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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하게 한잔하면 잠 잘 온다?…오히려 숙면 방해

자료사진 출처=언스플래쉬
자료사진 출처=언스플래쉬

[스포츠조선 장종호 기자] 최근 열대야가 이어지면서 잠들기 어렵거나 자주 깨는 등 수면 문제를 호소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더위에 뒤척이다 차가운 술로 잠을 청하기도 하지만, 알코올은 잠드는 시간을 일시적으로 줄일 뿐 수면의 질을 개선하지는 못한다.

알코올 사용장애 환자 가운데 수면장애를 호소하는 비율도 높다. 다사랑중앙병원이 2025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013명 가운데 846명(83.5%)이 입원 전 수면장애로 어려움을 겪었다고 답했다.

알코올과 수면장애는 서로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술은 정상적인 수면 구조와 리듬을 흐트러뜨리고, 반복되는 불면과 피로는 다시 잠을 청하기 위한 음주로 이어진다. 이러한 악순환이 계속되면 음주량이 늘고 알코올 의존 위험도 커질 수 있다.

알코올은 뇌의 억제성 신경전달 체계에 작용해 긴장을 낮추고 졸음을 유발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알코올의 진정 효과가 약해지면 수면 후반부의 각성이 증가해 새벽에 자주 깨거나 다시 잠들기 어려워질 수 있다.

다사랑중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일준 원장은 "사람의 몸은 잠들기 전 피부 혈관을 통해 열을 방출하며 중심체온을 낮추는데, 열대야에는 높은 기온과 습도로 체열 방출이 원활하지 않다"며 "이로 인해 잠들기 어렵고 수면 중 뒤척임이나 미세 각성이 증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열대야로 수면장애를 겪는 상황에서 음주까지 더해지면 수면 구조는 더욱 불안정해질 수 있다. 음주 후에는 수면 전반부의 렘수면이 억제되고 후반부에는 각성이 증가해 잠이 자주 끊길 수 있다. 깊은 비렘수면도 안정적으로 유지되지 않아 다음 날 피로감과 집중력 저하가 나타날 수 있다.

알코올로 인한 소변량 증가와 발한도 숙면을 방해한다. 더운 날씨에 땀을 많이 흘리고 음주 후 소변 배출까지 늘어나면 갈증과 입 마름으로 잠에서 깰 수 있다. 또한 술은 목 주변과 상기도 근육을 이완시켜 코골이나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이일준 원장은 "술을 마시면 처음에는 빨리 잠들 수 있지만 수면 후반부가 불안정해져 몸과 뇌의 회복을 방해한다"며 "알코올의 진정 효과에 반복적으로 의존하면 내성이 생겨 음주량이 늘고, 잠이 오지 않을 때마다 술을 찾는 습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열대야로 잠을 설친 다음 날에는 커피나 에너지음료로 졸음을 쫓기 쉽다. 카페인은 아데노신의 작용을 차단해 졸음을 일시적으로 줄이지만, 피로를 해소하거나 부족한 수면을 보충하지는 못한다.

성인의 카페인 반감기는 일반적으로 약 4~6시간이다. 개인차가 있지만 늦은 오후나 저녁에 섭취하면 잠드는 시간이 늦어지고 총 수면시간이 줄어들 수 있다. 낮에는 카페인으로 졸음을 억누르고 밤에는 술로 잠을 청하는 생활이 반복되면 수면·각성 리듬이 무너질 수 있다.

이일준 원장은 "잠들기 어렵거나 자주 깨는 증상이 일주일에 3회 이상, 3개월 넘게 지속되면서 일상생활에 지장을 준다면 전문적인 진료를 받아야 한다"며 "심한 코골이와 수면 중 호흡 정지, 과도한 낮 졸림이 동반될 때도 수면질환이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이일준 원장
이일준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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