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배구 코트가 미인대회 무대인가."
2026 아시아여자배구선수권대회를 바라보는 일본 언론과 현지 반응을 두고 씁쓸한 뒷맛이 남는다. 코트 위에서 펼쳐진 치열한 전술과 선수들의 땀방울 대신, 외모와 비주얼에만 초점을 맞추는 자극적인 시선이 도를 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23일 중국 톈진에서 열린 대회 조별리그 C조 2차전 한일전 이후, 일본 매체 '디 앤서(THE ANSWER)' 등 현지 언론은 한국 대표팀 미들블로커 이다현(흥국생명)의 활약을 전하며 유독 외모 반응을 집중 조명했다. "엄청난 미인이다", "배우 같은 얼굴", "한국의 24세 미녀 선수" 등 현지 SNS 반응을 여과 없이 헤드라인으로 뽑아내며 화제 몰이에 열을 올렸다.
물론 이다현은 다음 시즌 일본 SV리그 NEC 레드 로켓츠 합류를 앞두고 있어 현지의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날 이다현이 보여준 진정한 가치는 외모가 아닌 '실력'이었다. 185㎝의 신장을 앞세워 일본 에이스 사토 요시노의 공격을 단독 블로킹으로 차단하고, 1세트 33점 듀스 접전과 3세트 막판 추격전을 이끌며 팀 내 두 번째로 많은 11득점(블로킹 2개)을 올린 '에이스의 투혼'이었다. 코트 한가운데서 일본의 탄탄한 수비벽을 깨뜨린 기술적 성과는 뒷전으로 밀린 채, 외모 품평이 앞자리를 차지한 셈이다.
자국 선수를 다룰 때도 마찬가지다. 일본 대표팀의 간판 아웃사이드 히터 사토 요시노를 두고도 '패션지 모델 출신', '신데렐라 걸' 등 경기 외적인 수식어를 전면에 내세우기 바쁘다. 정작 사토 본인은 2025~2026시즌 SV리그 MVP를 거머쥐고도 공격력을 더 끌어올리기 위해 이탈리아 세리에A(베로 발리 밀라노) 진출을 선언할 만큼 철저한 프로 의식과 실력으로 무장한 선수다.
선수들은 국가의 명예를 걸고, 다가올 2026 아이치 나고야 아시안게임을 향해 네트 위에서 치열한 혈투를 벌이고 있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