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대체 외국인 투수로 합류해 삼성 마운드의 단비가 되어준 오스틴 보스(34)가 완벽한 '유종의 미'를 거두며 한국 무대에서의 첫 임무를 마쳤다.
보스는 1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주중 첫 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동안 102개의 공을 던지며 6안타 1볼넷 6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삼성은 보스의 역투 속 3대0 승리로 6연승을 달리며 선두 자리를 지켰다.
유독 컨디션이 좋았던 상대 선발 로드리게스(6이닝 2실점)와의 맞대결을 완승으로 이끈 보스는 시즌 2승째를 수확했다. 무엇보다 7이닝을 책임지며 불펜 소비를 최소화해 팀 상승세에 기폭제 역할을 해냈다.
데뷔 초기 3연패로 불안하게 출발했던 보스는 최근 3경기 동안 '5이닝 2실점 첫 승 → 6이닝 2실점 → 7이닝 무실점 2승'이라는 뚜렷한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불펜 피칭을 통한 로케이션 조정과 한국 타자들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맞아떨어지면서 빠르게 적응을 마치며 빅리그 17승 투수 다운 최상의 기량을 선보였다.
경기 후 보스는 이번 경기가 삼성에서의 마지막 등판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냐는 질문에 "마지막 경기인지 몰랐다"라며 담담한 소회를 전했다.
최근 3경기 급반등 비결에 대해 보스는 "몇 주간 불펜에서 공을 던지며 조정을 거쳤고, 타자들마다 어떻게 승부해야 하는지 알아가는 단계였다"라며 "전반부에는 타자 카운트에 몰려 스트라이크를 넣기 바빴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스트라이크존을 공격적으로 활용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며 적응 후 가파른 상승세의 비결을 설명했다.
후라도라는 굳건한 에이스가 있는 삼성으로선 손 쓸 방법이 없지만 리그 적응까지 마친 터라 떠나보내기 무척 아쉬운 선수. 시간이 흐를수록 KBO무대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실제 보스는 149㎞에 달하는 투심 패스트볼을 바탕으로 주무기인 춤추는 스위퍼, 140㎞대 커터, 체인지업, 커브까지 좌우 타자를 가리지 않는 현란한 변화구 조합을 선보였다.
공격적인 투구가 이어지자 타자들이 급해지며 빠르게 배트가 나오고 있다. 이닝을 늘려갈 수 있었던 이유.
특히 스위퍼는 우타자 외곽 공략 뿐 아니라 좌타자도 외곽 쪽을 파고드는 '백도어'로 활용하며 전천후 무기가 되고 있다. 황성빈을 루킹 삼진으로 솎아낸 바로 그 공이다. 매 이닝 끝날 때마다 연구하고 배우려는 성실한 태도까지 시간이 흐를수록 KBO에서의 성공 확률을 높이는 투수다.
"보스 마지막 승리를 꼭 지켜주고 싶었다"며 30세이브에 성공한 마무리 김재윤은 "여기 와서 워크에식도 정말 좋은 친구고, 항상 진지하게 운동하는 모습도 옆에서 지켜 보면서 배울 점이 많은 것 같더라. 그래서 좀 헤어짐이 아쉽긴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다른 팀에서라도 또 볼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큰 걱정은 안 하고 있다"며 웃었다.
아리엘 후라도의 주말 복귀로 아쉽게 삼성을 떠나게 됐지만, 보스의 KBO 커리어가 이대로 끝난 것은 아니다. KBO 관계자에 따르면 "부상 대체 외국인 선수는 웨이버 과정 없이 계약 종료 시 즉시 자유계약선수 신분이 된다"고 확인됐다.
당사자인 보스는 삼성과 계약해지 이후를 묻는 질문에 "KBO 룰이 정확히 어떻게 되는지, 다른 팀과 계약할 수 있는지 잘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냥 이 삼성 유니폼을 계속 입고 야구하고 싶다"고 말해 삼성 팬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비록 7월 말이 지나 가을야구 출전은 불가능하지만, 다음 시즌이나 올 시즌 남은 기간 동안 구단 사정에 따라 영입 경쟁 대상이 될 수 있다. 특히 경쟁력을 갖춘 선수를 경쟁을 피해 미리 확보하는 차원에서 이번 시즌 즉시 계약을 추진할 일말의 가능성도 열려 있다.
다만 보스를 올 시즌 당장 채용하기 위해선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는 가을야구 가능성이 희박해진 팀, 둘째는 외국인 교체 카드가 남아있는 팀, 셋째는 확실하게 교체할 외국인 투수가 있는 팀이다.
이 세 조건에 모두 부합하며 보스의 행선지로 압축되는 구단은 짐머맨의 한화 이글스, 비슬리의 롯데 자이언츠 정도다.
삼성과의 짧고 강렬했던 동행을 마친 보스가 과연 KBO리그의 다른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에 다시 서게 될지, 후라도 복귀 이후 보스의 거취에 야구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