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세게 던지려고 하니까 팔 각도가 벌어지더라고요."
지난 5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리는 삼성 라이온즈와의 시즌 13차전 맞대결을 앞둔 LG 트윈스 염경엽 감독이 전날(4일) 9회 등판해 1점 차 승리를 지켜낸 마무리 고우석의 데뷔전을 돌아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직구 최고 154㎞, 커터 최고 149㎞ 광속구를 앞세워 복귀전부터 세이브를 올리며 팀의 5연승을 이끈 고우석.
하지만, 등판 직후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4-3 한점 차 리드 속 9회초 등판한 고우석은 긴장한 듯 선두 디아즈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허용했다. 포심 패스트볼 4개가 모두 높은 코스로 빠졌다.
그 순간 염경엽 감독은 곧바로 김광삼 투수코치에게 한마디를 건넨 뒤 마운드로 보냈다.
당시 어떤 지시를 내렸느냐는 질문에 염 감독은 5일 "팔 각도가 벌어진다고 했다. 우석이가 공을 세게 던지려고 할 때 가끔씩 팔이 벌어지는 습관이 있다"고 설명했다.
사령탑의 원포인트. 효과는 즉각적이었다. 코치 마운드 방문에 진정된 고우석은 곧바로 제구를 회복했다. 특히 150㎞에 육박하는 위력적인 커터를 효과적으로 구사하며 번트를 대러 나온 대타 양우현을 3구 삼진으로 잡아내고 한숨을 돌렸다. 이어 류지혁을 커터로 삼진 처리한 뒤 강민호를 내야 뜬공으로 잡아내고 15구 만에 경기를 매조시 했다. 1078일 만의 등판에서 통산 140세이브를 달성하는 순간.
염경엽 감독은 "(경기 중 팔 각도 조절은) 고우석 정도의 클래스면 바로 할 수 있다"며 두터운 신뢰를 보였다.
교정 이후 고우석이 던진 빠르고 예리한 꺾임각의 '커터'는 삼성 타선을 압도했다.
'미국 진출 전보다 커터(슬라이더)의 구위가 엄청 좋아졌다'고 언급하자, 염 감독은 고우석의 투구 메커니즘을 상세히 설명했다.
염경엽 감독은 "본인은 인터뷰할 때 슬라이더라고 부르지만, 스피드나 궤적을 보면 명백한 커터다. 예전 슬라이더는 옆으로 밋밋하게 휘는 횡적인 움직임이었다면, 지금 던지는 커터는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종적인 움직임을 보인다. 훨씬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팔 각도와 구종 궤적의 상관관계도 강조했다. 염 감독은 "팔이 안쪽으로 잘 접혀서 나와야 공이 종으로 떨어진다. 투수가 공을 던질 때 팔이 옆으로 벌어지면 무조건 횡으로 돈다"며 "임찬규의 커브가 각도 깊게 잘 떨어지는 이유도 팔 각도가 높지 않아도 잘 접혀서 나오기 때문이다. 우석이도 팔 각도가 잡히면서 커터의 효과가 극대화됐다"고 분석했다.
만원 관중 앞 살짝 흥분되는 1078일 만의 복귀전. 자칫 큰 소용돌이로 빠져들 뻔 했던 순간, 벤치가 냉정하게 고우석을 일깨웠다. 복귀전 호투는 여러모로 의미가 크다.
자신감과 구위에 대한 믿음을 회복한 고우석이 '명품 커터'로 LG의 선두 추격을 이끄는 강력한 무기가 될지 전망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