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과 여행을 떠날 때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있다. "뭘 먹을 건데?" 밥 걱정은 붙들어 매시라. 이른 아침부터 '밥심'을 강조하는 부모님과 함께하는 데 이만한 여행지가 없다. 뉴스에서 자주 등장해 친숙하지만, 아직 여행지로선 낯선 감이 있는 세종특별자치시(세종)가 주인공이다. 세종은 행정수도인 동시에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여행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대적인 신도심과 레트로 감성을 물씬 담은 구도심, 먹거리와 볼거리 및 체험거리까지 다양한 매력을 갖추고 있다. 여행지로서 세종을 즐기는 법은 다양하지만, '세종오식'을 이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세종오식은 조선시대 왕이 하루 다섯 차례 음식을 먹었다는 이야기 모토로 만들어진 일종의 세종 여행 패키지다. 때가 되면 먹여주고, 재워주고, 보여주고, 교통편까지 제공한다. 가격이 착하고, 무엇보다 안전하다. 부모님을 비롯해 몇몇 어르신과 함께 짝을 지어 보내도 될 듯하다. 이른바 '효자 여행', 세종오식의 맛과 멋을 마주했다.
'맛' 한식과 양식이 만드는 하모니
세종오식의 첫 끼는 산장가든의 갈비다. 갈비는 양념에 재운 고기를 굽지만, 지역에 따라 맛에는 차이가 있다. 간장과 소금 베이스는 비슷하지만, 지역 특산 농산물에 따라 느껴지는 미묘한 맛의 차이는 대단한 미식가가 아니더라도 찾아낼 수 있다. 세종 산장가든의 갈비의 특징은 '단맛'이다. 지역 특산물인 복숭아를 사용한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은은한 단맛이 입맛을 돋운다. 산장가든 갈비는 양념갈비와 매운갈비, 떡갈비 세 종류이며 석갈비 형태로 제공된다. 직접 굽는 게 아니니 그냥 주문하기만 하면 편안히 즐기면 된다. 편안한 대화 속 이뤄지는 식사, 세종 여행의 들뜬 마음이 양념갈비로 채워질 무렵 '세종이 미식 관광지였나'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세종 하면 떠오르는 건 행정수도가 전부 아니었던가. 세종은 딱딱했던 도시 이미지를 여행지로 바꾸기 위해 음식을 택했다. 세종오식이라는 미식 여행 콘텐츠가 만들어진 것도 이 때문이다. 세종오식은 미식과 관광을 엮은 일종의 미식 패키지 여행이다. 세종시문화관광재단은 지난해부터 '세종사랑맛집' 선정 작업을 펼치고, '세종의 식탁' 같은 당일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서울에서 버스를 타거나, 기차를 타고 오송역을 이용해 즐길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으로, 세종문화관광재단은 시범사업을 거쳐 세종오식을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관광 콘텐츠로 육성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갈비로 배를 채웠으니, 디저트를 즐길 차례다. 세종의 디저트를 담당하는 곳은 카페 플레저다. 49층에 있는 스카이라운지 카페로 세종 신도시에 즐비한 높은 건물과 아파트, 주요 관공서 건물을 하나의 볼거리로 만드는 마법의 장소다. 눈앞에 펼쳐진 공원과 수목원. 다양한 종류의 음료를 즐기며 함께한 이들과 수다를 떨다 보면 배꼽시계가 또 말썽을 부린다. 여느 때 같으면 울리지 않을 배꼽시계가 제멋대로 울리는 건 세종의 미식 콘텐츠를 제대로 즐기고 있다는 뜻이다. 다음 장소는 저녁상을 즐길 수 있는 빠스타스다.
빠스타스는 이탈리아 가정식을 전문으로 하는 곳으로, 현지 식재료를 활용해 일상의 식탁을 연결하며 세종을 대표하는 음식점 중 하나다. 지역 주민도 즐겨 찾는다고 한다. 대표 메뉴로는 무화과 샐러드, 프로슈토 피자, 감바스 알 하이요, 다양한 파스타와 리조또, 뇨끼, 스테이크 등이 있다. 요즘 시니어들은 한식과 함께 다양한 양식을 즐긴다. 오히려 집에서 해 먹지 못하는 음식을 즐기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세종오식의 빠스타스는 부모님과 함께 즐기기 좋은 장소다. 세종오식을 경험하는 내내 시니어가 즐기기 좋은 콘텐츠라는 생각이 드는 건 '맛과 편안함'이 기본으로 깔려 있기 때문이다. 시니어의 밥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건 바로 술이다. 빠스타스에서는 약주를 즐길 수 있다.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백경양조장의 다양한 약주는 미식 여행 첫날의 피로를 씻어내기에 제격이다.
세종오식의 매력은 한옥을 좋아할 것 같은 부모님들이 더 좋아하는 번쩍번쩍한 호텔에서의 잠자리가 포함됐다는 점이다. 세종오식 중 남은 일정을 위한 휴식을 취하기엔 안성맞춤이다. 호텔의 조식은 아침을 든든하게 채우기에 부족함이 없다. 세종오식의 마지막 대미를 장식할 식사는 구도심인 조치원에서 이뤄진다. 콘셉트는 잔치다. 함께 미식 여행을 떠난 이들이 각각 조를 나눠 메인 음식, 디저트, 반찬을 구매해 함께 즐기는 포트럭 파티 형태로 진행된다. 처음엔 어색하지만 서로 구입해 온 음식을 즐기다 보면 색다름과 설렘, 추억이라는 여행에 인상적인 마침표를 찍는다.
'멋' 풍류를 즐기는 특별한 장소들
세종오식의 매력은 다양한 먹거리와 편안한 잠자리가 보장된 것을 꼽을 수 있다. 부모님을 비롯한 시니어와 함께 힐링을 할 수 있는 게 매력. 별다른 여행 계획을 세울 필요도, 따로 예약을 할 것도 없다. 세종오식을 즐기는 중간중간에 세종 내 주요 관광지를 둘러볼 수 있는 건 덤이다. 세종의 인심이다.
우선 세종오식을 이용하면 대통령기록전시관을 방문한다. 역대 대통령에 대한 기록을 볼 수 있는 곳이다. 특히 청와대 집무실을 구현한 공간이 있다. 청와대 개방이 종료되며 가보지 못했던 이들이라면 한 번쯤 가볼 만한 곳이다. 대통령기록전시관 인근에는 세종호수공원이 있다. 가벼운 산책 코스로 금강 주위를 걷다 보면 곳곳에서 사진 스폿을 만날 수 있다.
세종오식에서 만나는 대표 관광지는 세종수목원이 꼽힌다. 우선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축구장 90개 크기라고 한다. 하루 만에 수목원 전부를 둘러보는 건 쉽지 않다. 여행지로서 세종수목원을 방문한다면 사계절전시온실을 추천한다. 우선 입구부터 가는 길 주위에 잘 가꿔진 꽃이 여행객을 반긴다. 사계절온실의 매력은 따뜻함이다.
가을철 쌀쌀해진 날씨에 안성맞춤 여행지다. 최근엔 앙리 마티스가 그린 오색정원을 비롯해 세계의 다양한 정원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기획전도 진행된다. 식물원이지만, 예술적 감성을 극대화해 마치 미술관에 온 듯한 느낌을 선사하는 게 세종수목원 사계절전시온실의 매력이라고 한다.
세종의 구도심인 조치원도 빼놓을 수 없는 장소다. 아날로그 감성을 담고 있는 곳으로, 현지 시장을 비롯해 주변 골목골목에 작은 카페와 공방 등이 있어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