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 "감독님, 많이 좋아졌습니다. 이 친구 한번 쓰시죠."
KBO 리그를 대표하는 '포수 마스터' 롯데 김태형 감독이 2년 차 새내기 포수 박건우(23)에게 홀딱 반했다.
칭찬보다 불호령이 잦은 호랑이 사령탑의 마음을 움직인 건 용덕한 배터리 코치의 확신에 찬 추천이었다.
육성포수가 현역 시절 명포수로 이름을 날렸고, 두산 시절 수많은 포수를 길러낸 김태형 감독의 첫 눈에 들기는 쉽지 않았다.
박건우는 지난 캠프 내내 용덕한 코치와 함께 구슬땀을 흘렸다. 재능이 노력을 만나면서 폭풍성장이 이뤄졌다.
그 성장 과정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용덕한 코치가 감독실 문을 열었다.
그렇게 1군 기회를 잡은 박건우는 귀한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으며 용 코치의 안목이 틀리지 않았음을 입증하고 있다.
김태형 감독은 1일 대구 삼성전을 앞두고 팀 내 백업 포수진에 대해 깊은 만족감을 표했다.
김 감독은 "어린 얘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잘해주고 있다. 박재엽이는 처음부터 좋은 걸 갖췄다고 봤는데, 박건우는 진짜 처음 들어왔을 때보다 수비나 송구가 엄청나게 늘었다"고 긍정 평가했다.
박건우에 대해 김 감독은 "겨울 동안 준비를 정말 잘했다. 원래는 1군 수비나 송구, 포구 면에서 살짝 확신이 안 섰는데 용덕한 코치가 와서 '많이 좋아졌으니 쓰십시오' 하더라. 그래서 써봤더니 진짜 잘하더라. 많이 좋아졌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두 다리 다 꿇을 필요 없다" 고정관념 깬 용덕한 코치의 지도법
2일 대구 삼성전에서도 박건우의 존재감이 빛났다.
주전 포수 손성빈이 손가락 통증으로 빠지자 6회말 교체 출전한 박건우는 2-8로 뒤지던 8회초 양창섭을 상대로 깨끗한 좌전 안타로 물꼬를 텄다. 나승엽의 2루타 때 3루에 간 박건우는 레이예스의 적시타 때 홈을 밟아 2타수 1안타 1득점으로 기록했다.
박건우는 감독의 수비 칭찬에 대해 "늘었다기보다는 포수석에 앉아 있을 때 작년보다 편해졌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겸손해했다.
용덕한 코치에게 감사함을 잊지 않는다.
박건우는 "캠프 때 블로킹 훈련을 하는데 용 코치님이 '두 다리를 다 꿇고 블로킹하면 반응이 느린데 굳이 왜 그렇게 하려 하냐. 요즘은 한쪽 다리만 꿇는 블로킹도 많다'며 고정관념을 깨주셨다. 한쪽 블로킹을 적용해 보니 실제 반응 속도가 빨라졌고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비록 표본(22타수8안타)은 적지만 타율 0.364, OPS 0.846이 증명하듯 타격 재능은 확실하다.
박건우는 "카운트가 몰리면 불리하다고 어릴 때부터 생각해서 무조건 초구부터 공격적으로 치려고 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강민호 선배님 볼배합도 연구" 장충고 동창 박정민과의 호흡 기대
벤치에 머무는 시간이 많은 박건우의 머릿속은 온통 야구 생각 뿐이다.
상대 팀 베테랑 강민호의 볼 배합과 리드까지 유심히 관찰하며 전력 분석지를 놓지 않는다.
박건우는 "내가 나가든 다른 포수가 나가든 팀에 차이가 느껴지지 않게 하려고 공부를 많이 한다. 어제(1일) 강민호 선배님이 변화구를 과감하게 쓰시거나 반대로 가져가시는 모습을 보고 배우기도 했다"며 "한 번 나갔을 때 실수하지 않는 포수가 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장충고 동창인 투수 박정민과의 1군 호흡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박)정민이는 마운드에서 승부욕이 정말 세다. 삼진도 잡고 싶어 하고 공격적인 피칭을 좋아한다. 정민이랑 친하니까 계속 좋은 합을 맞춰나가고 싶다"며 웃어 보였다.
'포수 마스터' 김태형 감독과 용덕한 코치의 눈은 틀림이 없다.
'손성빈에 이어 롯데의 다음 포수는 박건우'라는 말이 야구계에 벌써부터 심심치 않게 들린다.
숙제였던 포수 고민을 해결하지 못한 채 오랜 기간 하위권을 맴돌던 롯데 안방에 한꺼번에 셋이나 되는 젊고 유능한 포수가 등장했다. 길고 길었던 안방 흑역사가 드디어 청산 수순에 접어든 모양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