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솔직함과 경솔함은 종이 한 장 차이다.
지난 3일 일본 한복판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대한민국 U-23 축구대표팀 일부 선수가 한 행동과 말이 입방아에 올랐다. 대회 4연패 쾌거를 이룬 대업에 찬사가 쏟아지는 와중에 '군 면제가 전부'라는 식의 언행으로 불필요한 논란을 자초했다. 국제대회 금메달을 딴 체육인에게 병역 혜택을 주는 건 적절하지도, 공정하지도 않다는 여론에 불을 붙였다.
19세 유럽파 박승수(뉴캐슬)는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의 2026년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결승전에서 1대0 승리한 직후 라커룸에서 '전역모'를 착용했다. 그 사진을 자신의 SNS에 버젓이 자랑하듯 올렸다. 아시안게임 축구 대표팀에 뽑힌 '선택받은 자'들은 금메달을 따면 병역 혜택이 주어진다. 군 면제는 경력 단절없이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특권이다. 이번엔 군필자인 이영준(그라스호퍼) 이승원(강원) 김준홍(수원 삼성) 등 3명을 제외한 나머지 20명이 병역 특례 혜택을 받았다.
훈련소 입구에도 가보지 않은 19살 선수가 보통의 청년들이 18개월 이상 피땀흘려 얻은 전역모를 쓰고 활짝 웃는 건 전혀 다른 이야기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전역모를 챙겨간 이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게 군필자 선수든, 스태프든, 금메달을 딴 순간에 꺼내려고 가방 속에 챙긴 것 아닌가. 설레발도 이런 설레발이 없다.
박승수보다 한 살 많은 양민혁(베스테를로)의 '경솔한 발언'도 논란을 부추겼다. 이날 집념있는 크로스로 엄지성(스완지시티)의 '우승골'을 도운 양민혁은 경기 후 국내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이런 메달, 트로피는 정말 중요하지 않았다. 군 면제라는 보상이 있으니까 그거 하나만 보고 경기를 했다"라고 말했다.
현 A대표팀 주장 손흥민(LA FC)은 지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대회에 와일드카드로 참여해 금메달로 병역 혜택을 받은 뒤 군대의 '군'자도 꺼내지 않았다. "금메달은 내가 걸고 있지만, 이 금메달은 국민의 것"이라고 했고, 큰 열망으로 대회에 임해준 후배들에게 고마움도 표했다. 속으론 웃고 있었겠지만, 겉으론 표현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아시안게임 축구 금메달로 면제를 받은 대부분의 선수가 그런 스탠스를 취했다.
이번 대회에서 4골 4도움을 폭발한 '일등공신' 엄지성도 같은 장소에서 "병역 문제를 생각한다기보단, 모두가 금메달이라는 목표 하나로 모였다. 그 결과를 얻은 것이 기쁘다. 이후의 생활은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 이제 소속팀으로 돌아가 그 위치에 맞는 역할을 하겠다"라고 의젓하게 말했다.
논란의 중심에 선 두 선수는 엄지성과 비교할 때 기여도가 낮았다. 엄지성과 한국의 날개를 책임져야 했던 양민혁은 결승골 어시스트 전까지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다. 박승수는 교체로 3경기, 단 16분만을 뛰었다. 결승전에선 1-0으로 앞선 후반 45분 배준호(스토크시티)를 대신해 그라운드에 투입됐다. 이기혁(강원)은 와일드카드로 뽑혀 부상, 부진 등으로 기대를 밑돌았다. 26세 맏형인 그는 대회 후 국군체육부대에 입대할 예정이었으나, 이번 금메달로 면제를 받았다. 그런 그의 입도 경솔했다. "저 군대 안 갑니다".
선수들은 '군 면제권'을 획득했다는 생각에 '기쁨의 눈물'을 흘렸겠지만, '특권'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선 안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대한민국 청년들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전성기'의 나이에 나라를 지키기 위해 군복을 입는다. 전역모를 쓰기 위해 최소 18개월을 손꼽아 기다린다. 대중이 이민성호 선수들에게 축하를 보내는 건 힘들게 금메달을 땄기 때문인지, 군 면제 때문이 아니란 사실을 착각해선 안된다. 게다가 실업팀, 2살 어린 팀을 상대로 이겨서 군 면제를 받는 게 그렇게 자랑스러운 일인가.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