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장종호 기자] 중국의 한 고대 무덤에서 무려 2000년 넘게 액체 상태로 남아 있던 술이 발견돼 눈길을 끌고 있다.
청동 용기 안에는 약 3.74ℓ, 현대 기준으로 15잔이 넘는 양의 발효주가 그대로 보존돼 있었다. 분석 결과 기장과 밀 또는 보리 등을 이용해 만든 곡물 발효주로 추정됐다.
인민일보 등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연구진은 닝샤후이족자치구의 산자바오 고분군에서 발견된 전국시대 진나라 무덤을 조사하던 중 이 술을 발견했다. 관련 연구는 국제 학술지 'Journal of Archaeological Science: Reports'에 게재됐다.
산자바오 고분군에서는 전국시대인 기원전 475~221년 무렵 조성된 무덤 183기가 발굴됐다. 이 가운데 179기는 진나라와 관련된 무덤으로 파악됐다. 연구진이 주목한 것은 한 무덤에서 나온 청동 용기였다.
용기의 뚜껑은 없었지만 입구 안쪽에는 직물로 막은 흔적이 있었고, 바깥쪽에는 유기물이 섞인 진흙을 이용한 밀봉층이 형성돼 있었다. 이 때문에 외부의 공기나 지하수가 용기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상당 부분 막을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용기 안에는 약 3740㎖의 액체가 남아 있었다. 액체는 맑은 연한 청록색을 띠었으며 눈에 띄는 냄새가 없었다. 바닥에는 소량의 침전물도 함께 발견됐다.
액체를 분석한 결과, 젖산과 옥살산이 높은 농도로 검출됐으며 타르타르산은 상대적으로 적은 양이 확인됐다. 아미노산과 지방산, 탄수화물 등 20여 종류의 유기화합물군도 발견됐다.
특히 연구진은 침전물에서 곡물과 관련된 전분 입자와 식물 잔류물, 효모를 확인했다. 이를 종합하면 이 액체는 과일을 이용한 술보다는 곡물을 주원료로 만든 발효주였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연구진의 판단이다.
주요 원료로는 수수와 비슷한 형태의 찰기장과 밀·보리 계열의 곡물이 사용된 것으로 분석됐다. 따라서 현대의 맥주와 완전히 같은 술은 아니지만, 곡물을 발효해 만든다는 점에서 맥주와 유사한 고대 술로 볼 수 있다.
연구진은 이 술이 증류주가 아닌 비증류 발효주였을 것으로 판단했다. 따라서 오늘날의 위스키나 소주처럼 증류 과정을 거친 술과는 제조 방식이 달랐을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 눈길을 끄는 것은 효모였다. 침전물에서는 수천 개의 효모 세포가 확인됐으며, 연구진은 약 8571개의 효모 세포가 발견된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당시 사람들이 발효를 위해 특정 발효종을 활용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단서로 평가된다.
사실 중국에서 발견된 고대 술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24년에도 중국 산시성의 약 2300년 된 진나라 무덤에서 곡물을 이용한 술이 발견된 바 있다. 당시 술 역시 밀이나 보리, 기장류와 콩류, 풀씨 등을 이용해 만든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허난성에서는 약 9000년 전 쌀과 꿀, 과일 등을 이용해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술의 흔적이 확인됐으며, 이스라엘에서는 약 1만 3000년 전 곡물 기반 맥주의 잔류물이 발견된 바 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