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빛 기자] "이게 말이 되나요? 무슨 깜짝카메라인 줄 알았습니다."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처절한 액션으로 안방극장을 뒤흔든 '김부장' 소지섭. 그러나 작품 밖에서 마주한 소지섭은 최고의 성적표 앞에서도 한없이 쑥스러운 표정으로 허허 웃는 '겸손한 대배우'였다.
7월 25일 종영한 SBS 금토드라마 '김부장'은 평범한 회사원으로 살아가던 김부장(소지섭)이 하나뿐인 딸 민지(서수민)를 지키기 위해 감춰왔던 과거와 맞서는 복수 액션 드라마다. 방송 2회 만에 시청률 15%를 뚫어낸 '김부장'은 최종회 수도권 23.4%, 전국 23.0%, 순간 최고 27.1%(닐슨코리아 기준)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쓰며 2026년 최고 흥행 미니시리즈로 화려하게 피날레를 장식했다.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난 소지섭은 흥행 폭풍의 중심에 서 있는 소감을 묻자 "솔직히 아직도 얼떨떨하다"며 손사래를 쳤다.
"시청률이 이렇게 나온다는 게 말이 안 됐다. 처음에는 '이게 뭐지?' 싶었고 진짜 깜짝카메라인 줄 알았다. 감독님께도 '이게 무슨 일인가요? 말이 되나요?'라고 물었을 정도다."
얼떨떨함도 잠시, 작품의 열기는 일상 깊숙이 침투했다. "원래 다니던 곳을 가도 갑자기 '김부장!'이라고 불러주시더라. 제 이름보다 '김부장'이 먼저 나왔다. '어? 왜?' 하면서도 정말 많은 분이 드라마를 보셨구나 싶었다."
극 중 남북파 공작원 출신의 김부장으로 분한 소지섭은 맨몸 액션부터 카 체이싱, 총격전까지 장르 액션의 묘미를 극한으로 끌어올렸다. 그러나 소지섭이 연기한 액션의 진짜 목적은 '제압'이 아닌 '부성애'였다.
"김부장은 딸을 잃어버린 순간, 사람을 죽이거나 응징하는 게 목적이 아니었다. 총을 쏘더라도 팔이나 다리를 노렸다. 모든 것은 민지를 찾기 위해 지나가는 과정일 뿐이었다. 민지가 피를 보는 순간 비가 쏟아지고 천둥이 치듯 암흑이 찾아오는 감정이었지만, 그래도 끝까지 이성을 놓지 않으려고 붙잡고 연기했다."
실제 자녀가 없는 소지섭에게 사춘기 딸과의 관계 설정은 새로운 숙제였다. 특히 딸 민지 역의 신인 배우 서수민과의 서먹서먹한 첫 대면은 뜻밖의 무기가 됐다.
"자녀가 없다 보니 사춘기 딸과 아빠의 관계가 처음에는 조금 낯설었다. 하지만 그 어색함이 오히려 극 중 서먹한 부녀 관계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나중에는 수민이에게 도움을 정말 많이 받았다. 수민이 아버님과 제 나이가 비슷하다 보니 현장에서 아빠의 마음을 배웠던 것 같다."
극 중 강력한 맞수로 만난 주강찬 역의 주상욱과의 결투 역시 단순한 액션이 아닌 '감정의 부딪힘'이었다고 돌아봤다.
"주상욱 형을 제가 정말 많이 때렸는데, 형이 오히려 좋아하더라(웃음). 본인이 준비한 만큼 시원하게 맞아줘야 시청자들이 통쾌해할 거라고 했다. 액션이 아니라 뜨거운 감정신이었다."
성한수 역의 최대훈, 박진철 역의 윤경호와 구축한 '아빠 유니버스' 역시 세 사람의 즉흥적인 호흡이 만들어낸 작품이다.
"셋이 나오는 장면은 대부분 애드리브였다. 대훈 씨와 경호 씨가 없었다면 이렇게까지 사랑받지 못했을 것이다. 방송 2회 만에 윤경호 씨가 '묵언수행' 공약을 이행하는 걸 보면서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저는 원래 말이 없어서 매일 묵언수행이지만, 평소 말 많은 경호에겐 큰 도전이었을 것이다(웃음)."
현장의 수장으로서 스태프와 동료들을 챙기는 방식도 남달랐다. 촬영이 끝나면 전 출연진과 스태프에게 '금'을 선물한 것에 대해서는 "사실 금값이 올라 용량은 적어졌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혼자 잘해서 되는 작품은 절대 없다. 6~7개월을 붙어 있다 보면 정말 가족이 된다. 다 같이 한마음으로 고생했으니, 이 작품이 모두에게 따뜻하고 좋은 추억으로 남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준비하는 작은 선물이었다."
'김부장' 성공으로 연말 대상 후보 거론은 물론, 시즌2에 대한 기대감도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그러나 소지섭은 그 무거운 관심 앞에서도 담담함과 겸손을 잃지 않았다.
"상에 대한 욕심은 정말 없다. 그저 제가 선택한 작품이 좋은 평가를 받고, 같이 고생한 스태프들이 인정받는 게 최우선이다. 시즌2 역시 대본이 가진 힘이 가장 중요할 것 같다. 시즌1에서 딸을 찾아 나선 아빠의 절박함만큼이나 큰 울림을 줄 수 있는 이야기가 준비된다면 언제든 긍정적으로 임할 생각이다."
1995년 데뷔 이래 수많은 인생작을 남겼지만, 늘 자신의 연기에 아쉬움이 남는다는 소지섭은 스스로 배우 인생의 새로운 장을 선언했다.
"'미안하다, 사랑한다'가 제 배우 인생의 첫 번째 장이었다면, '김부장'은 두 번째 페이지를 열어준 작품입니다. 제 연기에 100% 만족하는 순간이 온다면 배우를 그만둬야겠죠. 자만하지 않고 늘 아쉬움을 동력 삼아, 앞으로도 그 다음 페이지를 성실하게 써 내려가고 싶습니다."
정빛 기자 rightligh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