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당초 '한두 경기 시험용'이었던 카드가 독수리 군단의 가장 강한 창으로 진화했다. 한화 이글스 김경문 감독이 1번 타순으로 올라선 뒤 4할대 맹타를 휘두르고 있는 유격수 심우준(31)을 향해 파격적인 신뢰를 보냈다. 잔여 정규시즌 일정을 '1번 타자 심우준' 체제로 완주하겠다는 공식 선언이다.
김 감독은 10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리는 SSG 랜더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심우준에 대해 설명했다.
심우준은 올 시즌 주로 9번 타순에 배치돼 '하위 타선의 첨병' 역할을 맡아왔다. 그러나 최근 1번 타순으로 전진 배치된 이후 연일 맹타를 터뜨리며 그라운드를 휘젓고 있다.
김 감독은 "나도 지켜보면서 '심우준이 1번 타순을 가장 치고 싶어서 막판에 이렇게 무력시위를 하나' 싶었다"라며 "원래는 1번에 한두 번 정도 냈다가 다시 9번으로 내려보내려고 생각했었다"라고 털어놨다.
하지만 사령탑의 계산을 선수의 방망이가 바꿔놓았다. 김 감독은 "그런데 1번 자리에서 계속해서 너무 잘해주고 있다. 벤치 입장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라며 "자기 역할을 완벽하게 해내고 있는 만큼, 본인이 어디 아프다고 먼저 이야기하지 않는 이상 시즌이 끝날 때까지 1번 타자로 계속 기용할 계획"이라고 못을 박았다.
김 감독의 파격 선언은 단순한 칭찬에 그치지 않고 압도적인 데이터로 뒷받침된다.
1번 타자로 나선 38타석(34타수)에서 무려 15안타를 몰아치며 타율 4할4푼1리, 2홈런, 12타점, 출루율 0.486, 장타율 0.647, OPS 1.133를 기록했다.
9번 타자로 나섰던 344타석에서는 타율 2할5푼1리(303타수 76안타), 4홈런, OPS 0.640에 머물렀지만, 1번으로 올라서자마자 타격 메커니즘과 집중력이 폭발적인 시너지를 내고 있다.
9월 치른 8경기에서 타율 3할8푼9리(36타수 14안타 1홈런 8타점 9득점, OPS 0.964)로 팀 공격을 이끌고 있다.
올 시즌 22도루를 성공시키는 동안 도루 실패는 단 1개에 불과하다. 4할대 타율로 출루한 뒤 베이스를 훔칠 수 있는 주자가 1번에 버티고 있다는 점은 상대 배터리에게 재앙에 가깝다.
시즌 막바지 순위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상황에서 1번 타자의 안정은 한화 타선 전체의 무게감을 바꿔놨다.
심우준이 1번에서 높은 출루율과 장타력으로 활로를 뚫어주면서, 중심 타선인 문현빈, 강백호, 노시환 앞으로 끊임없이 밥상이 차려지고 있다. 상대 투수가 하위 타선에서 숨을 고를 틈도 없이, 1회초부터 공략을 시작하는 심우준의 적극적인 타격 성향이 팀 전체의 공격 템포를 끌어올린 셈이다.
한편 이날 한화는 심우준(유격수)-최인호(중견수)-문현빈(좌익수)-강백호(지명타자)-노시환(3루수)-페라자(우익수)-김태연(1루수)-장규현(포수)-황영묵(2루수) 순으로 라인업을 짰다. 선발은 박준영이다.
한화는 이날 박상원을 엔트리에서 말소하고 김종수를 불러올렸다. 박상원은 지난 8일 대전 두산 베어스전 후 허리가 약간 불편해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