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대한민국 축구가 4연속 금메달, 야구가 5연속 금메달을 딴 가운데 '병역'과 관련한 이슈와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에게 적용되는 병무청의 예술·체육요원 제도는 흔히 말하는 '병역특례'나 '병역면제'가 아니다. 이 제도는 병무청이 국위선양과 문화창달에 기여한 예술·체육 특기자에게 군 복무 대신 해당 분야에서 활동하도록 운영하는 보충역 제도로 1973년 처음 도입됐다. 올림픽 동메달 이상, 아시안게임 금메달 선수만이 체육요원에 편입된다. 예술·체육요원으로 편입되면 34개월 동안 해당 분야에서 복무해야 한다. 체육요원의 경우 선수로 활동하거나 체육지도자 등 병무청이 인정하는 분야에서 활동할 수 있고, 특기를 활용한 공익복무 544시간을 반드시 채워야 한다. 사회적 취약계층이나 청소년·미취학아동 등을 대상으로 자신의 특기를 활용한 공연·강습·교육·공익 캠페인 등의 활동을 해야 한다. 544시간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복무기간이 연장되고, 1년 이내에도 이행하지 못하면 예술·체육요원 편입이 취소될 수 있다. 어쨌든 전성기가 20~30대로 제한된 스포츠 선수들의 경우 경력 단절 없이 해외 진출을 통해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체육요원 편입은 아무나 이룰 수 없는 '로망'이자 '행운'이다.
그러나 매번 아시안게임 전후 체육요원 존폐 논란이 반복됐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당시 야구대표팀 선수 선발을 둘러싸고 병역특례 논란이 커지자, 그해 국정감사에서 기찬수 당시 병무청장이 국회에서 예술·체육 병역특례 제도의 폐지까지 검토하겠다고 밝혔고, 실제로 2019년 3월 국방부·병무청·문체부가 참여하는 정부 TF를 출범시켜 제도의 존폐 여부까지 논의했고, 2019년 11월 정부는 예술·체육요원 제도를 유지하되 제도를 개선하기로 결정했다. 체육요원의 경우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을 편입 인정 대회로 유지했다. 폐지하지 않은 이유는 체육요원이 연간 약 45명 수준으로 병역자원 확보 효과는 크지 않은 반면 국민 사기 진작과 국가 위상 제고 효과가 크다는 판단이었다. 그리고 지난 8월, 홍소영 병무청장이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국방개혁 기본계획에 보충역 제도의 단계적 감축·폐지 방안이 최종 검토 단계"라며 "특히 보충역 가운데 예술·체육요원 등 민간 분야를 상당 폭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하다. 예술, 체육종사자들이 기량을 유지할 수 있는 체계도 마련돼야 한다"고 여지를 남겼지만 변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중차대한 시점에 일부 선수들이 금메달을 딴 후 기쁨에 들뜬 나머지 인터뷰나 SNS를 통해 "군대 안갑니다" 등 본질에 빗나간 발언과 표현을 하고 부적절한 사진을 올리면서 국민과 또래 20대들의 반감을 사고 있는 상황.
김신욱, 손흥민, 이강인의 금메달 당시 '개념 발언'도 팬들 사이에 회자되고 있다. 김신욱은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 직후 병역 혜택 관련 인터뷰에서 "대표팀에 들어가면서 항상 내 가슴에 새겼던 말이 있다. '개인의 영광과 명예가 아닌 대한민국의 명예와 자긍심을 위해 뛰자'. 개인적으로 군대 문제도 중요하지만 '대한민국의 자존심을 위해' 뛰자고 후배들에게도 이야기해주고 싶다"고 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후 손흥민은 "종료 휘슬이 울리자 응원 와주신 교민들과 태극기를 보면서 말할 수 없는 감사함이 밀려왔다. 국민 덕분에 금메달을 땄다. 이 금메달은 국민의 것"이라고 했다. "제게 병역혜택은 두 번째 문제였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 우선이었다"고 말했다. 또 2023년 항저우 대회 금메달 후 이강인은 "사실 병역이 그렇게 큰 부담은 아니었다. 앞으로 선수생활에 편해진 건 맞지만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 해야 하는 일인 만큼 따로 특별한 생각은 없다"고 했었다.
물론 이번 대회 일본과의 결승전 결승골과 함께 4골 4도움으로 금메달 일등공신이 된 캡틴 엄지성 역시 "병역문제를 생각한다기보다는 모두가 금메달이라는 목표 하나로 모였기에 그 결과를 얻은 것이 기쁘다. 이후 생활은 제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 이제 소속팀으로 돌아가 그 위치에 맞는 역할을 하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팬들 역시 손흥민, 김민재, 이강인 등 대한민국의 월드클래스 스타들이 군 복무로 인한 경력 단절 없이 토트넘, 바이에른뮌헨, 파리생제르맹 등 빅리그에서 거침없이 날아오르는 모습을 보며 함께 기뻐해왔던 터. 일부 선수의 선 넘은 발언이나 철 없고 경솔한 행동이 팬들과 여론의 반감을 사고 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탁구 금메달리스트 출신 선배인 유승민 대한체육회장도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유 회장은 4일 일본 나고야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아이치-나고야아시안게임 결산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우리가 선수촌에서 교육을 많이 한다. 국가대표의 소양, SNS 활용, 인터뷰 스킬 등 다양한 교육을 하는데 선수 한명 한명의 즉흥적인 발언을 통제하기는 어렵다. 야구 등은 입촌 종목이 아니다보니 그런 부분에 대한 개별적 관리가 어렵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선수들은 개성 있는 표현으로 생각하지만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 발언들이 나온다. 그런 부분이 논란에 휩싸이면서 배우고 느꼈을 것이다. 어린 선수일수록 많이 노출돼 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선수촌 내에서 국가대표다운 인터뷰 발언, SNS에서 본인을 표헌하는 부분에서도 국가대표답게 품위와 품격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이런 분위기에 맞는 자세를 잘 전달하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