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이후 대한민국 월드컵대표팀의 월드컵 경기에 이집트 심판이 배정된 건 딱 한 번 있었다.
2002년 여름, 대한민국이 붉게 물들었던 한-일월드컵 8강전 스페인전을 맡았던 주심이 이집트 출신 가말 알 간두르(59)였다.
당시 히딩크호는 객관적 전력이 한 수위인 스페인을 상대로 연장전 포함 120분을 0-0으로 비긴 후 승부차기에서 5-3으로 승리하며 기적적인 4강 신화를 일궜다. 마지막 키커로 골망을 흔든 선수가 현 월드컵대표팀 감독 홍명보였다. 절망에 빠진 표정을 지은 스페인 선수 중엔 이강인(파리생제르맹) 소속팀 감독인 루이스 엔리케가 있었다.
알 간두르 주심은 대회가 끝난지 24년이 지난 현재까지 월드컵 때만 되면 이름이 오르내리는 인물이다. 'beIN 스포츠'는 지난 5일 역대 월드컵 화제의 장면 중 하나로 한-일월드컵 한국-스페인전을 꼽으면서 "이집트 출신 알 간두르 주심은 스페인 후반전 득점을 공격자 반칙으로 무효 처리하고, 연장전에서 나온 골은 골라인 아웃이 먼저였다며 득점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수차례 석연찮은 판정을 내렸다"라고 평했다. 이어 "이야기는 이미 정해져있었다"라고 '음모론'까지 전했다.
그로부터 24년이 지나 다시 이집트 심판과 한 무대에 선다. 이번엔 첫 경기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10일, 12일 오전 11시 멕시코 과달라하라의 에스타디오 과달라하라에서 열리는 체코와의 조별리그 A조 1차전에 이집트 출신 아민 모하메드 오마르 주심을 배정한다고 발표했다.
부심과 비디오판독시팜(VAR)도 이집트 출신으로 배치된다. 마흐무드 아부엘레갈, 아흐메드 호삼 타하가 부심을 맡고, 마흐무드 아슈르가 VAR 심판을 담당한다.
코스타리카 출신 후안 칼데론이 대기심, 미국 출신 조 디커슨이 VAR 어시스턴트, 이탈리아 출신 마르코 디 벨로가 VAR 보조 심판으로 선정됐다.
직업이 변호사인 오마르 주심은 2017년 FIFA 국제심판 자격을 얻어 9년째 국제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다. 17세이하 월드컵, 아프리카네이션스컵 등 굵직한 대회에서 휘슬을 불었다.
지금까지 각종 리그, 대회를 통틀어 269경기를 맡아 경고를 949번, 다이렉트 퇴장을 25번 빼들었다. 페널티킥 선언 횟수는 95회다. '위치 선정과 어드밴티지 룰을 지능적으로 적용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FIFA 월드컵을 맡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경기를 관장하는 주심의 성향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규정 숙지가 먼저다. 이번 대회에선 빠른 경기 전개를 위해 고의 지연을 금지하고 있다. 스로인, 골킥을 5초 이상 지연할 경우 공격권을 상대에 넘기거나 코너킥을 부여한다. 선수 교체도 10초 이내에 진행돼야 한다. 이를 어기면 교체투입이 예정된 선수는 1분 동안 경기에 투입될 수 없다.
경기 중 심판에게 항의를 할 ?? 손이나 유니폼 등으로 입을 가리면 레드카드를 받을 수 있다. 잘못된 판단 한 번에 흐름이 완전히 상대 쪽으로 넘어가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
과달라하라(멕시코)=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