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팽팽한 흐름이었다. 하지만 이렇다할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대한민국 축구 아시안게임대표팀은 3일 오후 7시30분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의 2026년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결승전 전반을 0-0으로 마쳤다. 전반 초반 과감한 플레이로 기회를 만드는 듯 했지만, 중반 부터는 일본의 기세에 고전했다. 이영준(그라스호퍼)의 높이를 활용할 수 있는 크로스가 아쉬웠다.
한국은 4강에서 중국에 2대1 역전승을 거뒀다. 선제골을 내줬지만, 이영준과 배준호(스토크시티)가 연속골을 넣었다. 일본은 우즈베키스탄과의 4강전에서 120분 연장 혈투 끝에 1대1로 비긴 후 승부차기에서 9-8로 승리했다. 아시아 '투톱'답게 한국과 일본은 3개 대회 연속 결승 무대에서 맞닥뜨린다.
아시안게임을 향한 자세는 다르다. 병역 혜택이 걸려 있는 한국은 유럽파를 포함한 연령대 최고의 선수들에 와일드카드(24세 이상 선수)까지 더한 최강의 전력을 구축했다. 일본은 2년 뒤 펼쳐지는 올림픽을 위한 징검다리로 활용한다. U-21(21세 이하) 선수들이 나선다. 일본 언론에서 연령으로 트집을 잡았지만, 이민성 감독은 "우리가 부정선수를 출전시킨 것은 아니지 않나"라며 잘라 말했다.
객관적 전력서 앞선 한국이 두 대회 모두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쉬운 승부는 없었다. 손흥민(LA FC)이 나섰던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는 연장 접전 끝에 이승우(전북) 황희찬(샬케)의 연속골로 2대1로 승리했고, 이강인(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이 출전한 2022년 항저우 대회에서는 정우영(우니온 베를린) 조영욱(서울)의 골을 앞세워 2대1 역전승을 거뒀다.
이민성 감독에게는 더욱 특별할 수밖에 없는 결승전이다. 이 감독과 일본은 떼려야 뗄 수가 없다. 그는 1997년 일본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1998년 프랑스월드컵 최종예선 한-일전에서 후반 41분 강력한 왼발 중거리 결승골로 2대1 역전승을 만들어냈다. "후지산이 무너지고 있습니다"라는 중계 멘트는 여전히 회자된다. 이 감독은 아쉬운 지도력으로 경질 위기를 맞았다. "이번 대회까지만 팀을 이끌겠다"며 배수진을 쳤다.
이날 경기는 일본도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일본 팬들은 개막식에도 만원 관중을 만들지 못할 정도로 이번 아시안게임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는데, 이번 경기는 매진 사례를 이뤘다. 신경전까지 펼쳐졌다. 이민성호는 결전을 하루 앞둔 2일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공식 훈련이 진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잔디 상태 문제로 훈련은 취소됐다. 카타르와의 첫 경기를 앞두고 사용했던 도요타시 스포츠파크를 훈련장으로 배정받았다. 하지만 잔디 상태가 최악이었다. 훈련장 변경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기면 영웅, 지면 역적인 외나무 승부, 이 감독은 베스트 전력을 내세웠다. 2경기에서 3골을 넣은 이영준이 원톱에 선 가운데, 좌우에 엄지성(스완지시티)과 양민혁(베스테를로)이 자리했다. 기대를 모은 양현준은 이날도 햄스트링 문제로 벤치에 앉았다. 배준호는 섀도 스트라이커로 나섰다.
주장 이기혁이 복귀한 가운데 이승원(강원)과 중원을 꾸렸다. 포백은 변함없이 배현서(경남)-신민하(강원)-김지수(브렌트포드)-최석현(울산)이 구성했다. 김준홍(수원)이 골키퍼 장갑을 꼈다.
초반 조심스러운 흐름이 이어졌다. 전반 4분 배준호가 박스 안에서 돌파하다 쓰러졌지만, 주심은 그냥 넘어갔다. 6분 한국이 결정적인 기회를 놓쳤다. 엄지성이 높은 위치에서 인터셉트에 성공했다. 속도가 붙은 상황에서 중앙으로 파고들어갔다. 수비를 계속 제친 후 박스 안에서 오른발 슈팅을 시도했지만 골대를 넘어갔다.
일본도 반격했다. 9분 오른쪽에서 사토가 올린 코너킥을 이치하라가 헤더로 연결했다. 크로스바를 살짝 넘어갔다. 한국의 패스워크가 살아나며 기회를 만들었다. 배준호를 중심으로 한 돌파도 잘됐다. 17분에는 배준호가 아크 정면에서 수비를 따돌린 후 강력한 오른발 슈팅을 시도했다. 수비 맞고 나왔다.
변수가 생겼다. 28분 일본의 은와디케 우체가 부상으로 빠졌다. 대신 후쿠나가 유야가 들어갔다. 28분 공격에 가담한 김지수의 헤더를 받아 배준호가 골키퍼와 맞서는 기회를 잡는 듯 했지만 슈팅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이어진 일본의 역습, 이승원이 막으려다 경고를 받았다. 일본의 세트피스가 오카베 타리크카니하야타의 머리에 맞았지만, 슈팅까지 가지는 않았다.
37분 한국이 결정적 위기를 맞았다. 요코야마 유메키가 왼쪽을 파고들며 박스안까지 들어왔다. 넘겨준 볼이 혼자 있던 후쿠나가에 향했다. 후쿠나가의 오른발 슈팅은 수비 맞고 골대를 살짝 벗어났다. 39분 오른쪽에서 온 코너킥이 수비 맞고 또 다시 후쿠나가에게 흘렀다. 발리 슈팅은 골대를 넘어갔다. 결국 전반은 0-0으로 마무리됐다.
이제 45분 남았다. 후반전에 모든 것이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