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여전히 혼돈이다. '시계 제로'의 잡음은 계속해서 흘러나오고 있다. 하지만 2026년 북중미월드컵의 처절한 실패는 절대 잊어선 안된다.
눈물도, 충격도 부인할 수 없는 한국 축구의 역사다. 원망할 필요도 없다. 대한축구협회(KFA), 물러난 홍명보 감독은 물론 선수에게도 '대재앙'에 책임이 있다. 누구 '탓'으로 돌리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다. 대한민국은 축구를 못해서 48개국 체제에서 32강에도 오르지 못한 것이다.
축구 또한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끝은 또 다른 시작이다. 월드컵을 향한 새로운 4년은 이미 막이 올랐다. 한국 축구도 변화를 맞았다. 1977년생인 로베르토 모레노 감독의 시대가 열렸다. 스페인 출신 감독이 A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그는 출발부터 벼랑 끝이다. 임시 사령탑으로 '시한부'인 모레노 감독은 스스로 길을 개척해야 하는 운명이다. 계약기간이 일단 11월 27일까지다. 6경기에서 '싹수'가 보인다면 아시안컵까지 계약을 연장할 수 있다. 더 나아가 팬심을 얻을 경우 새로운 KFA 회장 체제에서도 더 긴 세월을 한국 축구와 함께할 수 있다.
첫 시험대, 대진은 이미 짜여 있다. 모레노 감독은 에콰도르(24일·수원), 우루과이(28일·서울)에 이어 베네수엘라(10월 2일·울산), 우즈베키스탄(10월 6일·용인)과 4연전을 치른다. 그는 9월과 10월 A매치에 출전할 첫 선수 명단을 14일 공개할 계획이다. 그러나 출발부터 변수가 넘쳐난다. 아시안게임 암초를 만났다. 북중미월드컵 최종엔트리에 승선한 엄지성(스완지시티) 배준호(스토크시티) 양현준(셀틱) 이기혁(강원)은 물론 양민혁(베스테를로)을 활용할 수 없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다. 모레노 감독은 K리거는 물론 군팀인 김천 상무의 특수성까지 파악하고 있다고 한다. '깜짝 발탁'이 기대되는 이유다. 4년 후의 대반전을 위해선 지금이 세대교체의 적기다. 한국 축구는 10년 넘게 손흥민(LA FC)의 세상에서 살았다. 그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 등 아시아 축구의 역사를 바꾼 주인공이자 대한민국의 자부심이다. 하지만 1992년생인 손흥민도 세월을 이길 순 없다. 어느덧 30대 중반이다. 북중미월드컵은 그에게도 고통이었다. 역대 최다인 월드컵 4회 출전에 성공한 그는 한 골만 더 넣었다면 한국인 월드컵 최다골(3골)을 새로 쓸 수 있었다. 그러나 현실이 되지 않았다.
대표 선수 발탁은 감독의 고유 권한이다. 손흥민은 여전히 대표팀에서 은퇴할 때가 아니다. 갈 길이 남았다. 차범근 전 감독이 갖고 있는 역대 A매치 최다골(58골) 등 정복해야 할 고지가 있다. 손흥민의 A매치 기록은 현재 147경기 출전, 56득점이다.
다만 그의 나이나 기량을 고려할 때 4년 후의 월드컵 출전은 장담할 수 없다. 부담감을 덜어줄 필요가 있다. 손흥민은 2018년 9월 파울루 벤투 감독 체제부터 주장 완장을 찼다. 8년이 흘렀다. 그는 한국 축구 역대 최장수 캡틴으로 이름이 올라 있다. 피로감이 없지 않다.
모레노 감독은 임시 사령탑의 한계가 있지만 손흥민을 위해 주장 교체도 고려해 볼 만하다. 분위기 전환도 필요하다. 한국 축구는 카타르월드컵 후 두 차례 메이저대회에서 파열음이 있었다. 2024년 카타르 아시안컵은 '탁구 게이트'로 얼룩졌다. 이강인(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이 고개를 숙이며 '진실 게임'은 피했지만, 혼란의 중심에는 손흥민이 있었다.
북중미월드컵에서도 우연히 방송 화면에 담긴 일부 취재진의 '손흥민 병역 비하' 발언이 논란이 됐다. 인터뷰 보이콧 여부를 두고 처음에는 한마음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견이 생겼다. 손흥민 이재성(마인츠)의 '92라인'과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황인범(포르투) 황희찬(샬케) 등의 '96라인'이 엇박자를 냈다. '92즈'의 면담과 별개로 월드컵 기간 '96즈'의 별도 면담도 있었다. 그 갈등은 여전히 봉합되지 않았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세대교체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92'는 물론 '96'을 대신할 새로운 피에게 문이 열려야 한다. 모레노 감독이 키를 쥐고 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