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지현 기자]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역사 왜곡 논란이 거세지는 가운데 허진호 감독이 논란의 핵심으로 꼽힌 '중정 윗선'의 정체에 대해 직접 입을 열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을 의미하는 것이냐는 단도직입적인 질문에 "분리해서 생각했다"고 선을 그었다.
허진호 감독은 지난 2일 방송된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오대영 앵커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암살자(들)' 개봉 이후 허 감독이 TV 매체에 출연해 작품을 둘러싼 논란에 직접 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오 앵커는 현재 '암살자(들)'을 둘러싼 역사 왜곡 공방의 핵심을 정면으로 물었다. 영화 속 '중정 윗선'과 박정희 전 대통령을 분리해서 그린 것인지, 아니면 일각의 해석처럼 같은 선상에 놓고 봐야 하는지를 질문했다.
이에 허 감독은 "이 영화가 박정희 대통령이 암살을 지시한 영화라는 어떤 재단을 해 놓고 보신다면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난 애초부터 분리돼서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허 감독은 만약 박 전 대통령의 지시라는 설정이었다면 자신의 목숨까지 위험해질 수 있는 일을 지시한다는 것이 납득되지 않았다고 했다. 특히 자신의 아내를 죽게 하는 지시를 내린다는 것 역시 "상상하고 싶지도 않은 일"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즉 영화 속에서 언급되는 '중정 윗선'을 박정희 전 대통령과 동일시해 설정한 것이 아니라는 게 허 감독의 설명이다.
대신 허 감독은 당시 중앙정보부 내부에서 벌어졌을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 영화적 상상력을 더했다고 밝혔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 납치 사건 이후 위기에 몰린 중앙정보부 내부에서 암투가 있었을 가능성, 또는 조직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무언가를 벌였을 가능성 등을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건을 치밀하게 설계된 하나의 거대한 계획으로 단정하기보다는 여러 상황이 얽힌 '소동극'일 가능성까지 열어뒀다고 했다. 관객마다 영화 속 단서를 통해 각기 다른 상상을 할 수 있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오 앵커가 다시 한번 "작품 속에서 중정 윗선과 박정희 전 대통령을 의도적으로 분리해서 묘사한 것이냐"고 취지의 질문을 던지자 허 감독은 영화 마지막에 실제 다큐멘터리 영상을 삽입한 이유까지 언급했다.
허 감독은 영화를 본 뒤 과거 탐사 프로그램인 '이제는 말할 수 있다'나 '그것이 알고 싶다' 등을 찾아본다면 무엇이 실제 자료에 기반한 부분이고 무엇이 영화적 상상으로 만들어진 부분인지 구분할 수 있을 것이라며 관객들이 관련 자료도 함께 살펴봤으면 한다는 뜻을 전했다.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발생한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모티브로 사건을 둘러싼 의혹과 배후를 추적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개봉 이후 극중 '중정 윗선' 등의 설정을 놓고 정치권과 일부 단체에서 역사 왜곡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제작진은 앞서 "특정한 역사적 결론을 새롭게 확정하거나 기존의 사실을 부정·왜곡하기 위해 제작된 영화가 아니다"라며 특정 인물을 사건의 배후로 규정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논란의 여파는 영화 밖으로도 번졌다. 제작사는 3일부터 5일까지 예정됐던 무대인사를 취소했으며 부산국제영화제 관련 일정 역시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제작사 측은 작품을 둘러싼 상황이 출연 배우와 제작진에게 작품 밖에서까지 과도한 부담으로 이어지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논란 속에서도 관객들의 발길은 이어졌다. '암살자(들)'은 개봉 11일째인 3일 누적 관객 200만명을 돌파했다. 역사적 사실과 영화적 상상력의 경계를 둘러싼 공방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허 감독이 논란의 핵심인 '중정 윗선'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히면서 논쟁이 어떤 방향으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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