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딱히 로망은 없어요."
KIA 타이거즈 좌완 곽도규는 마무리 보직에 욕심을 보이지 않았다. 당장은 내전근 부상을 회복하고 돌아왔기에 건강이 최우선이고, 또 팀 승리를 지킬 수 있게 힘을 보탤 수만 있다면 등판 순서는 상관없었다.
하지만 현재 KIA의 사정이 썩 좋지 않다. KIA는 1일과 2일 창원에서 이틀 연속 난적 NC 다이노스에 당했는데, 믿었던 필승조들이 흔들려 경기를 내주고 말았다.
1일 경기는 조상우의 제구가 흔들렸다. 선발투수 제임스 네일이 6이닝 3실점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고, 1-3으로 뒤진 7회 조상우가 등판했는데 볼넷 3개로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급히 제구가 좋은 성영탁을 올렸으나 NC 블레인 크림에게 만루포를 허용하는 바람에 2대7로 패했다.
2일 경기 흐름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선발투수 시라카와 케이쇼가 6이닝 2실점 쾌투를 펼쳤고, 전상현과 곽도규가 뒤이어 1이닝씩 깔끔하게 틀어막으면서 2-2 대등한 흐름이 이어졌다.
9회초 절호의 득점 기회를 날린 게 뼈아팠다. 선두타자 김호령의 안타, 김태군의 희생번트로 1사 2루가 됐다. 2사 후에는 박재현이 자동고의4구로 출루해 1, 2루 기회로 연결됐다. 2번타자 고종욱 차례. 앞선 4타석에서 전혀 결과를 내지 못했음에도 대타를 쓰지 않고 믿어봤지만, 결과는 유격수 땅볼이었다.
이범호 KIA는 9회말 마무리 이의리를 올렸다. 이의리는 선두타자 이우성의 타구가 중견수 김호령이 몸을 날렸는데도 포구하지 못해 안타가 되자 크게 흔들렸다. 블레인을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내보내 무사 1, 2루가 됐다. 박건우와 김휘집을 외야 뜬공으로 처리하긴 했지만, 볼은 여전히 많았다.
그러자 NC는 올해 KIA전에 강한 안중열을 대타 카드로 꺼냈다. 이의리는 본격적으로 공을 난사하기 시작했고, 또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줘 2사 만루 위기로 이어졌다. 다음 타자 김형준에게도 공 2개가 너무 높이 떴고, 결국 이 감독은 성영탁으로 바꿀 수밖에 없었다. 성영탁이 결국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해 2대3 끝내기 패했지만, 만루에서 2볼을 떠안고 투구를 시작한 성영탁을 탓할 수는 없었다.
이 감독은 이의리를 9회에 기용하면서도 "마무리"라고 못을 박진 않았다. 이의리는 구위보다는 멘탈이 더 중요한 투수기 때문. 사실상 마무리로 나가고 있지만, 부담을 느끼지 않게 하기 위해 애를 썼다.
시즌 초반 극심한 슬럼프에 빠졌던 이의리는 지난 6월 일본 단기 연수를 다녀온 뒤로 180도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후반기 시작과 함께 복귀해 8월까지 13경기에서 14⅔이닝, 평균자책점 3.07을 기록했다. KBO리그에서 시속 158㎞ 강속구 좌완을 볼 일이 잘 없는 상대 타자들은 당혹스러워했다.
2일 NC전처럼 제구가 안 잡히면, 이의리의 강속구도 무용지물이다. 이의리는 이날 23구를 던졌는데, 볼이 무려 16개였다.
이 감독은 다시 원점에서 마무리 고민을 이어 갈 듯하다. 최근 들어 이의리가 흔들리는 경기가 잦아지고 있기 때문.
KIA는 올해 벌써 수차례 마무리를 바꿨다. 개막할 때는 정해영이었고, 정해영이 지난 4월 2군에서 재정비를 시작하자마자 성영탁이 바통을 이어 받아 전반기 막바지까지 버텼다. 성영탁도 체력의 한계를 느끼면서 집단 마무리 체제를 유지해야 했고, 그러다 후반기에 반등한 이의리를 마무리처럼 썼다.
이 감독은 다시 한번 결단을 내려야 할 듯하다. 현재 마무리를 맡길 만한 가장 안정적인 카드는 곽도규다. 부상 복귀 이후에도 매우 안정적이다. 올 시즌 19⅔이닝, 평균자책점 1.83을 기록하고 있다. 이 감독은 부상 이탈 전까지 곽도규를 마무리 후보로 고려하고 있었다. 이의리가 마무리의 부담을 덜면 다시 7~8월의 위압감을 빠르게 회복할 수도 있다.
곽도규는 마무리와 관련해 "딱히 로망은 없다. 이기고 있을 때 던지는 투수이고 싶다. 보직을 맡고 싶다는 확고한 로망은 없다. 이길 때 함께하는 투수만 생각해서, 이기고 있을 때 던지면 행복할 것 같다"고 했는데, 팀 사정을 봐야 할 듯하다.
창원=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