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빛 기자] 몸에는 생채기가 남았지만, 김혜준은 그것을 훈장처럼 바라봤다. "나 열심히 했구나." 정지안으로 두 번째 생존전을 끝낸 배우에게 작은 상처는 아픔보다 뿌듯함이었던 셈.
지난 12일 최종회가 공개된 '킬러들의 쇼핑몰 시즌2'는 혹독한 인수인계를 마치고 쇼핑몰의 새로운 대표가 된 지안(김혜준)이 살아 돌아온 진만(이동욱)과 함께 '바빌론' 글로벌 세력에 맞서 본격적인 반격을 펼치는 스타일리시 액션 시리즈다.
김혜준은 극 중 정진만의 조카이자 머더헬프를 둘러싼 거대한 싸움의 중심에 선 정지안 역을 맡았다. 시즌1에서 삼촌의 죽음 이후 홀로 킬러들의 공격에 맞서야 했던 정지안은 시즌2에서 더 이상 보호받는 존재에 머물지 않는다. 평범한 삶을 살고 싶다는 마음과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 사이에서 흔들리면서도, 결국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싸움을 선택하고 머더헬프를 이끄는 인물로 성장했다.
시즌2의 정지안에게 가장 큰 변화는 '지켜야 할 것'이 생겼다는 점이다. 시즌1에서는 갑작스럽게 킬러들의 공격에 내던져져 살아남는 것이 최우선이었다면, 이번에는 자신이 처한 현실을 받아들이고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직접 킬러들의 세계 한가운데로 들어간다.
"시즌1에서는 무조건 살아남는 거였다면, 시즌2에서는 지켜야 할 것이 생겨난 것 같다. '나는 어쩔 수 없고, 이 삶과 나는 삼촌의 조카라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 큰 변화였던 것 같다."
억지로 시즌1의 지안을 다시 꺼내려 하지는 않았다. 이미 한 차례 정지안으로 살아본 시간이 있었기에 대본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감정을 따라갔다.
"어떻게 준비하려고 했다기보다는 시즌1에서 지안으로 살았던 시간이 있었으니까 시즌2 대본을 보면서 마음이 갔다. 지안이가 겪는 감정이 슬펐고, 그 감정을 촬영할 때 터뜨리려고 했다."
성장한 지안만큼 액션의 강도도 세졌다. 시즌1에서 맨몸으로 공격을 버텨냈다면 시즌2에서는 총까지 손에 쥐었다.
"시즌1에서는 맨몸으로 액션 연기를 많이 했는데, 시즌2에서는 총기 액션이 늘었다. 시즌1보다 지안이가 겪는 감정들도 커져서 연습도 많이 했다."
치열한 액션 끝에 몸에는 크고 작은 흔적도 남았다. 그러나 김혜준에게 그 생채기는 고생의 흔적이자 자신이 정지안으로 치열하게 살았다는 증거였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했기 때문에 다치는 일은 없었다. 오히려 생채기가 난 것에 '나 열심히 했구나'라는 뿌듯함을 느꼈다.(웃음) 가벼운 타박상 정도였다. 전문가분들이 항상 현장에 계셨기 때문에 크게 다치지는 않았다."
정지안이 강해진 것처럼 배우 김혜준도 두 시즌을 지나며 달라졌다. 그 변화는 연기 기술보다 현장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더 크게 나타났다.
"현장을 더 사랑하게 됐다. 스태프분들과 어떻게 지내야 하는지, 시즌1 때보다 제가 더 끌어가야 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책임감이 생겼다. 제 말과 행동이 현장에 어떻게 영향을 끼치는지도 생각하게 됐다."
두 시즌을 거쳐 온 만큼, 작품을 떠나보내는 김혜준의 마음도 단순하지 않았다. "마치고 나니 기분이 이상한 것 같다. 애정했던 작품이라 후련하면서도 이제는 지안이를 보내줘야 할 것 같아서 복잡한 심정이다. 시즌1이 끝났을 때도 비슷한 감정이었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그 감정의 깊이가 더 커진 느낌이다."
그 과정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 사람이 있다. 삼촌 정진만으로 함께한 이동욱이다.
"이동욱 선배님이 '주인공은 너'라고 이야기해 주신다. 현장에서도 계속 '정지안이 주인공'이라고 이야기하시는데, 그게 동욱 선배의 배려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이야기해 주시면서 현장에서도 지안이를 더 응원해 주신 것 같다. 이 자리를 빌려 꼭 감사하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두 시즌 동안 김혜준에게 남은 것은 정지안이라는 캐릭터만이 아니었다. 시즌1부터 함께한 배우들과는 더욱 가까워졌고, 시즌2에서 새롭게 만난 동료들 역시 어느새 일상으로 들어왔다.
"시즌1을 같이한 배우들과는 이미 친해서 반가웠다. 시즌2에서 만난 언니, 오빠들과도 시즌1 배우들만큼 친해졌다. 저희끼리 단체 대화방에서도 이야기하고, 인스타그램 DM도 주고받는다."
김혜준은 이를 '킬러들의 쇼핑몰'이 자신에게 안긴 가장 큰 수확으로 꼽았다. "'킬러들의 쇼핑몰2'를 통해 작품도 얻었고, 연기적으로 성장한 것도 있지만 함께한 동료를 만났다는 것이 제 인생의 가장 큰 수확 같다."
두 번째 생존전은 끝났지만 '킬러들의 쇼핑몰' 세계관에는 아직 닫히지 않은 문도 남아 있다. 특히 시즌2에서 베일에 싸여 있던 첸의 정체가 유지태로 드러나면서 시즌3를 향한 궁금증도 커졌다. 김혜준 역시 완성된 장면을 보고 소름이 돋았다고 했다.
"첸이 누군지 궁금해서 계속 감독님께 여쭤봤다. 그래서 유지태 선배님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나온 결과물은 저도 처음 봤다. 유지태 선배님의 모습을 보고 소름 돋더라."
다만 시즌3 제작 여부나 향후 전개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이었다. "저도 아직 그 부분에 대해서 기대를 하는 건 없다. 시즌2에서 보여드릴 수 있는 건 최대한 보여드리려고 했다. 반응은 이후에 맡기자고 생각했다."
그래도 상상의 문까지 닫아둔 것은 아니다. 배우들끼리 다음 이야기를 예상해보기도 했다는 김혜준은 자신만의 시즌3 첫 장면도 슬쩍 그려봤다.
"시즌3에서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끼리 예상해보는 콘텐츠를 해보자고도 했다. 저 개인적으로는 시즌2처럼 첸의 등장으로 시작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시즌2 마지막도 만족한다고. 제작진과 배우들이 하나의 답을 정해놓기보다, 이후 이야기를 시청자들의 몫으로 남겨두기로 했기 때문이다. "저희가 정해놓기보다는 시청자분들이 생각해 주시는 걸로 받아들이자고 했다. 저는 결말에 만족한다. 지안이의 성장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마음에 든다.(웃음)"
정빛 기자 rightligh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