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와일드카드' 이기혁(강원)가 선발 명단에 복귀했다.
대한민국 축구 아시안게임대표팀은 3일 오후 7시30분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일본과 2026년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결승전을 치른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아픈 과거가 있기에 공존할 수 없다. 예전보다 의미가 많이 퇴색됐다고 해도, 한-일전은 한-일전이다. '가위바위보도 지지 말라'고 했다. 한-일전에서 승리하면 영웅, 패하면 역전이 된다. 이번 대회 내내 한국과 일본은, 특히 구기 종목에서, 벼랑 끝에서 만났다. 한국의 미소가 더 많았다. 남녀 농구, 야구 대표팀이 일본을 꺾고 기분 좋은 금메달을 챙겼다. 한-일전이라 눈과 귀는 더 몰렸다. 여자 농구 결승전 전국 최고 시청률은 무려 19%가 넘었다.
한-일전의 백미는 역시 축구다. 한국은 4강에서 중국에 2대1 역전승을 거뒀다. 선제골을 내줬지만, 이영준(그라스호퍼)과 배준호(스토크시티)가 연속골을 넣었다. 일본은 우즈베키스탄과의 4강전에서 120분 연장 혈투 끝에 1대1로 비긴 후 승부차기에서 9-8로 승리했다. 아시아 '투톱'답게 한국과 일본은 3개 대회 연속 결승 무대에서 맞닥뜨린다. 아시안게임을 향한 자세는 다르다. 병역 혜택이 걸려 있는 한국은 유럽파를 포함한 연령대 최고의 선수들에 와일드카드(24세 이상 선수)까지 더한 최강의 전력을 구축했다. 일본은 2년 뒤 펼쳐지는 올림픽을 위한 징검다리로 활용한다. U-21(21세 이하) 선수들이 나선다.
객관적 전력서 앞선 한국이 두 대회 모두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쉬운 승부는 없었다. 손흥민(LA FC)이 나섰던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는 연장 접전 끝에 이승우(전북) 황희찬(샬케)의 연속골로 2대1로 승리했고, 이강인(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이 출전한 2022년 항저우 대회에서는 정우영(우니온 베를린) 조영욱(서울)의 골을 앞세워 2대1 역전승을 거뒀다.
이번 대회 한국은 내용은 좋지 않았지만, 그래도 결과를 놓치지 않으며 무난히 결승까지 올랐다. 승부처에서 특히 강했다. 반면 일본은 8강에서 판정 논란 끝에 북한에 1대0 신승을 거뒀고, 우즈벡과의 4강전에서도 고전했다. 일본 특유의 밸런스 잡힌 축구는 여전했지만, 강한 압박에 흔들리는 모습이었다.
이민성 감독에게는 더욱 특별할 수밖에 없는 결승전이다. 이 감독과 일본은 떼려야 뗄 수가 없다. 그는 1997년 일본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1998년 프랑스월드컵 최종예선 한-일전에서 후반 41분 강력한 왼발 중거리 결승골로 2대1 역전승을 만들어냈다. "후지산이 무너지고 있습니다"라는 중계 멘트는 여전히 회자된다. 이 감독은 아쉬운 지도력으로 경질 위기를 맞았다. "이번 대회까지만 팀을 이끌겠다"며 배수진을 쳤다.
한국은 전력과 체력적으로 우위에 있다. 그러나 금메달을 향한 압박감과 홈팀의 열정적인 응원은 부담될 수밖에 없다. 일본 팬들은 개막식에도 만원 관중을 만들지 못할 정도로 이번 아시안게임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는데, 이번 경기는 매진 사례를 이뤘다. 그만큼 일본 팬들의 관심도도 높다.
신경전도 펼쳐졌다. 이민성호는 결전을 하루 앞둔 2일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공식 훈련이 진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잔디 상태 문제로 훈련은 취소됐다. 카타르와의 첫 경기를 앞두고 사용했던 도요타시 스포츠파크를 훈련장으로 배정받았다. 하지만 잔디 상태가 최악이었다. 훈련장 변경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감독은 공식기자회견에서 "어웨이니까 벌어지는 상황이고 대회 시작부터 문제점들이 발생해왔지만, 그것도 우리가 밟고 일어서야 하는 부분이다. 개의치 않고 거기 맞게끔 준비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 한 경기를 위해서 1년 반 정도 시간을 보냈는데, 선수들과 다 같이 한 팀이 돼서 우리가 목표로 하는 금메달을 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감독은 "내일 일본 팬들이 많을 거로 예상하지만, 선수들이 평정심을 갖고 우리만의 플레이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대회만 보고 달려왔기에 마무리를 잘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 감독은 베스트 전력을 내세웠다. 2경기에서 3골을 넣은 이영준(그라스호퍼)이 원톱에 선 가운데, 좌우에 엄지성(스완지시티)과 양민혁(베스테를로)가 선다. 엄지성은 지난 경기에서 멀티 도움을 기록했다. 기대를 모은 양현준은 이날도 벤치에 앉는다. 배준호(스토크시티)는 섀도 스트라이커로 나선다.
주장 이기혁이 복귀한 가운데 이승원(강원)과 중원을 꾸린다. 포백은 변함없이 배현서(경남)-신민하(강원)-김지수(브렌트포드)-최석현(울산)이 꾸렸다. 김준홍(수원)이 골키퍼 장갑을 낀다.
결전이 임박했다. 이날 이기면 4연패, 그리고 아시안게임의 대미를 장식한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