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지현 기자] 한국 독립 애니메이션계를 대표하며 '넥스트 연상호'라 불렸던 허범욱 감독이 별세했다. 향년 44세.
영화감독 백재현은 28일 자신의 SNS를 통해 "허범욱 감독님께서 2026년 7월 28일 영면하셨기에 삼가 알려드립니다"라며 부고를 전했다.
고인의 빈소는 서울 영등포구 한강성심병원 장례식장 특3호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30일 오전 8시 엄수된다.
허범욱 감독은 한국 독립 장편 애니메이션을 대표하는 창작자로, 인간 사회의 폭력성과 모순을 날카롭게 파고드는 작품 세계를 구축하며 국내외 영화계의 주목을 받았다.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정규과정 27기와 장편 제작 과정을 수료한 그는 10대 시절 소설가를 꿈꾸다 애니메이션 연출의 길로 들어섰다. 단편 '평범한 식사'(2009), '선량한 인간들의 도시'(2011), '갈라파고스'(2019) 등을 통해 독창적인 연출 세계를 선보였으며, 장편 데뷔작 '창백한 얼굴들'(2014)로 이름을 알렸다.
특히 '창백한 얼굴들'은 2015년 네덜란드 홀랜드 애니메이션 영화제 장편 대상을 수상하는 등 해외 유수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으며 한국 장편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으로 평가받았다. 당시 연상호 감독의 '사이비'와 함께 한국 성인 애니메이션의 경쟁력을 세계에 알린 작품으로도 주목받았다.
허 감독은 약 10년 만의 신작인 두 번째 장편 애니메이션 '구제역에서 살아 돌아온 돼지'를 통해 오는 8월 관객들과 다시 만날 예정이었지만 끝내 작품을 직접 선보이지 못하게 됐다.
이 작품은 인간이 되려는 돼지와 짐승이 되어가는 인간의 생존을 그린 하드보일드 애니메이션으로, 현대 사회의 폭력성과 인간성의 본질을 담아냈다. 공개 전부터 전 세계 35개 영화제에 초청되며 기대를 모았고, 성우 남도형과 배우 한우진이 목소리 연기에 참여했다. 특히 한우진은 1인 30역의 모션캡처 연기를 소화해 화제를 모았다.
허 감독의 갑작스러운 비보로 '구제역에서 살아 돌아온 돼지'는 그의 유작으로 남게 됐다.
olzllove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