 1위는 김지찬 김성윤이 아니다.
그럼 누구일까. '친한 형' 류지혁이다.
1일 현재 27도루와 4번의 실패. 성공률이 무려 87.1%에 달한다.
폭발적 스피드를 자랑하는 두 동생들에 비해 도루도 많고 성공률도 높다. 참고로 리드오프 김지찬은 20도루(87%), 김성윤은 17도루(77.3%)다.
폭발적 주력의 소유자가 아님에도 류지혁이 많은 도루를 실패 없이 할 수 있는 건 탁월한 센스와 감각의 덕분이다.
타이밍을 잡아 뛰는 눈썰미가 뛰어나다. 이 모든 공을 코칭스태프에 돌린다. "어느 타이밍에 가야하고 가지 말아야 하는지, 투수의 모션, 몇초가 걸리는지, 코치님들이 전력분석팀과 함께 진짜 많이 도와주신다. 감독님께서도 투수를 보면서 가야하는 상황과 안 가야 되는 상황을 알려주셔서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고 말했다.
도루 뿐 아니다. 공수주 모든 분야에서 활약이 대단하다.
1일 대구 롯데전에서도 전방위 맹활약으로 팀 승리를 견인했다.
27번째 도루로 개인 통산 한시즌 최다도루 신기록을 세우는 한편, 결승타와 쐐기 적시타를 포함, 3타수3안타 1볼넷 1도루 2타점으로 100% 출루 경기를 완성했다.
삼성은 1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3대0 완승을 거뒀다.
0의 균형이 이어지던 4회말 2사 1루에서 류지혁이 해결사로 나섰다. 1B2S의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1루주자 구자욱의 도루 스타트와 맞물려 로드리게스의 153㎞ 패스트볼을 가볍게 밀어 좌중간을 갈랐다. 스타트를 미리 건 구자욱이 여유 있게 홈을 밟으며 결승 선취점을 뽑았다.
2-0으로 앞선 8회말 1사 3루에서는 승부에 쐐기를 박는 중전 적시타까지 날렸다.
"지찬·성윤아, 나보다 빠르다는 말 하지 마라" 팀 내 도루 1위의 위엄
이날 류지혁의 활약은 방망이에만 그치지 않았다. 2회 첫 타석에서 볼넷을 골라 출루한 류지혁은 곧바로 시즌 27호 도루를 성공시켰다. 이는 삼성 이적 첫해인 2023년 세운 종전 개인 최다 도루(26개)를 넘어선 개인 한 시즌 최다 도루 신기록.
경기 후 인터뷰에서 독보적인 도루 성공률의 비결을 묻자 류지혁은 유쾌한 입담을 과시했다.
그는 "안 뛰는 척하다가 뛰다보니, 안 뛸 거 같은 얘가 뛰니까"라며 웃은 뒤, "(김)지찬이랑 (김)성윤이한테 장난으로 '나보다 빠르다고 하지 말라'고 한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실제 기록이 증명하듯 류지혁의 허를 찌르는 주루 센스는 팀 내 최고 수준이다.
상대 선발 로드리게스의 강속구를 공략한 상황에 대해서는 "공이 너무 좋아서 그냥 늦지만 말자는 생각으로 대응했는데 생각보다 멀리 나갔다"며 겸손한 소감을 전했다.
"뜬공은 디아즈가 콜하면 양보합니다" 유쾌한 내야 케미스트리
요즘 1루수 르윈 디아즈의 '영역 침범'이 잦아지고 있다. 1-2루 사이 뜬공만 나오면 디아즈가 멀리까지 와서 잡겠다고 콜을 한다.
마치 신경전을 벌이는 것처럼 보이는 장면에 대해 류지혁은 쿨하게 양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류지혁은 "디아즈가 뜬공을 정말 잘 잡는다. 그래서 코치님과도 다 이야기를 맞춰놨다"며 "손주인 코치님도 '디아즈가 콜하면 그냥 비켜주라'고 하셔서 편하게 넘기고 있다. 디아즈가 콜하면 내가 깔끔하게 비켜주는 룰"
이라며 팀 내 유쾌한 분위기를 전했다.
주루센스에 있어서는 부심이 가득하지만, 수비에서는 '뜬공 부심'이 있는 디아즈에게 기꺼이 양보하는 류지혁.
도루는 물론, 모든 수치에서 커리어하이를 향해가는 그의 알짜배기 활약이 우승을 향한 삼성의 발걸음에 엄청난 에너지원이 되고 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