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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감시 피하는 셔츠?…"사람으로 인식 못 했다"

사진출처=지몬 베커트
사진출처=지몬 베커트

[스포츠조선 장종호 기자] 사람의 눈에는 지나치게 화려하고 기괴해 보이지만 인공지능(AI)에게는 오히려 '사람이 아닌 것'처럼 인식되는 셔츠가 등장해 화제다.

독일의 디지털 아티스트이자 디자이너인 지몬 베커트가 AI 기반 감시 시스템의 사람 인식을 방해하기 위해 만든 '디지털 카무플라주(Digital Camouflage)'다.

퓨처리즘 등 해외 디자인·기술 매체들에 따르면 베커트가 선보인 이 셔츠는 분홍색과 주황색, 초록색 등 강렬한 색상의 도형과 무늬가 복잡하게 뒤섞여 있다. 화려한 디자인의 하와이안 셔츠보다 훨씬 과장된 색감과 패턴 때문에 한눈에 보기에도 상당히 독특하다.

하지만 이 같은 디자인은 단순히 눈에 띄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AI 기반 컴퓨터 비전 시스템이 사람을 인식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허점을 파고들기 위해 의도적으로 설계됐다.

베커트는 디자인 전문 매체 디진(Dezeen)과의 인터뷰에서 AI 시스템은 인간이 무엇인지 실제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수백만 장의 학습 이미지에서 인간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지를 통계적으로 학습한다고 설명했다.

AI가 사람을 인식할 때 머리와 어깨의 형태, 몸통과 팔다리의 비율, 신체 윤곽과 같은 시각적 특징을 조합한다는 것이다. 베커트는 바로 이 지점이 AI의 약점이 될 수 있다고 봤다.

그가 만든 셔츠의 복잡한 무늬는 사람의 신체 윤곽이 하나의 형태로 이어지는 것을 방해하도록 구성됐다. 강렬한 색상 변화와 겹쳐진 도형들이 AI가 신체 각 부분을 하나의 '사람'으로 연결해 판단하는 과정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방식이다.

실제 베커트가 공개한 시연에서는 셔츠를 입은 사람 주변의 다른 보행자들에게는 'PERSON(사람)'이라는 인식 표시가 나타나는 반면, 셔츠 착용자에게는 안정적인 사람 인식 표시가 나타나지 않는 모습이 담겼다.

다만 이를 'AI 감시카메라에 완전히 보이지 않는 옷'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베커트 역시 자신의 프로젝트가 특정 정부나 경찰의 감시 시스템을 무력화한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그가 공개한 시연에는 특정 국가의 감시망이 아니라 오픈소스 객체탐지 시스템인 '욜로(YOLO)가 사용됐다. 따라서 조명이나 촬영 각도, 카메라와의 거리, 영상 품질, 사용되는 AI 모델 등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베커트의 공식 프로젝트 페이지 역시 이 셔츠가 모든 감시 시스템에서 익명성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고 명시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셔츠의 무늬를 만드는 과정에서도 AI가 사용됐다는 것이다. 베커트는 이른바 '적대적 루프(adversarial loop)' 방식으로 패턴을 만들었다. 새로운 무늬를 생성한 뒤 AI 객체탐지 모델에 입력하고, 사람으로 인식하는 정도를 확인한 다음 다시 패턴을 수정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결국 AI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방법을 찾기 위해 AI를 활용한 셈이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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