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결국 명감독은 선수들이 만드는 것."
1-6으로 뒤지며 패색이 짙던 경기를 9-6으로 뒤집은 기적 같은 대역전 드라마. 7회 대타 카드 적중, 상대 투수 교체를 유도한 정밀한 수 싸움, 9회 페이크 번트 앤 슬래시 작전까지 이숭용 감독의 용병술은 그야말로 신들린 듯 완벽하게 맞아떨어졌다.
하지만 3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키움 히어로즈전을 앞두고 만난 SSG 랜더스 이숭용 감독은 자신의 지략 대신 선수들의 놀라운 집중력과 실행력에 공을 돌렸다.
이 감독은 6회말 여동욱에게 투런포를 맞아 1-6으로 벌어졌을 때 추격조를 몸 풀게 했다. 하지만 7회초 선두타자 박성한의 사구와 기예르모 에레디아의 2루타가 터지는 순간 승부의 냄새를 맡았다.
이 감독은 "7회 무사 2, 3루에서 벤치에 '여기서 2~3점은 더 날 것 같으니 불펜 준비를 바꾸자'고 지시했다"라고 돌아봤다. 추격조를 필승조로 바꾸는 순간이었다.
결정적이었던 7회 2사 1, 3루 대타 기용에 대해 "대타 오태곤을 준비시키면서 키움이 좌완 윤석원에서 우완 조영건으로 투수를 바꿔주기를 간절히 바랐다. 오태곤은 좌투수보다 우투수에 훨씬 강점이 있기 때문"이라며 "속으로 '제발 바꿔라' 했는데 진짜 조영건을 올리더라. 속으로 '이거 되겠다' 싶었다. 조영건으로 바뀌면서 뒤이어 좌타자 한유섬까지 대타로 쓸 수 있는 연쇄 시너지가 났다. 두이 감독은 9회 오태곤 타석에 대해 "상대 3루수와 내야진이 번트를 의식해 강하게 전진 압박을 할 것으로 보고 초구부터 페이크 번트 앤 슬래시 작전을 냈다"라며 "초구가 볼이 됐지만 2구째에도 똑같이 슬래시를 밀어붙였다. 오태곤이 콘택트 능력이 워낙 뛰어나 100% 해낼 거라 믿었는데, 기가 막히게 전진 수비를 뚫어내는 역전 적시타를 날려줬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어 "뒤이어 홍대인이 침착하게 번트를 대 상대 실책을 유도했고, 정준재의 희생플라이까지 나오며 쐐기를 박았다"라며 "생각했던 시나리오가 그라운드에서 100% 구현된 경기였다"라고 만족해했다.
이 감독은 "감독이 아무리 이렇게 저렇게 판을 깔아도 선수들이 해내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라며 "흔히들 '선수들이 명감독을 만든다'고 하지 않나. 어제는 7회 추격부터 9회 역전, 그리고 불펜에서 김민, 이건욱, 조병현이 보여준 투혼까지 선수들이 완벽하게 해줬기 때문에 이길 수 있었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한편 SSG는 3일 경기에서는 키움에 패했지만 주중 3연전을 '위닝 시리즈'로 만들고 4일부터 두산과 주말 3연전을 치른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