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제가 더 빠를 것 같긴 한데요."
삼성 라이온즈의 리드오프 김지찬이 팀 내 도루 1위 선배 류지혁의 유쾌한 도발에 차분하면서도 단호하게(?) 반박했다.
스피드 만큼은 양보할 수 없다는 당연한 '팩트폭격'. 하지만 팀을 위해 늘 온 몸을 바쳐 솔선수범하는 선배를 향한 깊은 존경과 고마움을 함께 전했다.
"나보다 빠르다고 하지 마라" 류지혁의 도발, 리그 최고 준족의 답은?
사연은 이렇다. 지난 1일 대구 롯데전에서 시즌 27호 도루를 성공시키며 개인 한 시즌 최다 도루 신기록을 세운 류지혁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높은 도루 성공률(87.1%)의 비결을 묻자 "(김)지찬이랑 (김)성윤이한테 장난으로 '나보다 빠르다고 하지 말라'고 한다. 안 뛸 것 같은 애가 뛰니까 성공률이 높은 것"이라며 특유의 입담으로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리그 최고 수준의 스피드를 자랑하는 김지찬(20도루)과 김성윤(17도루)을 제치고 팀 내 도루 1위를 달리고 있는 류지혁의 유쾌한 '도루 부심'이었다.
2일 롯데전을 마친 뒤 만난 김지찬은 선배의 발언에 대해 "제가 더 빠를 것 같다"며 수줍게 웃으며 반박했다.
하지만 이내 진심 어린 고마움을 덧붙였다.
그는 "사실 저나 성윤이 형이나 주력을 바탕으로 더 많이 뛰어줘야 하는 포지션인데, 그러지 못할 때가 같아서, 지혁이 형이 팀을 위해 늘 열심히 뛰어줘서 늘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진심을 전했다.
홈런 빠진 사이클링히트, 8-5 승리 이끈 '맹폭'
김지찬의 팀을 생각하는 마음은 경기력으로도 고스란히 증명됐다.
김지찬은 2일 대구 롯데전에서 4타수 3안타 3타점 2득점으로 맹활약하며 팀의 8대5 승리와 함께 파죽의 7연승을 선봉에서 이끌었다.
특히 단타, 2루타, 3루타를 모두 터뜨리며 사이클링히트에 홈런 하나가 모자란 맹타를 휘둘렀다.
승부처였던 6회말 2사 만루에서는 바뀐 투수 현도훈의 초구 커터를 밀어 우중간을 완전히 가르는 싹쓸이 쐐기 3루타를 터뜨렸다.
김지찬은 "사실 좌투수가 올라올 줄 알았는데 우투수가 올라와 전력 분석 내용을 바탕으로 초구부터 치자고 생각했다. 외야를 넘겼다고 생각했지만 혹시 몰라 수비를 보며 끝까지 열심히 뛰었다"고 당시 상황을 짚었다.
"8경기 빠지지만 팀원 믿는다. 어디서든 최선 다할 것"
치열한 선두 싸움 속에서 김지찬의 시선은 오직 '팀 승리'에 맞춰져 있다.
다가오는 아시안게임 대표팀 차출로 인해 정규시즌 약 8경기를 비워야 하는 김지찬은 "매 경기 1승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뛴다. 제가 빠지는 8경기 동안 아쉬움은 있지만, 저희 팀 외야수들이 워낙 좋기 때문에 팀원들을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최)형우 형이 말했던 것처럼 KT가 못하길 바라기보다 우리가 잘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하고 있다. 제 위치에서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남은 시즌 최선을 다짐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