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암=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후반 18분 이강인(25·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이 출격을 준비하자, 서울월드컵경기장은 우레와 같은 함성이 울려퍼졌다.
'아틀레티코맨'으로 변신한 '골든보이' 이강인이 마침내 데뷔전을 치렀다. 이강인은 9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맨시티와의 2026년 쿠팡플레이 시리즈 친선경기에서 교체투입돼, 30여분간 그라운드를 누볐다. 지난달 25일 4000만유로(약 671억원)에 아틀레티코 이적을 확정지은 이강인은 첫 경기부터 좋은 모습을 보이며, 강한 임팩트를 남겼다.
경기 전부터 상암벌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3일 전 같은 장소에서 열린 팀K리그-맨시티전 분위기와는 완전히 달랐다. 당시 2만8036명에 그쳤지만, 이날은 5만78명이 들어섰다. 한층 선선해진 날씨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이강인 효과'였다. 이강인으로 마킹된 아틀레티코 유니폼을 입은 팬들로 가득했다. 맨시티 유니폼을 착용한 팬들도 많았지만, 아틀레티코 팬들도 만만치 않았다. 전날 기자회견에서 "3년 전에 왔을 때는 맨시티 유니폼이 더 많았다. 내일 경기에선 아틀레티코 유니폼을 입은 팬들이 더 많기를 기대한다"는 디에고 시메오네 아틀레티코 감독의 바람이 이루어졌다.
병역 특례 관련 행정 절차 문제로 출국이 지연돼 아틀레티코 선수단이 방한한 6일에서야 팀에 합류한 이강인은 이미 팀에 완벽하게 녹아든 모습이었다. 그는 7일 서울 시내의 한 고깃집에서 팀 전체 만찬을 주최했다. 선수와 코치진은 물론 스태프까지 서울에 머무는 구단 구성원 모두를 초청했다. 훈련장에서도 유창한 스페인어를 앞세워 선수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렸다.
한국에서 꾸준히 훈련을 이어간 이강인은 전날 미니게임을 통해 몸 상태를 올렸다. 하지만 아직 100% 컨디션은 아니었다. 시메오네 감독은 이강인을 스타팅 라인업에서 제외했다. 대신 카를로스 마르틴과 아데몰라 루크먼, 오베드 바르가스와 로드리고 멘도사로 공격진을 꾸렸다. 시메오네 감독은 이날 4-1-3-2 전술을 꺼냈다. 경기 중간중간 전광판에서 이강인의 모습이 잡힐 때마다 경기장은 뜨거워졌다.
훌리안 알바레스, 알렉스 바에나 등 핵심 공격자원들이 빠진 아틀레티코의 공격은 무뎠다. 하지만 행운의 선제골을 넣었다. 전반 43분 호르헤 도밍게스가 코너킥 상황에서 득점에 성공했다.
전반 내내 벤치에 앉아있던 이강인은 후반 시작과 함께 본격적으로 몸을 풀기 시작했다. 그 사이 맨시티가 역전에 성공했다. 후반 12분과 14분 오마르 마르무쉬가 앙투안 세메뉴의 패스를 받아 멀티골을 넣었다. 아틀레티코의 벤치가 분주해졌다. 조끼를 벗고 7번 유니폼을 입은 이강인이 등장하자, 경기장에는 "이강인"을 연호하는 목소리로 가득했다. 맨시티 팬들도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18분 아틀레티코가 10명을 한꺼번에 바꾼 가운데 이강인도 그라운드를 밟았다.
이강인은 투입되자 마자 환상적인 왼발 프리킥으로 맨시티 골문을 위협했다. 관심을 모았던 이강인의 포지션은 투톱 중 한 자리였다. 전임 7번이었던 앙투안 그리즈만이 뛰었던 바로 그 자리였다. 이강인은 아직 전술에 완벽히 녹아들지 않았음에도 특유의 테크닉과 창의성으로 차이를 만들어냈다. 데뷔골 기회도 있었다. 30분에는 왼쪽에서 올라온 컷백을 왼발 슈팅으로 마무리했지만 골대를 살짝 넘어갔다. 이강인은 동점골을 위해 사력을 다했지만, 종료 직전 라얀 아이트 누리의 쐐기골까지 터지며 결국 경기는 맨시티의 3대1 승리로 끝이 났다.
경기 후에는 이강인의 입단식이 진행됐다. 아틀레티코의 홈구장인 리야드 에어 메트로폴리타노에 입성하기 전 한국팬들 앞에서 먼저 진행됐다. '레전드' 다비드 비야가 함께해 더욱 뜻깊었다. 이강인은 "더운 날씨에 많이 찾아주셔서 감사하다. 이적을 해서 중요한 시가에 좋은 구단에 왔다.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 아틀레티코와 국가대표팀도 많이 사랑해주셨으면 한다. 선수로서, 사람으로서 항상 발전하고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 많은 사랑 부탁드린다"고 입단 소감을 밝혔다. 팬들은 뜨거운 박수로 응원했다. 이강인의 축구인생 네 번째 시즌이 시작됐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