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소희 기자] 가수 이상은이 18세 어린 나이에 데뷔해 신드롬급 인기를 누렸던 당시를 회상하며, 스타가 아닌 '음악'을 선택하게 된 이유를 털어놨다.
9일 BBC 코리아 유튜브 채널에는 "김윤아, 이상은이 말하는 '한국에서 여성 뮤지션으로 산다는 것'"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업로드됐다. 영상에는 자우림의 메인 보컬 김윤아와 가수 이상은이 출연해 한국에서 여성 뮤지션으로 살아오며 경험한 현실과 고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이상은은 '최초의 아이돌'로 불렸던 자신의 데뷔 시절을 떠올렸다. 이상은은 1988년 18세의 나이에 가요계에 데뷔했다. 당시 전형적인 여성 가수의 이미지에서 벗어난 보이시한 스타일과 개성 강한 음색으로 단숨에 대중의 주목을 받았다.
이상은은 당시를 떠올리며 "한마디로 그냥 뜬 거다. 어마어마하게 바빴다. 상상할 수 없을 정도였다"라고 회상했다.
이어 "지방 스케줄을 하루에 세 개 뛰고, 쌀포대에 편지를 꾹꾹 눌러 담아서 가마니로 편지가 왔다. 신드롬에 가까웠다고 사람들이 이야기한다"라고 당시 뜨거웠던 인기를 전했다.
하지만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순간에도 이상은의 마음 한편에는 허전함이 자리하고 있었다. 가수로서 음악을 하고 싶었던 자신과, 자신을 하나의 상품으로 바라보는 대중과 업계의 시선 사이에서 고민이 깊어졌던 것.
이상은은 "그때도 연예 기획사가 있었다. 나름 '가수는 이래야 한다', '여자 가수는 이렇게 옷을 입어야 한다'는 고정관념과 틀이 있었는데 저는 그런 걸 신경 쓰지 않았다. 어마어마한 인기를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허전했다"며 "저는 음악이 좋아서 하고 있는데 저를 상품으로 바라보는 눈이 싫어서 고민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당시의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의 아이돌을 바라보는 시선도 전했다. 이상은은 "지금 아이돌들도 엄청나게 힘들 거다. 다 사람이지 않냐. 누군가의 딸이고 엊그제까지 학생이었다"면서 "제 성격에는 아이돌이 안 맞는 것 같다. 저는 잠이 많다. '이게 진짜 내 길이 맞나?', '이게 진짜 음악을 하는 건가?' 싶었다"라고 말했다.
이후 저녁 라디오 DJ를 맡게 되면서 이상은의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다양한 음악을 접하며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조금씩 찾아가기 시작한 것.
이상은은 "의외로 음악성 있는 좋은 노래가 정말 많았다. 이런 세계를 노래하는 아티스트가 있구나 싶었다"면서 "자기 인생을 노래하는 게 의미가 있구나 싶었다"라고 밝혔다.
결국 이상은은 작곡을 결심했다. 더 이상 '스타'라는 이름이나 주변의 평가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만의 음악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그는 "그때부터 이상해졌다. 스타가 되고 싶지도 않았고 좋은 노래를 만들고 싶었다. 남이 뭐라 하든 상관없었다. 내 나이에 대해서, 여자에 대해서 그런 것도 상관이 없었다. 그냥 음악을 계속 만들고 그냥 해 나가고 나이가 몇 살이 되든 좋은 작품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뿐이었다. 그거 이외 다른 의미는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거라도 찾았으니 내 인생 나쁘지 않다고도 생각했다"라고 덧붙였다.
18세에 데뷔해 누구보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결국 이상은이 선택한 것은 스타로서의 삶이 아닌 자신이 원하는 음악이었다. 오랜 시간 자신의 길을 걸어온 그는 나이나 성별, 대중의 시선에 흔들리기보다 자신만의 음악을 만들어가는 삶을 선택하며 지금까지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한편 이상은은 1988년 MBC 강변가요제에서 '담다디'로 대상을 수상한 후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다. 1990년 인기를 뒤로하고 일본으로 유학을 떠난 그는 1991년 다시 미술공부를 하러 미국으로 유학갔고, 그 해 11월 3집 '더딘 하루'를 발표했다. 이후 한국에 돌아와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을 맡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