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 "지나간 것을 뭐라고 얘기해서 뭐 하겠나. 파울이 한번 되면 다시 작전을 내기가 쉽지 않은데…."
지난 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KIA 타이거즈의 맞대결.
9회초 팽팽했던 균형을 깨뜨린 결정적인 한 장면에 경기장을 찾은 야구팬들과 양 팀 벤치의 시선이 집중됐다.
승패를 가른 장면은 KIA 김선빈의 묘기 같은 스퀴즈 번트, 그리고 이를 1루에 타자 주차를 처리한 LG 1루수 이영빈의 판단이었다.
상황은 4-4로 팽팽하게 맞선 9회초 1사 1, 3루에서 발생했다.
승부수를 던져야 하는 시점에서 KIA 벤치는 3루 주자 김도영의 빠른 발을 믿고 김선빈에게 기습적인 스퀴즈 번트 사인을 냈다.
김선빈이 댄 번트 타구가 1루 파울 라인을 따라 아슬아슬하게 미끄러지듯 굴렀다. 타구를 파울 지역으로 흘려보낼지 결정해야 하는 아주 짧은 찰나, LG 1루수 이영빈은 마음이 급한 나머지 1루 라인 안쪽(페어 지역)에서 굴러오던 공을 잡아 포구한 뒤 1루로 던져 타자 주자를 아웃시켰다. 그 사이 3루 주자 김도영이 홈을 밟았고, 이 점수는 KIA의 5대4 결승점이 됐다.
경기 후 김선빈은 인터뷰에서 "타구가 빗맞아서 내가 보기에는 놔뒀으면 파울이 됐을 것 같다"고 밝혔다.
현장 중계진과 LG팬들 역시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긴박한 접전 상황 속에서 타구를 그대로 지켜보며 파울을 유도하지 못하고 포구해 버린 이영빈의 수비 선택이 LG에 패배란 결과를 초래했기 때문이다.
사령탑 역시 깊은 아쉬움을 숨기지 못했다. 수비 장면에 대해 직접적으로 말을 아끼면서도 작전 야구의 특성을 짚으며 속내를 드러냈다.
LG 염경엽 감독은 "지나간 거 뭐라고 얘기해서 뭐 하겠나"라며 운을 뗀 뒤 "스퀴즈 작전은 파울이 한번 되면 다시 대기가 쉽지 않다. 우리도 작전을 많이 내는 팀이지만, 번트 작전을 빼고는 스퀴즈나 다른 작전을 연속해서 내기엔 벤치도 선수도 부담이 너무 크다. 한 번에 성공해야 하는 작전이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타구가 파울이 됐다면 스퀴즈 작전 무산과 함께 타자를 압박할 수 있었다는 아쉬움이 살짝 묻어난 대목.
이 아쉬운 장면의 잔상은 9회말 공격까지 이어졌다.
LG는 9회말 1사 3루라는 마지막 동점 찬스를 잡았으나, 오스틴과 이영빈이 잇달아 내야뜬공으로 물러나며 패배를 받아들여야 했다.
염경엽 감독 예상대로 KIA 이범호 감독은 "파울이 됐으면 그 다음에는 쳐야죠"라며 스퀴즈 번트 작전은 더 이상 없었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파울 여부에 대해서는 견해가 달랐다. 이 감독은 "여기(3루측)서 봤을 때는 안 나가는 걸로 봤다"며 "야수가 잡을 때 잔디 쪽으로 회전이 걸리는 걸로 봤다"며 안 잡았어도 파울이 아니었을 것이란 의견을 피력해 눈길을 끌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