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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을 건설·확장할 때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 위험을 평가하게 하는 정부 지침이 마련된다.
지난해 12월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발생한 지 약 1년 만이다.
지침안에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지정한 '조류 충돌 위험구역'인 공항 반경 13㎞ 이내에서 조류 충돌 위험을 평가하는 표준방법이 담긴다.
핵심은 야생조류 모니터링 시 개체수뿐 아니라 분포, 밀도, 이동 경로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조류의 서식지 활용도를 입체적으로 분석하는 방식으로, 도시 계획을 짤 때 거주 인구만 보는 것이 아니라 '유동 인구'의 흐름을 파악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신규 사업이 조류 충돌 위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할 때 '누적영향평가' 방식도 도입된다.
공항 반경 13㎞ 바깥에서 진행 중인 사업이라도 위험 구역에 영향을 미친다면, 구역 내 기존 사업의 영향과 합산해 위험성을 판단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한번 발생하면 피해 규모가 막대한 항공기 대 조류 충돌 위험을 총량 수준에서 보수적으로 평가할 수 있게 된다.
기후부는 지침 도입으로 공항 주변 생태계를 건강하게 관리해 새들의 서식지 활용 패턴을 예측하고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조류는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환경을 관성적으로 선택하기 때문이다.
공항마다 다른 조류 충돌 위험평가도 일관되게 관리될 수 있다. 현재 공항·비행장 개발, 활주로 신설·연장 등의 과정에 환경영향평가를 하지만, 조류 충돌 위험 항목은 포함해야 하는지 기준이 없어 생략되거나 기준이 다른 경우가 많다.
이후승 한국환경연구원(KEI) 자연환경연구실장은 "새와 싸우는 게 아니라 본능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생태 보전과 항공 안전의 공존을 가능하게 했다"며 "조류 서식 분포의 안정적 관리가 안전을 확보하는 가장 고도화된 대책"이라고 말했다.
honk0216@yna.co.kr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