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현석 기자]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터져나온 일갈이다. 김민재의 말이 반등 없는 현실의 이유를 보여줬다.
처참한 패배다. 로베르트 모레노 임시 감독이 이끄는 세 번째 경기, 한국 축구는 다시 고개를 숙였다. 대한민국 축구 A대표팀은 2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베네수엘라와 9~10월 A매치 세 번째 경기에서 0대0으로 비겼다.
시작은 분명 기대감에 차 있었다. 임시감독일지라도 한국 축구 역사상 최초의 스페인 출신 A대표팀 감독, 전술적인 역량이 뛰어난 인물이기에 무언가 달라질 것이라는 시선이 주류를 이뤘다. 하지만 첫 경기 에콰도르전 3대0 승리 후, 뒤이은 두 경기는 실망감의 연속이었다. 우루과이전 1대4 패배는 철저한 전술의 패착, 전력이 더 강한 상대에게 전술적으로도 밀리며 속수무책으로 쓰러졌다.
베네수엘라전을 바라보는 시선은 달랐다. 한국에 비해 앞서지 않는 전력, 분명히 승리를 기대할 요소가 충분했다. 그럼에도 한국 축구는 반등하지 못했다. 90분 내내 경기를 주도한 것은 베네수엘라였다. 한국은 득점 없이 시간을 보냈고, 실점 위기를 겨우 넘겼다. 골대를 강타한 슈팅까지 나오며 실망감만 커지는 경기력을 노출했다.
전술적인 문제와 더불어 선수들도 제대로 호흡이 맞지 않았다. 이날 경기 선발로 뛴 선수 중 조현택, 김민수를 제외하면 베스트11 중 9명이 북중미월드컵 26인에 이름을 올린 선수들이었다. 전술이 어색할지라도, 손발이 아예 안 맞는 모습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후반에는 제대로 경합을 벌이지도, 상대를 압박하지도 않는 모습도 노출했다. 보는 팬들의 실망감을 더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었다.
김민재가 입을 열었다. 이미 예고된 비판이었다. 후반 35분 교체된 김민재는 모레노 감독과 분노의 토론을 벌이고 벤치에 앉은 후에도 화가 가라앉지 않은 모습이었다. 축구화를 벗어 던지는 모습이 그의 답답함을 대변했다. 경기 후 방송 인터뷰에서 성토했다. "반전이 필요한 경기였는데, 결과를 가져오지 못했다. 많은 부분이 개선되어야 한다"며 "포백 이야기를 할 것이 아니라, 다같이 싸워주고 경합하는 부분이 잘 안 된다. 수비수들이 불쌍하다. 전체적으로 다같이 싸우는 느낌이 아니었다. 7대0으로 이겨도 기분이 좋지 않았을 것 같다"고 했다.
핵심은 원팀, 그리고 노력이었다. 김민재는 "팀이 하나로 뭉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개인이 빛나기보다는 팀 전체가 하나로 뛰어야 결과를 챙길 수 있다. 팀 수준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은 다같이 머리 처박고 열심히 하는 것 뿐이다"고 했다. 지금은 하나로 뭉치지 못하는 상태라는 걸 내포한 말이었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도 김민재는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월드컵 전 분위기가 좀 않 좋았다. 이번에 홈에서 3경기 하면서 많은 팬들이 응원해주셨는데 결과를 못 가져와서 죄송스럽다"며 "수비수들만 불쌍하다고 말을 했는데, 사실 전체적으로 많이 뛰어줘야 한다. 그냥 단순한 거리가 아니라 경합을 같이 하고, 90분 내내 싸우고, 이겨야 한다. 졌을 때는 세컨볼도 잡아야 한다. 그래야 팀 퀄리티가 올라간다. 밖에서는 많은 이야기들이 나올 수밖에 없다. 다만 내부는 그런 애기가 있어도 하나만 되면 된다. 지금 몇 년 동안 이런 문제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생각하기에 이야기를 했다"고 했다.
전술적인 문제냐는 물음에는 "그런 전술적인 문제는 아니다. 내가 생각했을 때 전술이 아니라 다같이 싸워야 한다는 이야기다"며 "나도 똑같고. 다른 선수들도 안 싸우는 것처럼 보이고 부족할 수도 있다. 근데 개인적으로 나는 누가 뭐라하든 신경 안 쓰고 경기장에서는 열심히 하고 싸우고, 공을 뺏어서 잘하는 사람에게 주려고 한다"고 했다. 멘탈적인 문제냐는 물음에는 부정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하면 그럴 것이다."
황인범도 김민재의 말에 힘을 더했다. 무력한 감정을 느꼈음을 성토했다. 그는 "몸도 힘들고 마음도 힘들다"며 "대표팀 9년 차 정도 됐는데, 그때부터 지금까지 축구를 비롯한 여러 가지 부분에서 변화돼야 하는 것들이 많은데 잘 안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경기력에 대해서도 "운동장 안에서야 당연한 부분이지만 답을 못 찾았다. 이렇게 말씀드리면 또 이런저런 말들이 나오겠지만 답답한 게 사실인 것 같다"고 했다.
내부에서부터 자각하고 있는 문제가 있다. 그리고 김민재는 가장 먼저 앞장 서서, 한팀으로서 간을 보지 말고 모든 걸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경기력에서 모든 문제가 드러나기 마련이다. 6일 오후 8시 용인 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우즈베키스탄과의 A매치 4연전의 마지막 경기, 반등된 경기력, 변화의 물꼬라도 보여줘야 하는 과제가 한국 대표팀에 주어졌다.
이현석 기자 digh1229@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