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위기에 빠진 한국 축구의 소방수로 투입된 로베르트 모레노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신임감독이 남다른 출사표를 던졌다.
스페인 출신 모레노 감독은 지난 1일 축구대표팀 임시사령탑으로 선임된 후 이틀 뒤인 3일 개인 홈페이지를 통해 짧고 굵은 취임 소감을 남겼다. 한국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것을 "영광스럽다"라고 표현한 모레노 신임감독은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오랫동안 한국 축구를 알고 있었고, 또 존중해왔다. 이제 내 임무는 한국 축구를 위해 일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결과를 약속드릴 순 없지만, 정직하게 노력하고, 존중심을 보여드리겠다는 약속은 드릴 수 있다"며 "내가 말한 것들을 경기장에서 보여드리겠다"라고 각오를 말했다.
2일 스페인 매체 '엘 콘피덴시알'에 따르면, 모레노 감독은 에이전시를 통해 "최고의 열정과 함께 6년 전 스페인 국가대표팀을 이끌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다시 한번 국가대표팀을 지휘하게 됐다"며 "도전에 맞설 수 있는 경쟁력 있고 인지도 있는 팀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이 새로운 시작을 맞이한다"라고 성명을 밝혔다.
모레노 임시감독은 대한축구협회 사상 첫 공개 모집을 통해 선임됐다. 서류 심사와 면접을 거쳤다. 1순위로 선발된 그는 한국 대표팀을 맡은 첫 번째 스페인 출신 사령탑으로 등극했다. 모레노 감독과 손발을 맞출 임시 코칭스태프는 각 분야의 전문가 총 5명으로 구성되었다. 소치에서 함께 손발을 맞췄던 에두아르도 도캄포 수석코치(52)와 다양한 경험을 갖춘 분석과 훈련 방법론 전문가인 하신트 마그리냐 코치(46), 스페인 하부리그에서 감독으로 탁월한 성과를 거둔 빅토르 브라보 데 소토 코치(43)가 모레노 감독을 보좌한다. 유럽 주요리그에서 피지컬 코치로 활동해 온 하비에로 초카로 피지컬 코치(43)와 스페인 라리가에서 10년 이상의 경력을 자랑하는 니코 보쉬 골키퍼 코치(42)까지 전원 스페인 출신이다.
모레노 임시감독 측은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에서 열리는 공식 취임식을 진행하기 전까진 인터뷰를 하진 않을 것'이라고 언론의 인터뷰 요청에 응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오는 14일 A매치 명단 발표를 겸해 취임 기자회견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모레노 감독은 24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에콰도르와의 친선경기를 통해 데뷔전을 치른다. 4일 후인 28일엔 우루과이를 상대한다. 10월 2일과 6일엔 각각 베네수엘라, 우즈베키스탄과 격돌한다. 계약기간은 11월 A매치 이후인 11월 27일까지다. A매치 6경기 이후 평가를 통해 2026년 사우디아시안컵까지도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을 수 있는 조항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엘 콘피덴시알'은 모레노 임시감독의 '재취업'을 조명한 기사에서 과거 커리어를 돌아봤다. "모레노 감독은 루이스 엔리케 감독과의 불화 이후 독자적인 행보를 보였지만, 감독 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AS모나코가 처음으로 기회를 부여했지만, 재임 기간은 짧았다. 단 13경기를 지휘해 5승 3무 5패를 기록했다. 이러한 기복 심한 성적은 이후 팀에서도 개선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이 매체는 "다음 행선지는 그라나다였다. 디에고 마르티네스 감독의 뒤를 이어 지휘봉을 잡았으나, 마치 예견된 죽음의 연대기처럼 해임됐다. 29경기를 지휘해 6승 10무 13패를 기록했다. 이후 1년간의 휴식기를 가진 뒤 러시아 소치를 맡았고, 그곳에서 가장 오랜 시간을 보냈다. 소치 감독으로 2년간 62경기를 치러 21승 21무 20패를 기록했다"라고 소개했다.
이어 "소치 구단주 안드레이 오를로프는 모레노 감독의 인공지능(AI) 과다 사용을 해임 이유로 들었다. '단지 도구일 뿐인데, 왜 안 되겠나. 하지만 모레노 감독에겐 AI가 주요 도구 중 하나였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모레노 감독은 이러한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나는 경기 준비, 라인업 결정, 선수 선발에 AI를 사용한 적이 없다'라고 했다"라고 전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